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남겨진 아이들…코로나로 더 열악해진 환경

입력 2020.12.29 (06:41) 수정 2020.12.29 (06:4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조사해 봤더니 하루에 집 밖으로 30분도 나가지 않는다는 아동 비율은 특히 소득 하위계층일수록 높았습니다.

취약계층일수록 집에 있는 시간은 길어졌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보호자들의 경제적 사정은 더 어려워지면서 아이들은 하루 하루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조혜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반지하 단칸방에 달린 좁은 부엌.

난방조차 들어오지 않아 작은 전기 난로의 온기가 전부입니다.

이제 15살인 철수.

처음이 아닌 듯 자신만의 요리법으로 라면을 끓입니다.

[김철수(가명) : "(일주일에) 혼자 두, 세번? 두 번? (두 번 정도는 혼자 밥먹어요? 저녁은?) 한, 두 번 정도는 제가 먹어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주거빈곤 상태인 아동 2명 중 한 명은 낮에 보호자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철수도 엄마가 일을 가면 혼자 집을 지킵니다.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는 장판 밑의 습기로 집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피었고, 화장실은 허리를 다 펼 수조차 없습니다.

그런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게임이나 휴대폰뿐.

공부를 하려고 해도 학원을 다니지 않는 철수 혼자서는 내용을 따라가기가 벅찹니다.

[김철수(가명) : "(학교에 가면) 제대로 제가 모르는 부분 말할 수 있고, (온라인 강의는) 선생님이 (영상을) 찍기는 하는데 이게(내용이) 다 정해져 있다 보니…."]

이런 철수가 안타깝지만 엄마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철수 어머니 역시 올 초 일하던 식당이 폐업하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수 어머니 : "지금 가릴 때가 아니라 일이 들어오면 야간도 괜찮고 오전도 괜찮고, 오후도 괜찮고 뭐든지."]

수입은 코로나 이전보다 절반으로 줄어 월 50만 원 정도가 전부입니다.

월세 28만 원이 밀리고 밀려 보증금 200만 원은 이미 날렸습니다.

아이를 혼자 두는 것보다 두려운 건 아이를 위해 겨우 구한 반지하마저 잃게 되는 일입니다.

[철수 어머니 : "아이가 엄청 좋아했거든요, 여기 이사 와서. 그때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으니깐 많이 좋아했어요. 자기 공간이 있다고."]

코로나 19 이후 취약계층 아동들일수록 고립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에 남겨진 아이에게도, 일자리를 잃은 부모에게도 힘든 시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그래픽:고석훈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집에 남겨진 아이들…코로나로 더 열악해진 환경
    • 입력 2020-12-29 06:41:20
    • 수정2020-12-29 06:46:59
    뉴스광장 1부
[앵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조사해 봤더니 하루에 집 밖으로 30분도 나가지 않는다는 아동 비율은 특히 소득 하위계층일수록 높았습니다.

취약계층일수록 집에 있는 시간은 길어졌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보호자들의 경제적 사정은 더 어려워지면서 아이들은 하루 하루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조혜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반지하 단칸방에 달린 좁은 부엌.

난방조차 들어오지 않아 작은 전기 난로의 온기가 전부입니다.

이제 15살인 철수.

처음이 아닌 듯 자신만의 요리법으로 라면을 끓입니다.

[김철수(가명) : "(일주일에) 혼자 두, 세번? 두 번? (두 번 정도는 혼자 밥먹어요? 저녁은?) 한, 두 번 정도는 제가 먹어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조사 결과, 코로나19 이후 주거빈곤 상태인 아동 2명 중 한 명은 낮에 보호자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철수도 엄마가 일을 가면 혼자 집을 지킵니다.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는 장판 밑의 습기로 집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피었고, 화장실은 허리를 다 펼 수조차 없습니다.

그런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게임이나 휴대폰뿐.

공부를 하려고 해도 학원을 다니지 않는 철수 혼자서는 내용을 따라가기가 벅찹니다.

[김철수(가명) : "(학교에 가면) 제대로 제가 모르는 부분 말할 수 있고, (온라인 강의는) 선생님이 (영상을) 찍기는 하는데 이게(내용이) 다 정해져 있다 보니…."]

이런 철수가 안타깝지만 엄마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철수 어머니 역시 올 초 일하던 식당이 폐업하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수 어머니 : "지금 가릴 때가 아니라 일이 들어오면 야간도 괜찮고 오전도 괜찮고, 오후도 괜찮고 뭐든지."]

수입은 코로나 이전보다 절반으로 줄어 월 50만 원 정도가 전부입니다.

월세 28만 원이 밀리고 밀려 보증금 200만 원은 이미 날렸습니다.

아이를 혼자 두는 것보다 두려운 건 아이를 위해 겨우 구한 반지하마저 잃게 되는 일입니다.

[철수 어머니 : "아이가 엄청 좋아했거든요, 여기 이사 와서. 그때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으니깐 많이 좋아했어요. 자기 공간이 있다고."]

코로나 19 이후 취약계층 아동들일수록 고립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집에 남겨진 아이에게도, 일자리를 잃은 부모에게도 힘든 시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그래픽:고석훈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