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한 기사는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택배업체의 ‘헛약속’

입력 2021.01.03 (21:22) 수정 2021.01.03 (21:5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지난해 숨진 택배기사 가운데 사인이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람은 모두 16명입니다.

과도한 업무로 택배기사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르자, 택배회사들은 분류작업에 인력을 더 투입하고, 심야배송을 멈추겠다며 대책을 내놨었는데요.

이 약속,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요?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상자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끌고 정육점 앞에 멈추는 남성.

짐을 옮기려던 중 갑자기 멈칫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영상 속 남성은 한진택배 기사 40살 김 모 씨.

두 차례 수술을 받고도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식을 못 찾고 있습니다.

[김미영/가명/한진택배 기사 여동생 : "의식이 돌아오는 건 많이 기다려봐야 된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수술을 앞으로 또 해야 하는 거죠."]

지난해 10월, 한진택배는 밤 10시가 지나면 배송을 멈추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 휴대전화엔 자정 넘어서까지 배송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김미영/가명/한진택배 기사 여동생 : "20시간 가까이 일을 했다고... 이렇게 늦게까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을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롯데택배 기사 부부는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문자메시지로 언제 퇴근하느냐고, 묻고 답합니다.

[롯데택배 기사 아내 : "새벽 두 시 반에 오더라고요. 잠을 거의 못 자고 출근을 했더라고요. 엘리베이터 타서 저절로 졸았다고..."]

연말엔 물량이 500개까지 늘어나 고3 아들까지 아빠를 도왔습니다.

일이 몰리면 사람을 더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바뀐 게 없습니다.

[롯데택배 기사 아내 : "(지난달) 24일에도 물량이 거의 400개가 넘었거든요. 너무 혼자 하기 힘드니까 아들한테 부탁해서... 같이 새벽 1시에 왔거든요."]

대표이사까지 나서 고개를 숙였던 CJ대한통운은 인력이 지원됐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연홍/CJ대한통운 기사 : "예전에는 알바생이 한 명도 없었는데 지금은 한 명 정도? 근데 그 한 명 가지고는 있으나 마나 한 인력이죠. 그런 보여주기식 있잖아요."]

코로나 유행 이후 물량이 급증하면서, 일하다 실신할 정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택배기사들.

소망은 단순합니다.

택배 업체들이 꼭 약속을 지키라는 겁니다.

[이연홍/CJ대한통운 기사 : "장시간 노동시간을 줄이는 거, 그것만 해결되면 거의 반 이상은 해결되지 않을까요? 저희는 크게 바라는 거 없습니다, 솔직히..."]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석훈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기절한 기사는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택배업체의 ‘헛약속’
    • 입력 2021-01-03 21:22:32
    • 수정2021-01-03 21:54:50
    뉴스 9
[앵커]

지난해 숨진 택배기사 가운데 사인이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람은 모두 16명입니다.

과도한 업무로 택배기사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르자, 택배회사들은 분류작업에 인력을 더 투입하고, 심야배송을 멈추겠다며 대책을 내놨었는데요.

이 약속,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요?

이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상자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끌고 정육점 앞에 멈추는 남성.

짐을 옮기려던 중 갑자기 멈칫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집니다.

영상 속 남성은 한진택배 기사 40살 김 모 씨.

두 차례 수술을 받고도 열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식을 못 찾고 있습니다.

[김미영/가명/한진택배 기사 여동생 : "의식이 돌아오는 건 많이 기다려봐야 된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수술을 앞으로 또 해야 하는 거죠."]

지난해 10월, 한진택배는 밤 10시가 지나면 배송을 멈추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 휴대전화엔 자정 넘어서까지 배송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김미영/가명/한진택배 기사 여동생 : "20시간 가까이 일을 했다고... 이렇게 늦게까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을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롯데택배 기사 부부는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문자메시지로 언제 퇴근하느냐고, 묻고 답합니다.

[롯데택배 기사 아내 : "새벽 두 시 반에 오더라고요. 잠을 거의 못 자고 출근을 했더라고요. 엘리베이터 타서 저절로 졸았다고..."]

연말엔 물량이 500개까지 늘어나 고3 아들까지 아빠를 도왔습니다.

일이 몰리면 사람을 더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바뀐 게 없습니다.

[롯데택배 기사 아내 : "(지난달) 24일에도 물량이 거의 400개가 넘었거든요. 너무 혼자 하기 힘드니까 아들한테 부탁해서... 같이 새벽 1시에 왔거든요."]

대표이사까지 나서 고개를 숙였던 CJ대한통운은 인력이 지원됐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연홍/CJ대한통운 기사 : "예전에는 알바생이 한 명도 없었는데 지금은 한 명 정도? 근데 그 한 명 가지고는 있으나 마나 한 인력이죠. 그런 보여주기식 있잖아요."]

코로나 유행 이후 물량이 급증하면서, 일하다 실신할 정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택배기사들.

소망은 단순합니다.

택배 업체들이 꼭 약속을 지키라는 겁니다.

[이연홍/CJ대한통운 기사 : "장시간 노동시간을 줄이는 거, 그것만 해결되면 거의 반 이상은 해결되지 않을까요? 저희는 크게 바라는 거 없습니다, 솔직히..."]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김석훈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