정착 위한 힘겨운 홀로서기

입력 2003.1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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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가오는 겨울은 노숙자들에게도, 중국 동포들에게도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에게도 혹독한 계절입니다.
⊙앵커: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찾은 남쪽에서 또 다른 생존경쟁을 펼치는 국내 탈북자들의 힘겨운 홀로서기를 복창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지난 2001년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40살 김홍균 씨.
한 치킨회사에서 8개월째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그 동안 꽃배달 등을 거쳐 5번째로 얻은 일자리입니다.
닭 배달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힘든 일이지만 김 씨는 마다하지 않습니다.
치킨점을 열어 정착하겠다는 목표 때문입니다.
⊙김홍균(탈북자): 피곤한데 피곤한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나는 맨 처음 한국 땅 밟으면서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솔직히 말해 치킨만, 새로운 치킨만 있으면 다먹어 봤어요.
⊙기자: 김 씨는 쉬는 날에도 치킨점 개업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가 국내 한 업체와 함께 탈북자들을 위해 마련한 치킨점 창업 강좌입니다.
⊙인터뷰: 안에 튀김 옷이 입혀진 원료를 잡고 털면 돼요.
⊙기자: 김 씨는 강사가 가르쳐주는 닭 요리법을 하나라도 빼놓지 않기 위해 열심히입니다.
김 씨의 바람은 하루빨리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김홍균(탈북자): 빌딩 사거나 그렇게는 하지 못해도 대한민국 사람과 같은 동등한 위치에서 정착하고 싶은 그런 생각 뿐입니다.
⊙기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탈북자 출신들이 만든 식품회사입니다.
러시아 벌목공 출신인 탈북자 최금철 씨가 탈북자 10명과 함께 세웠습니다.
식품재료는 북한산 느릅나무 뿌리입니다.
⊙위운범(탈북자/대관령식품 종업원): 3, 4년에 한 번씩 (재료를) 20톤 가량 북한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기자: 느릅나무를 원료로 냉면육수와 국수 그리고 부침가루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느릅은 북한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하는 음식이지만 남한에서는 생소하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전명일(탈북자/대관령식품 공장장): 원료를 여기다 투입해 100도까지 올려 제대로 끊인 다음에 포장 쪽으로 이동시켜 포장해서 완제품이 나오죠.
⊙기자: 창업한 지 3년째지만 아직까지 회사 사정은 어려운 편입니다.
1년의 절반 가량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입니다.
올해 매출액은 4억 5000만원 정도로 지난해 절반 수준입니다.
하지만 매출부진도 이들의 자립의지를 꺾지 못하고 있습니다.
낯설은 자본주의 체제지만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자립의지만큼은 누구 못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 씨 등 탈북자들은 또 이번 사업을 성공시켜 정착문제로 방황하는 탈북자들을 위해 자활공동체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최금철(대관령식품 대표): 우리끼리 모여서 우리 아이템 가지고 이렇게 창업을 못 한다면 설 자리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까지 이걸...
⊙기자: 고향과 가족을 등지고 목숨을 건 채 꿈의 정착지인 대한민국을 찾아온 탈북자들.
정착을 위한 이들의 힘겨운 홀로서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복창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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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착 위한 힘겨운 홀로서기
    • 입력 2003-11-19 20:00:00
    뉴스타임
⊙앵커: 다가오는 겨울은 노숙자들에게도, 중국 동포들에게도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에게도 혹독한 계절입니다. ⊙앵커: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찾은 남쪽에서 또 다른 생존경쟁을 펼치는 국내 탈북자들의 힘겨운 홀로서기를 복창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지난 2001년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40살 김홍균 씨. 한 치킨회사에서 8개월째 운전대를 잡고 있습니다. 그 동안 꽃배달 등을 거쳐 5번째로 얻은 일자리입니다. 닭 배달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힘든 일이지만 김 씨는 마다하지 않습니다. 치킨점을 열어 정착하겠다는 목표 때문입니다. ⊙김홍균(탈북자): 피곤한데 피곤한 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나는 맨 처음 한국 땅 밟으면서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솔직히 말해 치킨만, 새로운 치킨만 있으면 다먹어 봤어요. ⊙기자: 김 씨는 쉬는 날에도 치킨점 개업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가 국내 한 업체와 함께 탈북자들을 위해 마련한 치킨점 창업 강좌입니다. ⊙인터뷰: 안에 튀김 옷이 입혀진 원료를 잡고 털면 돼요. ⊙기자: 김 씨는 강사가 가르쳐주는 닭 요리법을 하나라도 빼놓지 않기 위해 열심히입니다. 김 씨의 바람은 하루빨리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김홍균(탈북자): 빌딩 사거나 그렇게는 하지 못해도 대한민국 사람과 같은 동등한 위치에서 정착하고 싶은 그런 생각 뿐입니다. ⊙기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탈북자 출신들이 만든 식품회사입니다. 러시아 벌목공 출신인 탈북자 최금철 씨가 탈북자 10명과 함께 세웠습니다. 식품재료는 북한산 느릅나무 뿌리입니다. ⊙위운범(탈북자/대관령식품 종업원): 3, 4년에 한 번씩 (재료를) 20톤 가량 북한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기자: 느릅나무를 원료로 냉면육수와 국수 그리고 부침가루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느릅은 북한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하는 음식이지만 남한에서는 생소하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전명일(탈북자/대관령식품 공장장): 원료를 여기다 투입해 100도까지 올려 제대로 끊인 다음에 포장 쪽으로 이동시켜 포장해서 완제품이 나오죠. ⊙기자: 창업한 지 3년째지만 아직까지 회사 사정은 어려운 편입니다. 1년의 절반 가량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입니다. 올해 매출액은 4억 5000만원 정도로 지난해 절반 수준입니다. 하지만 매출부진도 이들의 자립의지를 꺾지 못하고 있습니다. 낯설은 자본주의 체제지만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자립의지만큼은 누구 못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 씨 등 탈북자들은 또 이번 사업을 성공시켜 정착문제로 방황하는 탈북자들을 위해 자활공동체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최금철(대관령식품 대표): 우리끼리 모여서 우리 아이템 가지고 이렇게 창업을 못 한다면 설 자리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까지 이걸... ⊙기자: 고향과 가족을 등지고 목숨을 건 채 꿈의 정착지인 대한민국을 찾아온 탈북자들. 정착을 위한 이들의 힘겨운 홀로서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복창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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