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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지 빼앗긴 고라니…‘유해 동물’로 다치고 학대받고
입력 2020.12.25 (08:02) 수정 2020.12.25 (08:11) 취재K

[KBS 취재팀 휴대전화기 촬영영상] 충북 청주시 환경과 야생동물구조대원이 다친 고라니를 구조하고 있다.


다치고 학대당하고… 수난 겪는 고라니

지난 21일 오후 4시쯤, 충북 청주시 남이면의 한 들판에 고라니 한 마리가 쓰러져있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신고를 받은 청주시 환경과 소속 야생동물구조대원과 KBS 기자가 함께 현장에 가보니 두 다리가 부러진 고라니가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습니다.

고라니 몸 전체에 페인트칠 흔적도 발견됐는데, 누군가 학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충북야생동물센터로 실려 간 고라니는 결국 '회생 불가능' 판정을 받고 안락사됐습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충북 청주시 복대동의 한 전통시장 근처 도로에 고라니가 출몰해 택시와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역시 두 다리가 부러진 채 사고 지점에서 500m가량 떨어진 하천에서 발견돼 주민 신고로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이 고라니는 골절상을 입어 충북야생동물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충북 청주 도심에서 상처를 입어 구조된 고라니는 확인된 것만 6마리, 이 가운데 5마리가 교통사고로 다쳤고, 4마리가 척추 등을 크게 다쳐 안락사됐습니다.

충북에서 지난달부터 지난 21일까지, 긴급 구조된 고라니의 80% 이상이 교통사고로 다쳤습니다.


■ 서식지 침해… "대부분 국도에서 사고"

환경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전국 야생동물 찻길 사고'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71,999마리의 야생동물이 찻길 사고로 피해를 당했습니다. 이 가운데 60%가 고라니였습니다.

고라니의 수난, 왜 끊이지 않는 걸까요?

고라니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해, 농촌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야생동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로 야산이나 하천 일대, 습지, 저지대에 살면서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옮겨 다니기도 하는데요.

국립생물자원관의 야생동물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고라니의 서식 밀도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립생태원 생태공간연구팀 우동걸 연구원은 "도시 개발에 따른 시가지 확장과 외곽 도로 증가로 서식지를 뺏긴 고라니가 우리 주변에 자주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라니는 번식 철인 12월에 교미하고, 이듬해 6월에 2~6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이 기간, 먹잇감을 찾거나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갈수록 가까워지는 도시로 들어와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충북야생동물센터 화면 제공] 지난 20일, 치료를 마친 고라니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 전 세계 90% 이상 우리나라에…멸종위기 '취약종'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고라니는 전 세계의 90% 이상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중국 양쯔강 하류에도 일부 개체군이 서식하고 있지만, 그 수가 줄고 있습니다. 고라니는 오래전 중국과 한반도 사이의 지금의 서해 저지대에서 살다가 빙하기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서식지가 둘로 갈라졌습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고라니를 멸종위기등급 취약종(Vulnerable)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보호종'이 아닌 '유해 야생동물'로 홀대받는 신세입니다.

고라니는 일부 지역에 서식 밀도가 높아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유해 야생동물로 환경부령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개체 수가 많다 보니,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수렵할 수 있는 포유류 3종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반도에 유일하게 적응하고 있는 고라니.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 곳곳이 파괴돼 지구상에서도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잇따른 교통사고에 학대까지 겪으면서 유해 기피 동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고라니는 우리에게 인간과 동물 간 공생의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 서식지 빼앗긴 고라니…‘유해 동물’로 다치고 학대받고
    • 입력 2020-12-25 08:02:38
    • 수정2020-12-25 08:11:24
    취재K

[KBS 취재팀 휴대전화기 촬영영상] 충북 청주시 환경과 야생동물구조대원이 다친 고라니를 구조하고 있다.


다치고 학대당하고… 수난 겪는 고라니

지난 21일 오후 4시쯤, 충북 청주시 남이면의 한 들판에 고라니 한 마리가 쓰러져있다는 주민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신고를 받은 청주시 환경과 소속 야생동물구조대원과 KBS 기자가 함께 현장에 가보니 두 다리가 부러진 고라니가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습니다.

고라니 몸 전체에 페인트칠 흔적도 발견됐는데, 누군가 학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충북야생동물센터로 실려 간 고라니는 결국 '회생 불가능' 판정을 받고 안락사됐습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충북 청주시 복대동의 한 전통시장 근처 도로에 고라니가 출몰해 택시와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역시 두 다리가 부러진 채 사고 지점에서 500m가량 떨어진 하천에서 발견돼 주민 신고로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습니다. 이 고라니는 골절상을 입어 충북야생동물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충북 청주 도심에서 상처를 입어 구조된 고라니는 확인된 것만 6마리, 이 가운데 5마리가 교통사고로 다쳤고, 4마리가 척추 등을 크게 다쳐 안락사됐습니다.

충북에서 지난달부터 지난 21일까지, 긴급 구조된 고라니의 80% 이상이 교통사고로 다쳤습니다.


■ 서식지 침해… "대부분 국도에서 사고"

환경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전국 야생동물 찻길 사고'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71,999마리의 야생동물이 찻길 사고로 피해를 당했습니다. 이 가운데 60%가 고라니였습니다.

고라니의 수난, 왜 끊이지 않는 걸까요?

고라니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해, 농촌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서도 흔히 목격되는 야생동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로 야산이나 하천 일대, 습지, 저지대에 살면서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옮겨 다니기도 하는데요.

국립생물자원관의 야생동물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고라니의 서식 밀도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립생태원 생태공간연구팀 우동걸 연구원은 "도시 개발에 따른 시가지 확장과 외곽 도로 증가로 서식지를 뺏긴 고라니가 우리 주변에 자주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라니는 번식 철인 12월에 교미하고, 이듬해 6월에 2~6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이 기간, 먹잇감을 찾거나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갈수록 가까워지는 도시로 들어와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충북야생동물센터 화면 제공] 지난 20일, 치료를 마친 고라니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 전 세계 90% 이상 우리나라에…멸종위기 '취약종'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고라니는 전 세계의 90% 이상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중국 양쯔강 하류에도 일부 개체군이 서식하고 있지만, 그 수가 줄고 있습니다. 고라니는 오래전 중국과 한반도 사이의 지금의 서해 저지대에서 살다가 빙하기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서식지가 둘로 갈라졌습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고라니를 멸종위기등급 취약종(Vulnerable)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보호종'이 아닌 '유해 야생동물'로 홀대받는 신세입니다.

고라니는 일부 지역에 서식 밀도가 높아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유해 야생동물로 환경부령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개체 수가 많다 보니,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수렵할 수 있는 포유류 3종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반도에 유일하게 적응하고 있는 고라니.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 곳곳이 파괴돼 지구상에서도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잇따른 교통사고에 학대까지 겪으면서 유해 기피 동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고라니는 우리에게 인간과 동물 간 공생의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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