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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최저 4년’ 노렸던 日 스가…‘4월 버티기’도 힘겹다
입력 2021.01.05 (07:01) 특파원 리포트
“2021년 일본의 대문제, 차기 총리는 누구일까?” (주간 현대)

“‘포스트 스가 정권’, 자민당 총재 선거 이전 탄생” (주간 아사히)


새해 연휴가 끝난 1월 4일, 일본 시사 주간지 신년 호의 표지 제목입니다. 올해 일본 정국을 예측하면서 하나같이 ‘스가 내각의 단명’을 내다보고, 새 총리 후보 물망을 소개했습니다. ‘주간 아사히’는 “스가 정권이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이르면 오는 3월 말, 퇴진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적었습니다.

스가 내각이 출범한 지 고작 3개월여밖에 안된 상황. 특히 잡지가 나온 4일은 스가 총리가 집권 2년 차 청사진을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이 예고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주간 현대’(週刊現代)는 유가 부수로 55만 부, ‘주간 아사히’(週刊朝日)는 21만 부를 찍는 잡지입니다.


일본 시사 잡지 ‘주간 아사히’ 신년호.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이전에 ‘포스트 스가 정권’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주간 아사히 홈페이지>

일본 제100대 총리는 스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는 지난해 9월, 지병 악화로 물러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뒤를 이어 일본의 제99대 총리가 됐습니다. 아베 전 총리가 남긴 잔여 임기는 올해 9월 30일까지입니다. 애초 집권 자민당 내에선 그를 1년짜리 ‘단기 정권’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특정 타자를 상대해 급한 불을 끈 뒤 마운드를 내려가는 이른바 ‘원 포인트 릴리프’로 본 것입니다.

하지만 기대감은 커졌습니다. 스가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71%의 득표로 압승했고, 출범 직후 내각 지지율은 74%(요미우리신문 조사)까지 올랐습니다. 자민당 안에서는 점차 ‘본격(本格) 정권’이란 말이 퍼졌습니다.

연임을 위해 스가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라는 관문을 넘어야 합니다. 자민당 이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지난해 11월 TV 프로그램에 나와 “자민당이 2021년 9월 중의원 해산 후 총선거에서 승리하면 스가의 (자민당 총재) 무투표 재선이 바람직하다”며 힘을 실었습니다.

이게 현실화하면 스가는 잔여 임기 1년에 자민당 새 총재 임기 3년을 더해 ‘최소 4년’을 재임하게 됩니다. ‘일본의 제100대 총리’라는 상징성까지 덤으로 얻게 됩니다. 그 자신도 주변에 “디지털화, 탈(脫) 석탄 사회 구현 등의 정책이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면서 장기 집권의 뜻을 숨기지 않았던 거로 전해집니다.


지난달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40%. 내각 출범 이후 지지 여론과 비판 여론이 처음 역전됐다.

출범 3개월 만에 ‘적신호’

하지만 거품은 너무 빨리 꺼졌습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지난해 연말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40%까지 급락했습니다. 한 달 새 17%포인트나 빠졌습니다. 반면에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9%. 정권 출범 석 달 만에 처음으로 부(不)지지율이 지지율을 앞서는 ‘데드 크로스’가 발생한 겁니다.

이렇게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민당 내 불만도 분출하고 있습니다. 눈치 빠른 자민당 ‘중진 의원’들은 연일 일본 언론을 통해 익명으로 ‘스가 흔들기’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지지율이 오를 요소가 없다. 중의원 선거가 가까워지면 스가 총리로는 싸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요미우리 신문)

“스가 총리 스스로 메시지를 발신하는 역량이 부족하다. 1월에도 지지율이 내려간다면 언제 ‘스가 밀어내기’가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다.” (니혼TV)


지난해 11월 1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야구팬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경기장에는 정원의 약 86%가 입장했다. <일본 교도통신>

