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학대, 가정 문제 아닌 범죄

입력 2003.1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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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은 우리나라가 아동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을 비준한 지 12년이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동학대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한두 번 때리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어린이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를 구영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모의 학대로 어린이들의 몸에 생긴 상처입니다.
아버지의 구타를 피해 보호센터에 온 7살 주영이.
주영이는 상담선생님과 말할 때도 눈을 잘 마주치지 않습니다.
⊙기자: 어디부터 때렸어?
⊙인터뷰: 여기요, 등이랑.
⊙기자: 사소한 잘못에도 손을 대던 아버지는 심지어 생일에도 자신을 때렸다고 합니다.
⊙기자: 형은 왜 널 때렸어?
⊙인터뷰: 아빠가 시켜서요.
⊙기자: 아빠는 왜 형에게 때리라고 했을까?
⊙인터뷰: 아빠가 때리기 힘드니까.
⊙기자: 가족에 대한 미움은 주영이의 꿈마저 일그러뜨렸습니다.
⊙기자: 어른 되면 뭘 하고 싶어?
⊙인터뷰: 태권도...아빠 때려 주고 싶어요.
⊙기자: 상처 입은 7살 소년 주영이에게 이미 돌아가고 싶은 집은 없었습니다.
아동학대는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합니다.
보름 전 부모에게 맞아 췌장이 파열된 6살 소녀는 아직도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아버지의 학대로 가출한 초등학생이 집에 돌려보낸다고 하자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아동학대 피해신고는 해마다 늘어 연간 3000여 건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것도 실제 피해의 0.5%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의사들도 아동학대 예방에 나섰습니다.
전국 병원에 학대아동보호팀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김재정(대한의사협회장): 학대 아동을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있고 또 의사들이 앞장서서 치료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앞장서서 학대 아동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기자: 그러나 아동학대 예방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이 아동보호센터에는 1년에만 5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건강해지고는 있지만 웃음을 되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몸의 상처는 낫더라도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정희(서울시립아동보호센터 소장): 다시 그 아이가 성장했을 때는 자기 아이를 때리게 되고 자기가 부인을 때리게 되고 그렇게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세습이 된다는 거예요, 아동학대가...
⊙기자: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폭력을 세습시키는 아동학대는 이제 단순한 가족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문제입니다.
KBS뉴스 구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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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 학대, 가정 문제 아닌 범죄
    • 입력 2003-11-19 20:00:00
    뉴스타임
⊙앵커: 내일은 우리나라가 아동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을 비준한 지 12년이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동학대는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앵커: 한두 번 때리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어린이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는 아동학대 문제를 구영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모의 학대로 어린이들의 몸에 생긴 상처입니다. 아버지의 구타를 피해 보호센터에 온 7살 주영이. 주영이는 상담선생님과 말할 때도 눈을 잘 마주치지 않습니다. ⊙기자: 어디부터 때렸어? ⊙인터뷰: 여기요, 등이랑. ⊙기자: 사소한 잘못에도 손을 대던 아버지는 심지어 생일에도 자신을 때렸다고 합니다. ⊙기자: 형은 왜 널 때렸어? ⊙인터뷰: 아빠가 시켜서요. ⊙기자: 아빠는 왜 형에게 때리라고 했을까? ⊙인터뷰: 아빠가 때리기 힘드니까. ⊙기자: 가족에 대한 미움은 주영이의 꿈마저 일그러뜨렸습니다. ⊙기자: 어른 되면 뭘 하고 싶어? ⊙인터뷰: 태권도...아빠 때려 주고 싶어요. ⊙기자: 상처 입은 7살 소년 주영이에게 이미 돌아가고 싶은 집은 없었습니다. 아동학대는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합니다. 보름 전 부모에게 맞아 췌장이 파열된 6살 소녀는 아직도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아버지의 학대로 가출한 초등학생이 집에 돌려보낸다고 하자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아동학대 피해신고는 해마다 늘어 연간 3000여 건에 이릅니다. 그러나 이것도 실제 피해의 0.5%밖에 안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의사들도 아동학대 예방에 나섰습니다. 전국 병원에 학대아동보호팀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김재정(대한의사협회장): 학대 아동을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있고 또 의사들이 앞장서서 치료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저희들이 앞장서서 학대 아동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기자: 그러나 아동학대 예방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이 아동보호센터에는 1년에만 5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찾고 있습니다. 건강해지고는 있지만 웃음을 되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몸의 상처는 낫더라도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정희(서울시립아동보호센터 소장): 다시 그 아이가 성장했을 때는 자기 아이를 때리게 되고 자기가 부인을 때리게 되고 그렇게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세습이 된다는 거예요, 아동학대가... ⊙기자: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폭력을 세습시키는 아동학대는 이제 단순한 가족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문제입니다. KBS뉴스 구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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