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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학교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 설치…처벌은?
입력 2021.01.07 (11:50) 수정 2021.01.07 (16:04) 취재K
학교 여자 화장실 자료화면학교 여자 화장실 자료화면

■고등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발견된 카메라…설치한 사람은 '교사'

지난해 6월 24일 오전 8시 45분.

경남 김해의 한 고등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카메라가 발견됐습니다. 청소 노동자가 변기 안쪽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를 발견한 것.

청소 노동자는 이 학교 1학년 담임인 40대 남성 교사 A 씨에게 신고하고 카메라를 전달했습니다.

A 씨는 카메라 속 이동식 저장장치를 버린 뒤 교장에게 카메라를 전달했습니다. 경찰이 복도 폐쇄회로 TV를 확인해 카메라를 설치한 범인을 잡고 보니 다름 아닌 교사 A 씨였습니다.


■여자 화장실 수십 차례 몰래 들어가 '훔쳐보고 불법 촬영'

수사 결과 A 씨가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한 건 모두 9차례. 지난해 4월 10일쯤부터 6월 24일 적발되기까지 1층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안쪽에 불법 설치했습니다.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고도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건 모두 23차례였습니다. A 씨는 지난해 3월 4일부터 석 달여 동안 이곳에 출입하는 동료 여교사들을 훔쳐보기 위해 1층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갔습니다.

샤워실 자료화면샤워실 자료화면

■다른 학교와 연수원에서도 수년 동안 범행

A 씨의 범행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2017년 9월, 경남 고성군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에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했습니다.

2019년 5월에는 경남 남해군에 있는 경남교육청 학생교육원의 여학생 샤워실 벽에 스위치 모양의 카메라를 설치해 여학생들이 샤워하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같은 교육원 여교사 샤워실에도 같은 방법으로 동료 교사들의 샤워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A 씨는 호기심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판사 "가르침 대상인 학생을 추악한 범죄 대상으로"

지난 5일 열린 A 씨의 1심 선고공판. 창원지법 형사3단독 조현욱 판사는 판결에 앞서 이번 범죄의 죄질이 얼마나 나쁜지를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와 '교사라는 사람의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해, 판결문에 다 실리지 못한 조 판사의 말을 메모했습니다.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불법 촬영과 관련한 여러 논문과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성범죄 중에서도 최근 불법 촬영 범죄가 특히 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경찰과 사관생도, 개그맨, 공무원까지 불법 촬영을 일삼았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불안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여성들은 평생 안전하게 생활할 수 없습니다."

"A 씨는 선생님으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학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가르치고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또 범행이 일어난 곳은 배움의 터전으로 학생들이 인격을 형성해야 하는 곳입니다. 가정만큼 안전해야 할 곳입니다.

그런데 A 씨는 가르침의 대상인 학생들을 추악한 범죄의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일반인들에게 학교와 교사에 대한 배신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사회의 추악한 부분을 학교까지 번지게 했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같은 내용의 범죄라도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 지위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판결문 "학교와 교사 신뢰 잃게 해 죄질 극히 나빠"

판결문에 적힌 양형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고인의 직업과 지위, 범행 장소의 특성, 피해자들과의 관계를 보면 죄질이 극히 나쁘다. 또 디지털 범죄의 복제 및 전파 가능성에 비쳐 죄의 책임 역시 매우 무겁다."

"치밀하고 대담한 계획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신뢰 관계에 있는 동료 교사와 학생들의 가장 보호돼야 할 내밀한 사생활 영역을 몰래 촬영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피해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두려워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과 불안을 겪고 있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원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불법 촬영 84.3%가 1심 집행유예…이번엔?

지난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5년간의 법원 양형을 분석했습니다. 2014~2018년 5년 동안 불법 촬영 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모두 1,577명. 이들 가운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48명에 불과했고, 84.3%인 1,329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만연하고 있는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꾸준히 일고 있습니다.

조 판사는 A 씨에게 건조물 침입,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 없는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을 함께 본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검찰의 구형대로 징역 4년이 내려졌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재판부가 고심하고 연구한 흔적이 깊게 보인 만큼 앞으로도 강력한 처벌이 이어져 불법 촬영 범죄가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선생님이 학교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 설치…처벌은?
    • 입력 2021-01-07 11:50:49
    • 수정2021-01-07 16:04:42
    취재K
학교 여자 화장실 자료화면학교 여자 화장실 자료화면

■고등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발견된 카메라…설치한 사람은 '교사'

지난해 6월 24일 오전 8시 45분.

