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코로나19에 더 위험”…전담 병상·인력 확보 시급

입력 2021.01.07 (07:01) 수정 2021.01.0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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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0일부터 동일집단 격리중인 충북 진천의 정신질환자 치료 병원지난해 11월 20일부터 동일집단 격리중인 충북 진천의 정신질환자 치료 병원

“100% 감염될 때까지 그 안에 갇혀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거예요.
말 그대로 비극입니다” -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 “충북 집단격리 병원 확진자 90%가 정신질환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 이미 병원 안에서 퍼지고 있었습니다.

확진자가 나와 시설 전체가 동일집단 격리 중인 충북의 병원은 괴산과 진천, 음성, 옥천에 있는 4곳입니다. 최근 두 달여 동안 이 4곳에서만 환자, 직원 등 40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충북 진천군, 괴산군 등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병원 전체를 격리 조치했습니다.

하지만 속수 무책이었습니다. 격리 시설에 남겨진 이들 사이에 연쇄 감염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흡기 질환 전문 의료진은 “무증상 잠복기를 거치면서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말그대로 ‘잠재적 감염 상태’라는 겁니다.

자료화면자료화면

확진자가 나온 충북 음성소망병원, 진천도은병원, 괴산성모병원, 그리고 옥천에 있는 병원은 모두 정신질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입니다. 이들 병원 4곳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직원 400여 명 가운데 90%가 정신질환자입니다.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 다른 환자들에 비해 의사 소통이 어렵고,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지 통제하기도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정신질환 확진자를 전담할 별도의 치료 병상과 인력, 격리 장비 등이 더 필요하다고도 말합니다.


■ 전담 치료 병상 부족에 대기 길어져...우리나라 전체에 260여 실 불과

병원에서 집단격리 중인 이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도, 별도의 병상을 배정 받은 뒤에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집단 격리중인 충북지역 정신질환 전문 병원 4곳의 환자와 직원은 모두 960여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가용 병상은 우리나라 전체에 260여 실에 불과합니다. 각고 끝에 전담 병상을 배정받더라도, 보조 인력과 음압기 등까지 제대로 갖춰져야 이송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보건 당국의 설명입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전담 치료를 받을 때까지 대기하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충북의 정신병원 3곳에선 감염 확산 초기, 확진자 149명을 전담 치료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에만 꼬박 열흘이 걸렸습니다. 정신질환자 전담 치료 병상과 인력 확보가 지체되어섭니다.

■ 집단 감염 확인 음성소망병원을 ‘(정신질환) 경증 확진자 치료 병원’으로 지정

결국, 보건 당국은 집단 감염이 확인된 충북 음성소망병원을 (정신질환) 경증 확진자 치료 병원으로 지정했습니다. 확진자가 나왔던 병동의 확진자와 비확진자 130여 명을 국립부곡병원, 국립공주병원 등으로 옮긴 뒤였습니다. 충북 음성소망병원 전체를 모두 비운 뒤 방역하고, 한 병동에 격벽과 음압기 등을 설치했습니다. 이어 20여 명의 전담 인력을 투입해 모두 100명의 경증 확진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로써 국내 정신질환 확진자 전담 치료 병원은 국립마산병원과 국립정신건강센터, 음성소망병원으로 이제 겨우 세 곳이 됐습니다. 충북 진천, 괴산 등 근처 정신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 등 85명은 현재 음성소망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비감염자는 다른 폐쇄 병동에서 기존대로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정신질환 확진자, 증상 악화 위험도 27% 더 높아” …대기 중 사망까지

출처: 세종대학교·서울아산병원 연구진출처: 세종대학교·서울아산병원 연구진

이런 정신질환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세종대학교와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확진자와 그 외에 일반 확진자 1,300여 명씩을 집단 추출해 증상 등을 비교 분석했더니,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확진자 집단에서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도가 27%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의학적인 요인은 밝혀진 게 없지만, 감염 의심 증상 등에 대한 의사 소통이 어렵거나 그 외의 사회적인 요인, 환자 개인의 감정 상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두 달여 동안 충북에서는 정신질환을 앓던 코로나19 확진자 9명이 숨졌습니다. 충북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 가까이나 됩니다. 대부분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전담 병상을 배치 받기 기다리다가 증상이 악화해 숨졌거나, 사망한 뒤 양성으로 확인된 정신질환자였습니다.

충북에서 처음으로 병원 내 정신질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지난해 12월 15일이었습니다.
두 달 가까이 되도록 동일집단 격리 중인 병원에선 확진자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흘여 간격으로 이뤄지는 전수 검사에서 연쇄 감염이 계속 확인되고 있는 겁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양성’ 판정을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동일집단 격리는 결국 병상 부족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적당한 장소나 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

정신병동, 폐쇄병동에서 집단 발병한 경우에는 평소 대비 의료 이용량이나 필요도가 높습니다. 정신질환 확진자를 위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이승원, 세종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더 이상의 감염 확산 피해를 막아내야 한다는, 정신질환자 연쇄 감염 차단에 방역 당국이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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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질환자 코로나19에 더 위험”…전담 병상·인력 확보 시급
    • 입력 2021-01-07 07:01:26
    • 수정2021-01-07 07:17:35
    취재K
지난해 11월 20일부터 동일집단 격리중인 충북 진천의 정신질환자 치료 병원
“100% 감염될 때까지 그 안에 갇혀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거예요.
말 그대로 비극입니다” -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 “충북 집단격리 병원 확진자 90%가 정신질환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 이미 병원 안에서 퍼지고 있었습니다.

