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코로나19 극복, 우리 함께하고 있나요?

입력 2020.12.26 (20:07) 수정 2020.12.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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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벽두부터 신종 바이러스가 세상을 떠돌기 시작했다. 도시가 봉쇄되고 공포는 확산됐다. 급증하는 확진자 수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의료 시스템에 전 세계가 떨고 있던 때, 모두가 주목한 나라가 있었다. 바로 한국이었다. 이른바 K-방역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KBS는 지난 5월,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K-방역 성공의 핵심인 한국인의 높은 방역 참여를 분석해보니, '민주적 시민성이 높을수록 방역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수 진영 일부나 서구 국가에서 주장하는 유교적, 권위주의적 성향이 아시아의 방역 성공을 이끈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국가 자부심과 단결력도 한층 강화됐고, 특히 질병관리청으로 대표되는 정부 신뢰가 크게 상승했다. 민주화 이후에 우리 사회가 처음으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쌓고 있었다.

다시 반년이 지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신규 확진자 급증과 경제적 피해가 누적되는 있는 지금 취재진은 사회조사를 기획했다. 이번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3차 유행에 직면한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동시에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양국 비교를 통해 우리 사회 현주소와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길어진 방역전(戰), 높아진 스트레스

코로나19 사회에서 사람들은 '매일 신규 확진자를 확인'(66%)하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알고 있다'(96%)고 답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늘었다. (64%(5월)→78%(11월)) 피로는 누적되고 있었다.

자연스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관적으로 기울었다. '코로나19 이전 세계화된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란 응답은 줄었고 (45.9%(5월)→38.4%(11월))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답은 늘었다. (39.2%(5월)→45.4%(11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들은 지난 5월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다. (46.7%(5월)→88.8%(11월))

■한일 양국이 본 코로나19…韓 "경제위기" vs 日 "보건위기"

3차 유행을 맞고 있는 한국과 일본, 조사 결과 두 나라 사람들은 코로나19 위기의 성격을 꽤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취재진은 위기를 종류별로 9개 제시하며 각각이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건강 위기, 의료시스템 위기, 자영업 위기, 일자리 위기, 신규고용 위기, 기업도산 위기, 재정 위기, 교육 위기, 인권 위기다.

양국 시민들이 "매우 심각하다"라고 답한 위기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은 자영업 위기(51%), 청년고용 위기(47%), 실직 위기(45%)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도산 위기(40%)와 국가재정 위기(38%)가 그 뒤를 이었다. 5위까지가 경제 위기다. 그 뒤에서야 교육 위기(36%), 건강 위기(36%)와 의료시스템 위기(31%)가 나온다. 제일 마지막은 인권 위기(20%)였다.

일본 시민들의 체감은 꽤 다르다. 보건 위기가 나란히 1, 2위다. 의료시스템 위기(47%)와 건강 위기(45%)를 가장 심각하다고 봤다. 경제 위기는 그다음이다. 실직 위기(40%), 자영업 위기(39%), 기업도산 위기(39%), 청년고용 위기(36%), 국가재정 위기(30%) 순이다. 교육 위기(19%), 인권 위기(17%)는 일본도 체감이 낮았다.

왜 한국은 '경제' 위기라는 인식이 높을까? 그 답 또한 양국 데이터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방역 최대 무기는 사회적 거리 두기다. 이를 위해 필연적으로 가장 희생하는 계층은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따라서 이번 위기에서 중요한 변수는 소득 수준 그 자체보다도 '소득의 불안정성'이다. 소득이 불안정하고 들쭉날쭉한 사람들이 위기에 취약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자신의 소득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지, "불안정하고 들쭉날쭉"한지 물었다. 일본은 '안정적' 66%, '불안정' 34%였다. 그런데 한국은 '안정적' 54%, '불안정' 46%로 나타났다.

한국의 '안정적' 그룹과 '불안정' 그룹이 코로나19로 입은 피해를 보니, '안정적' 그룹은 36%만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반면 '불안정' 그룹에서는 소득이 줄어든 비율이 75%에 달했다. 소득의 불안정성이 큰 사회 구조, 가진 게 없는 사람들에게 더 가혹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이 감염병 재난을 '먹고 사는 문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번 조사 분석을 맡은 서울대학교 임동균(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확산 국면에서는 자영업자 등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희생을 하며 방역 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 뒤에 이들이 치러낸 비용을 사회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를 논의할 수 있다. 단순하게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피해를 보는구나' 이렇게만 생각해서는 충분한 연대의식을 끌어올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마이클 샌델…석학들이 말하는 미래

KBS는 5월과 12월 두 차례 걸쳐 세계 석학들을 만났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 프랑스 최고 석학 자크 아탈리, <노동의 종말>로 유명한 제레미 리프킨 등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에게 K-방역의 성과와 3차 유행을 맞고 있는 한국 사회, 재난이 드러낸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질문을 쏟아냈다. 당대 최고 지성으로 꼽히는 그들은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분석을 내놨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KBS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큰 정의의 문제는 혜택과 부담이 얼마나 잘 공유되는가 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는 함께한다'는 구호를 듣고 있지만, 일부가 지나치게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반면 누군가는 위험을 덜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샌델 교수는 이어 "우리는 최전선에 있는 필수 인력들인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배달원, 식료품 점원, 창고 근로자, 경찰, 소방관, 위생 근무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으면서 정작 그들에 대한 대우는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경제와 공동선에 대한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 국민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KBS '코로나19 사회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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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년특집] 코로나19 극복, 우리 함께하고 있나요?
    • 입력 2020-12-26 20:07:04
    • 수정2020-12-26 21: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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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벽두부터 신종 바이러스가 세상을 떠돌기 시작했다. 도시가 봉쇄되고 공포는 확산됐다. 급증하는 확진자 수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의료 시스템에 전 세계가 떨고 있던 때, 모두가 주목한 나라가 있었다. 바로 한국이었다. 이른바 K-방역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KBS는 지난 5월,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K-방역 성공의 핵심인 한국인의 높은 방역 참여를 분석해보니, '민주적 시민성이 높을수록 방역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수 진영 일부나 서구 국가에서 주장하는 유교적, 권위주의적 성향이 아시아의 방역 성공을 이끈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국가 자부심과 단결력도 한층 강화됐고, 특히 질병관리청으로 대표되는 정부 신뢰가 크게 상승했다. 민주화 이후에 우리 사회가 처음으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쌓고 있었다.

