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법 개정…‘갈매기 섬’ 진상규명 다시 시작되나

입력 2021.01.07 (07:46) 수정 2021.01.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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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50년 진도 의신면에 있는 무인도 갈매기섬에서 해남지역 보도 연맹원들이 경찰에 의해 집단으로 희생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희생된 사람만 3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배상을 받은 유족은 40여 명에 불과합니다.

최근 과거사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갈매기섬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박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6.25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0년 7월, 농민운동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해남 청년 수백 명이 진도 갈매기섬으로 끌려가 희생된 '해남 보도연맹 사건'.

사건 발생 69년만인 지난해, 해남군에 세워진 희생자 추모탑입니다.

지난 2008년 진실과 화해위원회의 피해자 조사 이후 희생자 49명이 소송을 통해 국가배상을 받아 유족들이 배상금 일부를 모아 세웠습니다.

이 추모탑에는 갈매기섬 관련 희생자 63명의 이름이 적혀있지만, 유족과 관련 단체들은 이들을 포함해 350여 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6.25당시 당시 8살이었던 오길록 씨는 긴 세월이 흘렀어도 형님이 끌려가던 마지막 모습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오길록/해남 보도연맹 피해자 유족 : "그때 형님이 '내가 왜 끌려가냐, 내가 왜 죄가 있냐, 사건이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는데 무조건 끌고 가냐' 그러니까 말이 많다고 그러고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때리면서 피를 흘리면서 끌려가는 형님을..."]

오 씨의 친누나 역시 경찰에게 '왜 죄 없는 사람을 죽이냐'고 항의하다 그 자리에서 총살당했습니다.

심지어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섬을 찾았던 유족들도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아직 200여 명의 희생자들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 2008년 갈매기섬에서 50구의 유골이 수습된 뒤로 진상규명 활동은 중단된 상황.

과거사법 개정으로 피해조사 신청이 재개됐지만, 고령인 유족들의 신청을 기다리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박문규/진도군 유족회장 : "시장·군수들은 적극적으로 안 하고, 민간인이 와서 접수해 주기만을 바라고 그야말로 소극행정의 표본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던 갈매기섬의 진실이 이번엔 제대로 규명될 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박지성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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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사법 개정…‘갈매기 섬’ 진상규명 다시 시작되나
    • 입력 2021-01-07 07:46:31
    • 수정2021-01-07 09:38:23
    뉴스광장(광주)
[앵커]

1950년 진도 의신면에 있는 무인도 갈매기섬에서 해남지역 보도 연맹원들이 경찰에 의해 집단으로 희생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희생된 사람만 300여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배상을 받은 유족은 40여 명에 불과합니다.

최근 과거사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갈매기섬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박지성 기자입니다.

[리포트]

6.25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0년 7월, 농민운동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해남 청년 수백 명이 진도 갈매기섬으로 끌려가 희생된 '해남 보도연맹 사건'.

사건 발생 69년만인 지난해, 해남군에 세워진 희생자 추모탑입니다.

지난 2008년 진실과 화해위원회의 피해자 조사 이후 희생자 49명이 소송을 통해 국가배상을 받아 유족들이 배상금 일부를 모아 세웠습니다.

이 추모탑에는 갈매기섬 관련 희생자 63명의 이름이 적혀있지만, 유족과 관련 단체들은 이들을 포함해 350여 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6.25당시 당시 8살이었던 오길록 씨는 긴 세월이 흘렀어도 형님이 끌려가던 마지막 모습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오길록/해남 보도연맹 피해자 유족 : "그때 형님이 '내가 왜 끌려가냐, 내가 왜 죄가 있냐, 사건이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는데 무조건 끌고 가냐' 그러니까 말이 많다고 그러고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때리면서 피를 흘리면서 끌려가는 형님을..."]

오 씨의 친누나 역시 경찰에게 '왜 죄 없는 사람을 죽이냐'고 항의하다 그 자리에서 총살당했습니다.

심지어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섬을 찾았던 유족들도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아직 200여 명의 희생자들의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 2008년 갈매기섬에서 50구의 유골이 수습된 뒤로 진상규명 활동은 중단된 상황.

과거사법 개정으로 피해조사 신청이 재개됐지만, 고령인 유족들의 신청을 기다리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박문규/진도군 유족회장 : "시장·군수들은 적극적으로 안 하고, 민간인이 와서 접수해 주기만을 바라고 그야말로 소극행정의 표본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던 갈매기섬의 진실이 이번엔 제대로 규명될 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박지성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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