지지율이 보여주지 않는 것

스가 총리는 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어떻게 임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자민당) 총재 선거는 먼 이야기”라면서 “우선 눈앞의 과제부터 확실히 해결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눈 앞의 과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연일 3천 명을 넘고, 경제 전망도 암울합니다. 지난해에서 올해로 미뤄진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계 사정에 밝은 한 당국자는 최근 지지율 하락 추이를 좀 더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직전(9월 8일~9일),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은 ‘차기 총리에게 기대하는 과제’로 ‘코로나19 대책’(43.9%), ‘차기 총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지도력’(25.3%)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최근 조사(12월 5일~6일)를 보면 ‘코로나19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견은 55.5%였고,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유로 ‘지도력이 없다’(25.3%)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 당국자는 “국민이 원하고 있는 것을 놓쳤다는 게 스가 총리로선 더욱 뼈 아픈 대목”이라면서 “코로나19 등에 대해서도 당장 특단의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내각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하타 유이치로 의원이 코로나19로 숨지면서 4월 25일 지역구인 나가노에서 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일본 NHK 방송>

4월이 1차 생존 고비

스가 총리가 ‘3월 위기’를 넘기더라도 또 다른 고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4월 25일 중의원 홋카이도(北海道) 제2선거구와 참의원 나가노(長野) 선거구의 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스가 총리 취임 후 첫 국정 선거입니다.

홋카이도 제2선거구는 집권 자민당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 의원이 최근 금품 수수 의혹으로 사직함에 따라, 나가노의 경우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의원이 코로나19로 사망함에 따라 각각 보궐 선거가 시행됩니다.

상황은 간단치 않습니다. 두 선거구 모두 야당의 지지 기반을 무시할 수 없는 곳입니다. 특히 홋카이도는 요시카와가 금품 비리로 낙마한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어 자민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자민당이 참패한다면 각 파벌은 스가를 간판으로 삼아 총선까지 가도 괜찮을 것인지, 이제 본격적으로 의구심을 품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9월 임기 만료 이전이라도 ‘스가 내치기’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 [특파원 리포트] ‘최저 4년’ 노렸던 日 스가…‘4월 버티기’도 힘겹다
    • 입력 2021-01-05 07:01:20
    특파원 리포트
“2021년 일본의 대문제, 차기 총리는 누구일까?” (주간 현대)

“‘포스트 스가 정권’, 자민당 총재 선거 이전 탄생” (주간 아사히)


새해 연휴가 끝난 1월 4일, 일본 시사 주간지 신년 호의 표지 제목입니다. 올해 일본 정국을 예측하면서 하나같이 ‘스가 내각의 단명’을 내다보고, 새 총리 후보 물망을 소개했습니다. ‘주간 아사히’는 “스가 정권이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이르면 오는 3월 말, 퇴진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적었습니다.

스가 내각이 출범한 지 고작 3개월여밖에 안된 상황. 특히 잡지가 나온 4일은 스가 총리가 집권 2년 차 청사진을 밝히는 신년 기자회견이 예고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주간 현대’(週刊現代)는 유가 부수로 55만 부, ‘주간 아사히’(週刊朝日)는 21만 부를 찍는 잡지입니다.


일본 시사 잡지 ‘주간 아사히’ 신년호.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이전에 ‘포스트 스가 정권’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주간 아사히 홈페이지>

일본 제100대 총리는 스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는 지난해 9월, 지병 악화로 물러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뒤를 이어 일본의 제99대 총리가 됐습니다. 아베 전 총리가 남긴 잔여 임기는 올해 9월 30일까지입니다. 애초 집권 자민당 내에선 그를 1년짜리 ‘단기 정권’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특정 타자를 상대해 급한 불을 끈 뒤 마운드를 내려가는 이른바 ‘원 포인트 릴리프’로 본 것입니다.

하지만 기대감은 커졌습니다. 스가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71%의 득표로 압승했고, 출범 직후 내각 지지율은 74%(요미우리신문 조사)까지 올랐습니다. 자민당 안에서는 점차 ‘본격(本格) 정권’이란 말이 퍼졌습니다.

