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 아니면 받기 힘든 주거 지원

입력 2020.12.29 (21:31) 수정 2020.12.2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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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8일)에 이어 오늘(29일)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코로나19 시대, 주거 빈곤 아동들의 실태를 집중 보도합니다.

오늘은 이 아동들이 왜 취약한 주거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정부 주거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이수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방 2개짜리 준수네 집.

4인 가족 최저주거기준인 43㎡에도 못 미치는 좁은 공간에서 엄마와 초등학생 3명이 살고 있습니다.

보증금 4백만 원에 월세는 42만 원입니다.

엄마는 지난해 당뇨합병증으로 수술을 받았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일자리마저 줄어 월세를 제때 못 냅니다.

[엄마 : "애들이 학교를 3번 가느냐 1번 가느냐에 따라 들어가는 돈(식비)이 계속 틀려지니까... 밀려있는 공과금 체납을 해결하면 방세가 해결이 안 되고..."]

지윤이네는 방 하나짜리 집에서 무려 여섯 식구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엄마 : "여기서 다 자거든요 6명이. 애들끼리 겹겹이 쌓여 올라갈 때도 있고. 중간중간 잘 때 아이들 들고 옮기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지윤이네와 준수네 모두 정부의 주거 급여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준수네는 엄마의 근로능력이 인정되고, 지윤이네는 친척에게 돈을 빌린 내역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주거 지원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주거급여와 임대주택인데 모두 기초수급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윤이네는 전세임대주택 대상으로 선정되기는 했지만, 코로나19로 부부 모두 일자리를 잃으면서 자부담금 6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겨우 이 돈을 마련하고 나서야 새집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초수급자는 자부담 없이 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이사비 지원도 받을 수 있지만 지윤이네는 못 받은 겁니다.

이처럼 기초수급자에 해당하지 않아 주거지원을 사실상 못 받으면서도 월 소득 100만 원 정도에 불과한 중위소득 60%에 못 미치는 가구는 42만 가구로 추산됩니다.

전문가들은 가구당 소득 같은 일률적인 기준만 적용해서는 주거 빈곤 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김승현/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 소장 : "하나의 정책으로 아동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이 되고 그 안에서 그 가정에 맞는 맞춤형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정부는 2022년까지 자녀가 2명 이상인 주거 빈곤 가정에 임대주택 만 천 호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동이 있는 주거 빈곤 가구는 57만 가구나 됩니다.

KBS 뉴스 이수민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김현석

▼정부 지원 늘렸다지만…치솟는 집값에 밀려나는 다자녀 가구▼

[앵커]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주거복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모든 아동들이 충분히 자기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에서 지내도록 하겠다는, 이른바 아동주거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인데요,

정부정책이 현실에선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조혜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낡은 빌라 4층인 중학생 영수네 집.

집 안에는 살림살이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선반과 서랍장마다 아이들 물건으로 꽉 찼습니다.

영수네 집은 45㎡ 넓이에 방은 2개, 이 곳에서 중고등학생 3형제와 할머니가 6년째 살고 있습니다.

[영수 할머니/음성변조 : "안방에서 셋이 자거든요. 큰손자는 저 작은 방에서..."]

3형제가 커 가면서 거주 여건은 더 열악해졌습니다.

[영수 할머니/음성변조 : "애들이 커나가니깐 좁아졌다는 생각이 들고 애들이 각각 또 방을 달라는 거예요. (코로나19로) 애들이 학교도 안 가고 하니깐 더 좁아 보이는 거죠."]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가진 돈은 보증금 5백만 원이 전부입니다.

영수네 같은 저소득층이 지원받을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크게 3가집니다.

우선 지금 살고 있는 매입 입대주택은 자녀의 성별이 다른 가정에 방 3개가 있는 집을 우선 배정해 3형제인 민수네는 해당이 안 됩니다.

다음으로 공공기관이 직접 짓는 영구임대주택은 최대 면적이 40㎡로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도 좁습니다.

마지막으로 낮은 이자로 보증금을 지원하는 전세임대주택, 올해부터 수도권 세 자녀 가정은 지난해보다 5천만 원 늘어난 1억 4천만 원까지 빌려줍니다.

그렇다면 이 지원금으로 영수네는 실제 어떤 집을 구할 수 있을지 지금 살고 있는 곳 반경 1km 이내를 대상으로 직접 알아봤습니다.

부담 가능한 보증금을 이야기 하니,

[A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반지하, 반지하 방 세 개. (그 외에는) 안 되는 것만 있네요."]

지금은 4층인데 지하로 내려가야 하거나,

[B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저희는 찾을 수 없어요. 아무튼간 2억 미만으로 방 2개 계약된 적이 없어요."]

방이 오히려 1개로 줄어듭니다.

정부가 지원금을 늘렸지만, 수도권 집값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영수 할머니/음성변조 : "애들이 만약에 학교를 졸업했으면 아무 데나 가도 상관없는데 애들이 학교가 여기니깐 멀리 갈 수가 없어요."]

정부 지원만으로는 지금 살고 있는 좁은 집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 "단칸방에 있는 아동들은 굉장히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점이) 잘 안 보이거든요. 그 방 안에 4인 이상이 살다보니까 건강이, 정신적인 건강 문제가 대부분의 가정에서 관찰되는 상황이었어요. 나만의 공간을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다자녀 가구를 포함한 아동 주거권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그래픽:이근희 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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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생활수급자 아니면 받기 힘든 주거 지원
    • 입력 2020-12-29 21:31:06
    • 수정2020-12-29 22: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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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28일)에 이어 오늘(29일)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코로나19 시대, 주거 빈곤 아동들의 실태를 집중 보도합니다.

