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바뀐 것’ 없는 택배업계…“올겨울에 죽지말자, 올겨울도 살아남자”

입력 2021.01.0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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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2도를 기록할 만큼 추웠던 어제(6일) 오전 10시쯤,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 우리가 흔히 집배원이라고 부르는 ‘집배 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추위로 빨개진 이들의 손에는 ‘명절 수준으로 늘어난 택배, 배달 인력 증원하라’ 등의 팻말이 들려있었습니다. 지난해 “일하다 과로사하지 않게”를 외쳤던 이들은 왜 다시 모이게 된 것일까요?

■“산재 15% 증가해도 ‘기다리라’는 답변…”올겨울에 죽지 말자, 올겨울도 살아남자“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체 택배 물량은 2019년 12월보다 첫째 주엔 36%, 둘째 주 42%, 셋째 주에는 50%나 늘었습니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자 택배 물량도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집배 노동자 19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집배 노동자들은 ”더는 동료의 죽음과 고통을 참지 않겠다“라며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택배 물량이 몰리는 설 연휴까지 다가오기 때문에 그 전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기 때문에 거리에 나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중원 민주우체국본부 공동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택배 물량이 2019년 대비 40% 늘었다“면서 ”넘쳐나는 택배 물량 때문에 집배 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택배 물량에 대한 근본적 처방 없이는 집배 노동자들의 고통이 해소될 수 없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의 안전과 대국민 집배 서비스도 담보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공동위원장은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 대책인 집배 인력과 분류 노동자에 대한 충원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추위보다 더 큰 절박함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는 이정원 민주우체국본부 경인지역본부 안양지부장은 ”택배 물량 대비 고중량 택배 증가량이 40%에 달해 집배 노동자들은 어려움은 커졌지만, 근본적 대책은 없다“라고 성토하며 ”산재가 15%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정사업본부는)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라며 우정사업본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어제 (6일)  열린 동절기 집배원 과로사 예방 대책 요구 기자회견 모습어제 (6일) 열린 동절기 집배원 과로사 예방 대책 요구 기자회견 모습

최승묵 민주우체국본부 공동위원자들은 ”강추위 속에서 열린 이번 기자회견의 요구는 사람답게 일하자, 더는 죽지 말자“라면서 ”‘올겨울에 죽지 말자, 올겨울도 살아남자’란 동료들끼리의 대화가 집배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집배 노동자의 과로사 예방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호소했습니다.

■”택배사가 ‘분류작업은 택배사 몫’ 합의 깨“ VS”합의한 적 없어…분류작업에 인력 투입하고 있어“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서 집배원들이 ”올겨울도 살아남자“란 외침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 택배 노동자’들은 어떤 상황일까요? 지난달 7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택배 노조와 택배 업체, 정부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 기구가 출범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5일과 29일 2차례에 걸친 회의가 있었습니다.

사회적 합의 기구의 논의로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나아졌을까요? 안타깝게도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대답은 ‘아니다’였습니다.
어제(6일) 열린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어제(6일) 열린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어제(6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15일에 열린 사회적 합의 기구 1차 회의에서 합의된 ‘분류 작업을 택배 업체가 맡기로 한 것’에 대해 택배 업체 측이 지난달 29일에 열린 2차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규모가 가장 큰 택배사인)CJ 대한통운은 보도자료를 통해 2,259명을 분류 작업에 투입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오전에 택배 물량을 배달하면 그동안 분류 인력이 택배를 또 분류하고 2차로 오후에 배송하는 이른바 ‘2회전 배송’을 위해 투입된 인력이거나 택배 노동자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인력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대책위는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지난해 10월 연이어 발생했던 (택배 노동자의)과로사 행렬이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주장하고 있는 ‘합의된 내용을 파기했단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물류협회는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는 대책위가 주장하는 ‘분류 작업에 대한 합의’는 없었고 ‘법률적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CJ 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말까지 2,370명의 인력이 분류 작업에 투입됐다“면서 ”이들 중 ‘2회전 배송’에 투입된 이들은 전체의 32%였고, 투입된 노동자의 비용 역시 회사와 집배점 간 협의에 따라 정산됐다“면서 과로사 대책위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분류작업 합의’에 대한 양측의 사실 공방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오는 12일 사회적 합의 기구 제3차 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합의 기구’인 만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때 ‘실효성 없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23일 경기 수원시에서 일하던 30대 택배 노동자가 또다시 숨졌습니다. 박 씨는 택배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몸무게가 20kg 줄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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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에도 ‘바뀐 것’ 없는 택배업계…“올겨울에 죽지말자, 올겨울도 살아남자”
    • 입력 2021-01-07 06:02:08
    취재K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2도를 기록할 만큼 추웠던 어제(6일) 오전 10시쯤,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 우리가 흔히 집배원이라고 부르는 ‘집배 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추위로 빨개진 이들의 손에는 ‘명절 수준으로 늘어난 택배, 배달 인력 증원하라’ 등의 팻말이 들려있었습니다. 지난해 “일하다 과로사하지 않게”를 외쳤던 이들은 왜 다시 모이게 된 것일까요?