확진자가 나와 시설 전체가 동일집단 격리 중인 충북의 병원은 괴산과 진천, 음성, 옥천에 있는 4곳입니다. 최근 두 달여 동안 이 4곳에서만 환자, 직원 등 400명 이상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충북 진천군, 괴산군 등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병원 전체를 격리 조치했습니다.

하지만 속수 무책이었습니다. 격리 시설에 남겨진 이들 사이에 연쇄 감염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흡기 질환 전문 의료진은 “무증상 잠복기를 거치면서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말그대로 ‘잠재적 감염 상태’라는 겁니다.

자료화면
확진자가 나온 충북 음성소망병원, 진천도은병원, 괴산성모병원, 그리고 옥천에 있는 병원은 모두 정신질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입니다. 이들 병원 4곳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직원 400여 명 가운데 90%가 정신질환자입니다.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 다른 환자들에 비해 의사 소통이 어렵고,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지 통제하기도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정신질환 확진자를 전담할 별도의 치료 병상과 인력, 격리 장비 등이 더 필요하다고도 말합니다.


■ 전담 치료 병상 부족에 대기 길어져...우리나라 전체에 260여 실 불과

병원에서 집단격리 중인 이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도, 별도의 병상을 배정 받은 뒤에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집단 격리중인 충북지역 정신질환 전문 병원 4곳의 환자와 직원은 모두 960여 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가용 병상은 우리나라 전체에 260여 실에 불과합니다. 각고 끝에 전담 병상을 배정받더라도, 보조 인력과 음압기 등까지 제대로 갖춰져야 이송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보건 당국의 설명입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전담 치료를 받을 때까지 대기하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충북의 정신병원 3곳에선 감염 확산 초기, 확진자 149명을 전담 치료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에만 꼬박 열흘이 걸렸습니다. 정신질환자 전담 치료 병상과 인력 확보가 지체되어섭니다.

■ 집단 감염 확인 음성소망병원을 ‘(정신질환) 경증 확진자 치료 병원’으로 지정

결국, 보건 당국은 집단 감염이 확인된 충북 음성소망병원을 (정신질환) 경증 확진자 치료 병원으로 지정했습니다. 확진자가 나왔던 병동의 확진자와 비확진자 130여 명을 국립부곡병원, 국립공주병원 등으로 옮긴 뒤였습니다. 충북 음성소망병원 전체를 모두 비운 뒤 방역하고, 한 병동에 격벽과 음압기 등을 설치했습니다. 이어 20여 명의 전담 인력을 투입해 모두 100명의 경증 확진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로써 국내 정신질환 확진자 전담 치료 병원은 국립마산병원과 국립정신건강센터, 음성소망병원으로 이제 겨우 세 곳이 됐습니다. 충북 진천, 괴산 등 근처 정신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 등 85명은 현재 음성소망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비감염자는 다른 폐쇄 병동에서 기존대로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 “정신질환 확진자, 증상 악화 위험도 27% 더 높아” …대기 중 사망까지

출처: 세종대학교·서울아산병원 연구진
이런 정신질환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세종대학교와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확진자와 그 외에 일반 확진자 1,300여 명씩을 집단 추출해 증상 등을 비교 분석했더니,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확진자 집단에서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할 위험도가 27%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의학적인 요인은 밝혀진 게 없지만, 감염 의심 증상 등에 대한 의사 소통이 어렵거나 그 외의 사회적인 요인, 환자 개인의 감정 상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두 달여 동안 충북에서는 정신질환을 앓던 코로나19 확진자 9명이 숨졌습니다. 충북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 가까이나 됩니다. 대부분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전담 병상을 배치 받기 기다리다가 증상이 악화해 숨졌거나, 사망한 뒤 양성으로 확인된 정신질환자였습니다.

충북에서 처음으로 병원 내 정신질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지난해 12월 15일이었습니다.
두 달 가까이 되도록 동일집단 격리 중인 병원에선 확진자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흘여 간격으로 이뤄지는 전수 검사에서 연쇄 감염이 계속 확인되고 있는 겁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양성’ 판정을 사례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동일집단 격리는 결국 병상 부족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적당한 장소나 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
-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

정신병동, 폐쇄병동에서 집단 발병한 경우에는 평소 대비 의료 이용량이나 필요도가 높습니다. 정신질환 확진자를 위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이승원, 세종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더 이상의 감염 확산 피해를 막아내야 한다는, 정신질환자 연쇄 감염 차단에 방역 당국이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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