오늘은 이 아동들이 왜 취약한 주거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정부 주거 지원 정책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이수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방 2개짜리 준수네 집.

4인 가족 최저주거기준인 43㎡에도 못 미치는 좁은 공간에서 엄마와 초등학생 3명이 살고 있습니다.

보증금 4백만 원에 월세는 42만 원입니다.

엄마는 지난해 당뇨합병증으로 수술을 받았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일자리마저 줄어 월세를 제때 못 냅니다.

[엄마 : "애들이 학교를 3번 가느냐 1번 가느냐에 따라 들어가는 돈(식비)이 계속 틀려지니까... 밀려있는 공과금 체납을 해결하면 방세가 해결이 안 되고..."]

지윤이네는 방 하나짜리 집에서 무려 여섯 식구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엄마 : "여기서 다 자거든요 6명이. 애들끼리 겹겹이 쌓여 올라갈 때도 있고. 중간중간 잘 때 아이들 들고 옮기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지윤이네와 준수네 모두 정부의 주거 급여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준수네는 엄마의 근로능력이 인정되고, 지윤이네는 친척에게 돈을 빌린 내역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주거 지원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주거급여와 임대주택인데 모두 기초수급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윤이네는 전세임대주택 대상으로 선정되기는 했지만, 코로나19로 부부 모두 일자리를 잃으면서 자부담금 6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겨우 이 돈을 마련하고 나서야 새집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초수급자는 자부담 없이 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이사비 지원도 받을 수 있지만 지윤이네는 못 받은 겁니다.

이처럼 기초수급자에 해당하지 않아 주거지원을 사실상 못 받으면서도 월 소득 100만 원 정도에 불과한 중위소득 60%에 못 미치는 가구는 42만 가구로 추산됩니다.

전문가들은 가구당 소득 같은 일률적인 기준만 적용해서는 주거 빈곤 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김승현/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 소장 : "하나의 정책으로 아동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다양한 정책들이 마련이 되고 그 안에서 그 가정에 맞는 맞춤형 주거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정부는 2022년까지 자녀가 2명 이상인 주거 빈곤 가정에 임대주택 만 천 호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동이 있는 주거 빈곤 가구는 57만 가구나 됩니다.

KBS 뉴스 이수민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김현석

▼정부 지원 늘렸다지만…치솟는 집값에 밀려나는 다자녀 가구▼

[앵커]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주거복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모든 아동들이 충분히 자기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에서 지내도록 하겠다는, 이른바 아동주거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인데요,

정부정책이 현실에선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조혜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낡은 빌라 4층인 중학생 영수네 집.

집 안에는 살림살이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선반과 서랍장마다 아이들 물건으로 꽉 찼습니다.

영수네 집은 45㎡ 넓이에 방은 2개, 이 곳에서 중고등학생 3형제와 할머니가 6년째 살고 있습니다.

[영수 할머니/음성변조 : "안방에서 셋이 자거든요. 큰손자는 저 작은 방에서..."]

3형제가 커 가면서 거주 여건은 더 열악해졌습니다.

[영수 할머니/음성변조 : "애들이 커나가니깐 좁아졌다는 생각이 들고 애들이 각각 또 방을 달라는 거예요. (코로나19로) 애들이 학교도 안 가고 하니깐 더 좁아 보이는 거죠."]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가진 돈은 보증금 5백만 원이 전부입니다.

영수네 같은 저소득층이 지원받을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크게 3가집니다.

우선 지금 살고 있는 매입 입대주택은 자녀의 성별이 다른 가정에 방 3개가 있는 집을 우선 배정해 3형제인 민수네는 해당이 안 됩니다.

다음으로 공공기관이 직접 짓는 영구임대주택은 최대 면적이 40㎡로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도 좁습니다.

마지막으로 낮은 이자로 보증금을 지원하는 전세임대주택, 올해부터 수도권 세 자녀 가정은 지난해보다 5천만 원 늘어난 1억 4천만 원까지 빌려줍니다.

그렇다면 이 지원금으로 영수네는 실제 어떤 집을 구할 수 있을지 지금 살고 있는 곳 반경 1km 이내를 대상으로 직접 알아봤습니다.

부담 가능한 보증금을 이야기 하니,

[A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반지하, 반지하 방 세 개. (그 외에는) 안 되는 것만 있네요."]

지금은 4층인데 지하로 내려가야 하거나,

[B 공인중개사/음성변조 : "저희는 찾을 수 없어요. 아무튼간 2억 미만으로 방 2개 계약된 적이 없어요."]

방이 오히려 1개로 줄어듭니다.

정부가 지원금을 늘렸지만, 수도권 집값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겁니다.

[영수 할머니/음성변조 : "애들이 만약에 학교를 졸업했으면 아무 데나 가도 상관없는데 애들이 학교가 여기니깐 멀리 갈 수가 없어요."]

정부 지원만으로는 지금 살고 있는 좁은 집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 "단칸방에 있는 아동들은 굉장히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점이) 잘 안 보이거든요. 그 방 안에 4인 이상이 살다보니까 건강이, 정신적인 건강 문제가 대부분의 가정에서 관찰되는 상황이었어요. 나만의 공간을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다자녀 가구를 포함한 아동 주거권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그래픽:이근희 한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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