■“산재 15% 증가해도 ‘기다리라’는 답변…”올겨울에 죽지 말자, 올겨울도 살아남자“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체 택배 물량은 2019년 12월보다 첫째 주엔 36%, 둘째 주 42%, 셋째 주에는 50%나 늘었습니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비대면 서비스가 증가하자 택배 물량도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집배 노동자 19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집배 노동자들은 ”더는 동료의 죽음과 고통을 참지 않겠다“라며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택배 물량이 몰리는 설 연휴까지 다가오기 때문에 그 전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기 때문에 거리에 나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중원 민주우체국본부 공동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택배 물량이 2019년 대비 40% 늘었다“면서 ”넘쳐나는 택배 물량 때문에 집배 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택배 물량에 대한 근본적 처방 없이는 집배 노동자들의 고통이 해소될 수 없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의 안전과 대국민 집배 서비스도 담보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공동위원장은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 대책인 집배 인력과 분류 노동자에 대한 충원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추위보다 더 큰 절박함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는 이정원 민주우체국본부 경인지역본부 안양지부장은 ”택배 물량 대비 고중량 택배 증가량이 40%에 달해 집배 노동자들은 어려움은 커졌지만, 근본적 대책은 없다“라고 성토하며 ”산재가 15%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정사업본부는)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라며 우정사업본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어제 (6일)  열린 동절기 집배원 과로사 예방 대책 요구 기자회견 모습
최승묵 민주우체국본부 공동위원자들은 ”강추위 속에서 열린 이번 기자회견의 요구는 사람답게 일하자, 더는 죽지 말자“라면서 ”‘올겨울에 죽지 말자, 올겨울도 살아남자’란 동료들끼리의 대화가 집배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집배 노동자의 과로사 예방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호소했습니다.

■”택배사가 ‘분류작업은 택배사 몫’ 합의 깨“ VS”합의한 적 없어…분류작업에 인력 투입하고 있어“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서 집배원들이 ”올겨울도 살아남자“란 외침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 택배 노동자’들은 어떤 상황일까요? 지난달 7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택배 노조와 택배 업체, 정부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 기구가 출범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5일과 29일 2차례에 걸친 회의가 있었습니다.

사회적 합의 기구의 논의로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나아졌을까요? 안타깝게도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대답은 ‘아니다’였습니다.
어제(6일) 열린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어제(6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달 15일에 열린 사회적 합의 기구 1차 회의에서 합의된 ‘분류 작업을 택배 업체가 맡기로 한 것’에 대해 택배 업체 측이 지난달 29일에 열린 2차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규모가 가장 큰 택배사인)CJ 대한통운은 보도자료를 통해 2,259명을 분류 작업에 투입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오전에 택배 물량을 배달하면 그동안 분류 인력이 택배를 또 분류하고 2차로 오후에 배송하는 이른바 ‘2회전 배송’을 위해 투입된 인력이거나 택배 노동자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인력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대책위는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지난해 10월 연이어 발생했던 (택배 노동자의)과로사 행렬이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통합물류협회는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주장하고 있는 ‘합의된 내용을 파기했단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물류협회는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는 대책위가 주장하는 ‘분류 작업에 대한 합의’는 없었고 ‘법률적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CJ 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말까지 2,370명의 인력이 분류 작업에 투입됐다“면서 ”이들 중 ‘2회전 배송’에 투입된 이들은 전체의 32%였고, 투입된 노동자의 비용 역시 회사와 집배점 간 협의에 따라 정산됐다“면서 과로사 대책위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분류작업 합의’에 대한 양측의 사실 공방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오는 12일 사회적 합의 기구 제3차 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합의 기구’인 만큼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때 ‘실효성 없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23일 경기 수원시에서 일하던 30대 택배 노동자가 또다시 숨졌습니다. 박 씨는 택배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몸무게가 20kg 줄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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