경남 김해의 한 고등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카메라가 발견됐습니다. 청소 노동자가 변기 안쪽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를 발견한 것.

청소 노동자는 이 학교 1학년 담임인 40대 남성 교사 A 씨에게 신고하고 카메라를 전달했습니다.

A 씨는 카메라 속 이동식 저장장치를 버린 뒤 교장에게 카메라를 전달했습니다. 경찰이 복도 폐쇄회로 TV를 확인해 카메라를 설치한 범인을 잡고 보니 다름 아닌 교사 A 씨였습니다.


■여자 화장실 수십 차례 몰래 들어가 '훔쳐보고 불법 촬영'

수사 결과 A 씨가 여자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한 건 모두 9차례. 지난해 4월 10일쯤부터 6월 24일 적발되기까지 1층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 안쪽에 불법 설치했습니다.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고도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건 모두 23차례였습니다. A 씨는 지난해 3월 4일부터 석 달여 동안 이곳에 출입하는 동료 여교사들을 훔쳐보기 위해 1층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갔습니다.

샤워실 자료화면샤워실 자료화면

■다른 학교와 연수원에서도 수년 동안 범행

A 씨의 범행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2017년 9월, 경남 고성군의 한 고등학교 체육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에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촬영했습니다.

2019년 5월에는 경남 남해군에 있는 경남교육청 학생교육원의 여학생 샤워실 벽에 스위치 모양의 카메라를 설치해 여학생들이 샤워하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같은 교육원 여교사 샤워실에도 같은 방법으로 동료 교사들의 샤워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A 씨는 호기심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판사 "가르침 대상인 학생을 추악한 범죄 대상으로"

지난 5일 열린 A 씨의 1심 선고공판. 창원지법 형사3단독 조현욱 판사는 판결에 앞서 이번 범죄의 죄질이 얼마나 나쁜지를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와 '교사라는 사람의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해, 판결문에 다 실리지 못한 조 판사의 말을 메모했습니다.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불법 촬영과 관련한 여러 논문과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성범죄 중에서도 최근 불법 촬영 범죄가 특히 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경찰과 사관생도, 개그맨, 공무원까지 불법 촬영을 일삼았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습니다. 불법 촬영 범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불안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여성들은 평생 안전하게 생활할 수 없습니다."

"A 씨는 선생님으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학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가르치고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또 범행이 일어난 곳은 배움의 터전으로 학생들이 인격을 형성해야 하는 곳입니다. 가정만큼 안전해야 할 곳입니다.

그런데 A 씨는 가르침의 대상인 학생들을 추악한 범죄의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일반인들에게 학교와 교사에 대한 배신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사회의 추악한 부분을 학교까지 번지게 했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같은 내용의 범죄라도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 지위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판결문 "학교와 교사 신뢰 잃게 해 죄질 극히 나빠"

판결문에 적힌 양형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고인의 직업과 지위, 범행 장소의 특성, 피해자들과의 관계를 보면 죄질이 극히 나쁘다. 또 디지털 범죄의 복제 및 전파 가능성에 비쳐 죄의 책임 역시 매우 무겁다."

"치밀하고 대담한 계획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신뢰 관계에 있는 동료 교사와 학생들의 가장 보호돼야 할 내밀한 사생활 영역을 몰래 촬영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피해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두려워할 정도로 정신적 고통과 불안을 겪고 있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원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불법 촬영 84.3%가 1심 집행유예…이번엔?

지난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5년간의 법원 양형을 분석했습니다. 2014~2018년 5년 동안 불법 촬영 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모두 1,577명. 이들 가운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48명에 불과했고, 84.3%인 1,329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만연하고 있는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꾸준히 일고 있습니다.

조 판사는 A 씨에게 건조물 침입,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 없는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을 함께 본 여성단체 관계자들은 "검찰의 구형대로 징역 4년이 내려졌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도 "재판부가 고심하고 연구한 흔적이 깊게 보인 만큼 앞으로도 강력한 처벌이 이어져 불법 촬영 범죄가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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