연임을 위해 스가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라는 관문을 넘어야 합니다. 자민당 이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지난해 11월 TV 프로그램에 나와 “자민당이 2021년 9월 중의원 해산 후 총선거에서 승리하면 스가의 (자민당 총재) 무투표 재선이 바람직하다”며 힘을 실었습니다.

이게 현실화하면 스가는 잔여 임기 1년에 자민당 새 총재 임기 3년을 더해 ‘최소 4년’을 재임하게 됩니다. ‘일본의 제100대 총리’라는 상징성까지 덤으로 얻게 됩니다. 그 자신도 주변에 “디지털화, 탈(脫) 석탄 사회 구현 등의 정책이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면서 장기 집권의 뜻을 숨기지 않았던 거로 전해집니다.


지난달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40%. 내각 출범 이후 지지 여론과 비판 여론이 처음 역전됐다.

출범 3개월 만에 ‘적신호’

하지만 거품은 너무 빨리 꺼졌습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지난해 연말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40%까지 급락했습니다. 한 달 새 17%포인트나 빠졌습니다. 반면에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9%. 정권 출범 석 달 만에 처음으로 부(不)지지율이 지지율을 앞서는 ‘데드 크로스’가 발생한 겁니다.

이렇게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민당 내 불만도 분출하고 있습니다. 눈치 빠른 자민당 ‘중진 의원’들은 연일 일본 언론을 통해 익명으로 ‘스가 흔들기’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지지율이 오를 요소가 없다. 중의원 선거가 가까워지면 스가 총리로는 싸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요미우리 신문)

“스가 총리 스스로 메시지를 발신하는 역량이 부족하다. 1월에도 지지율이 내려간다면 언제 ‘스가 밀어내기’가 시작돼도 이상하지 않다.” (니혼TV)


지난해 11월 1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야구팬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경기장에는 정원의 약 86%가 입장했다. <일본 교도통신>

지지율이 보여주지 않는 것

스가 총리는 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어떻게 임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자민당) 총재 선거는 먼 이야기”라면서 “우선 눈앞의 과제부터 확실히 해결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눈 앞의 과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연일 3천 명을 넘고, 경제 전망도 암울합니다. 지난해에서 올해로 미뤄진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계 사정에 밝은 한 당국자는 최근 지지율 하락 추이를 좀 더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직전(9월 8일~9일),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 일본 국민은 ‘차기 총리에게 기대하는 과제’로 ‘코로나19 대책’(43.9%), ‘차기 총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지도력’(25.3%)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최근 조사(12월 5일~6일)를 보면 ‘코로나19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견은 55.5%였고,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유로 ‘지도력이 없다’(25.3%)를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 당국자는 “국민이 원하고 있는 것을 놓쳤다는 게 스가 총리로선 더욱 뼈 아픈 대목”이라면서 “코로나19 등에 대해서도 당장 특단의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내각 지지율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하타 유이치로 의원이 코로나19로 숨지면서 4월 25일 지역구인 나가노에서 보궐 선거가 치러진다. <일본 NHK 방송>

4월이 1차 생존 고비

스가 총리가 ‘3월 위기’를 넘기더라도 또 다른 고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4월 25일 중의원 홋카이도(北海道) 제2선거구와 참의원 나가노(長野) 선거구의 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스가 총리 취임 후 첫 국정 선거입니다.

홋카이도 제2선거구는 집권 자민당 요시카와 다카모리(吉川貴盛) 의원이 최근 금품 수수 의혹으로 사직함에 따라, 나가노의 경우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의원이 코로나19로 사망함에 따라 각각 보궐 선거가 시행됩니다.

상황은 간단치 않습니다. 두 선거구 모두 야당의 지지 기반을 무시할 수 없는 곳입니다. 특히 홋카이도는 요시카와가 금품 비리로 낙마한 후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있어 자민당이 고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자민당이 참패한다면 각 파벌은 스가를 간판으로 삼아 총선까지 가도 괜찮을 것인지, 이제 본격적으로 의구심을 품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9월 임기 만료 이전이라도 ‘스가 내치기’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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