다시 반년이 지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신규 확진자 급증과 경제적 피해가 누적되는 있는 지금 취재진은 사회조사를 기획했다. 이번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3차 유행에 직면한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동시에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양국 비교를 통해 우리 사회 현주소와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길어진 방역전(戰), 높아진 스트레스

코로나19 사회에서 사람들은 '매일 신규 확진자를 확인'(66%)하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알고 있다'(96%)고 답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늘었다. (64%(5월)→78%(11월)) 피로는 누적되고 있었다.

자연스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관적으로 기울었다. '코로나19 이전 세계화된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란 응답은 줄었고 (45.9%(5월)→38.4%(11월))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답은 늘었다. (39.2%(5월)→45.4%(11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들은 지난 5월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다. (46.7%(5월)→88.8%(11월))

■한일 양국이 본 코로나19…韓 "경제위기" vs 日 "보건위기"

3차 유행을 맞고 있는 한국과 일본, 조사 결과 두 나라 사람들은 코로나19 위기의 성격을 꽤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취재진은 위기를 종류별로 9개 제시하며 각각이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건강 위기, 의료시스템 위기, 자영업 위기, 일자리 위기, 신규고용 위기, 기업도산 위기, 재정 위기, 교육 위기, 인권 위기다.

양국 시민들이 "매우 심각하다"라고 답한 위기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은 자영업 위기(51%), 청년고용 위기(47%), 실직 위기(45%)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도산 위기(40%)와 국가재정 위기(38%)가 그 뒤를 이었다. 5위까지가 경제 위기다. 그 뒤에서야 교육 위기(36%), 건강 위기(36%)와 의료시스템 위기(31%)가 나온다. 제일 마지막은 인권 위기(20%)였다.

일본 시민들의 체감은 꽤 다르다. 보건 위기가 나란히 1, 2위다. 의료시스템 위기(47%)와 건강 위기(45%)를 가장 심각하다고 봤다. 경제 위기는 그다음이다. 실직 위기(40%), 자영업 위기(39%), 기업도산 위기(39%), 청년고용 위기(36%), 국가재정 위기(30%) 순이다. 교육 위기(19%), 인권 위기(17%)는 일본도 체감이 낮았다.

왜 한국은 '경제' 위기라는 인식이 높을까? 그 답 또한 양국 데이터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방역 최대 무기는 사회적 거리 두기다. 이를 위해 필연적으로 가장 희생하는 계층은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따라서 이번 위기에서 중요한 변수는 소득 수준 그 자체보다도 '소득의 불안정성'이다. 소득이 불안정하고 들쭉날쭉한 사람들이 위기에 취약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자신의 소득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지, "불안정하고 들쭉날쭉"한지 물었다. 일본은 '안정적' 66%, '불안정' 34%였다. 그런데 한국은 '안정적' 54%, '불안정' 46%로 나타났다.

한국의 '안정적' 그룹과 '불안정' 그룹이 코로나19로 입은 피해를 보니, '안정적' 그룹은 36%만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반면 '불안정' 그룹에서는 소득이 줄어든 비율이 75%에 달했다. 소득의 불안정성이 큰 사회 구조, 가진 게 없는 사람들에게 더 가혹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이 감염병 재난을 '먹고 사는 문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번 조사 분석을 맡은 서울대학교 임동균(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확산 국면에서는 자영업자 등 특정 분야의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희생을 하며 방역 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 뒤에 이들이 치러낸 비용을 사회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를 논의할 수 있다. 단순하게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피해를 보는구나' 이렇게만 생각해서는 충분한 연대의식을 끌어올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마이클 샌델…석학들이 말하는 미래

KBS는 5월과 12월 두 차례 걸쳐 세계 석학들을 만났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총.균.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 프랑스 최고 석학 자크 아탈리, <노동의 종말>로 유명한 제레미 리프킨 등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에게 K-방역의 성과와 3차 유행을 맞고 있는 한국 사회, 재난이 드러낸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질문을 쏟아냈다. 당대 최고 지성으로 꼽히는 그들은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분석을 내놨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KBS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큰 정의의 문제는 혜택과 부담이 얼마나 잘 공유되는가 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리는 함께한다'는 구호를 듣고 있지만, 일부가 지나치게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반면 누군가는 위험을 덜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샌델 교수는 이어 "우리는 최전선에 있는 필수 인력들인 의사, 간호사뿐만 아니라 배달원, 식료품 점원, 창고 근로자, 경찰, 소방관, 위생 근무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으면서 정작 그들에 대한 대우는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의 경제와 공동선에 대한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 국민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KBS '코로나19 사회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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