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비용 기부에 소상공인 무료 홍보도…‘비대면 시대’ 온정

입력 2021.01.07 (13:26) 수정 2021.01.0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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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매출도 줄었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줄일 순 없죠."

코로나19로 연말연시 행사가 취소되면서 그 비용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며 온정을 나누는 착한 사람들. 그 주인공은 제주도내 한 운송 전문 기업의 직원 80여 명이다.

이들은 6년째 연말마다 직원과 직원 가족들이 함께하는 송년회를 하고 기부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송년회를 열지 못하게 되자 그 비용 500만 원을 고스란히 제주사회복지공동보금회에 기부했다.

단순 행사 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송년회 비용을 어려운 주변 이웃을 위해 쓰자는 직원들의 마음이 모인 결과이다.

직원 이수현씨는 "직원들 가족까지 다 모여 게임을 하고 우수사원 표창도 하며 식사를 하는 송년회는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회사 행사로 올해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열지 못해 아쉽지만 2020년을 나눔으로 마무리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성구 대표도 "운송 전문 회사이다 보니 유독 2020년은 매출이 크게 주는 등 운영이 쉽지 않았지만, 나눔의 마음마저 줄일 수는 없었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다양한 형태의 기부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소상공인 사장님들 힘내세요! 포장·배달 홍보는 우리가!"

57년 만에 첫 한파경보가 발효된 제주. 제주 원도심에 둥지를 튼 한 문화기획·마케팅 업체 사무실에선 청년들의 회의가 한창이었다.

"우리가 만든 표지를 이용하셔서 대표 이미지로 쓰시도록 하자", "사장님, 포장되나요? 이 제목은 어떤가요? (웃음)", "무료 홍보를 하면서 이벤트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청년 11명으로 꾸려진 이 회사 직원들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에게 어떻게 힘을 보탤지 매일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업 사회공헌은 거리 두기 강화로 포장과 배달을 시작한 식당을 소개하는 일이다. 이 회사의 카카오톡 채널에서 식당 주인이나 식당을 방문했던 손님이 홍보를 신청하면 팔로워가 3만 명에 육박하는 회사 SNS에서 식당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초와 현재도 진행 중인 2차례 신청에 참여한 식당은 90여 곳이고 지금도 신청을 받고 있다.

이 회사 역시 경기침체로 지난해 매출이 줄어 운영이 녹록지 않지만 침체한 제주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이웃에게 시선을 돌릴 수 있었던 건 그동안 받은 것을 나눠야 한다는 청년들의 마음 덕분이었다.

김유진 기획마케팅 담당은 "식당 사장님들이 포스팅 덕분에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고맙다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자신이 그분들과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기뻤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홍보해드릴까 고민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배우고 얻는 게 더 많다"며 수줍게 말하는 20대 청년 직원의 어투에선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졌다.

유가은 본부장 역시 "소상공인 분들에게 우리를 응원해 주는 곳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분들이 힘을 낼 수 있는 저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재능기부를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가 청년들의 도움을 받다니, 제주 미래 밝아요!"

무료홍보를 신청했던 한 식당 사장 이광현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가게 손님이 뚝 끊기며 정말 이번처럼 심각한 경우 없었다. 그런 찰나에 청년들이 자신이 접하기 어려운 SNS 홍보를 무료로 도와준다고 해 놀랐다. 실제 손님들이 찾아왔고 더군다나 우리가 청년들을 도와야 하는데, 청년들의 도움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제주의 미래가 밝다고 본다. 빨리 코로나19가 끝나 우리가 청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골 기부행사였던 왁자지껄 대규모 김장김치 나눔, 취약계층 어르신이 한데 모이는 무료 식사 기부.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은 온정의 현장이 됐다.

코로나19로 달라진 기부문화. 비대면 시대가 되며 제주섬이 꽁꽁 얼어붙고 멈춘 것 같지만, 크든 작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이웃과 나누려는 마음의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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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년회 비용 기부에 소상공인 무료 홍보도…‘비대면 시대’ 온정
    • 입력 2021-01-07 13:26:07
    • 수정2021-01-07 13:31:00
    취재K

"회사 매출도 줄었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줄일 순 없죠."

코로나19로 연말연시 행사가 취소되면서 그 비용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며 온정을 나누는 착한 사람들. 그 주인공은 제주도내 한 운송 전문 기업의 직원 80여 명이다.

이들은 6년째 연말마다 직원과 직원 가족들이 함께하는 송년회를 하고 기부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송년회를 열지 못하게 되자 그 비용 500만 원을 고스란히 제주사회복지공동보금회에 기부했다.

단순 행사 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송년회 비용을 어려운 주변 이웃을 위해 쓰자는 직원들의 마음이 모인 결과이다.

직원 이수현씨는 "직원들 가족까지 다 모여 게임을 하고 우수사원 표창도 하며 식사를 하는 송년회는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회사 행사로 올해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열지 못해 아쉽지만 2020년을 나눔으로 마무리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성구 대표도 "운송 전문 회사이다 보니 유독 2020년은 매출이 크게 주는 등 운영이 쉽지 않았지만, 나눔의 마음마저 줄일 수는 없었다며 앞으로도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다양한 형태의 기부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소상공인 사장님들 힘내세요! 포장·배달 홍보는 우리가!"

57년 만에 첫 한파경보가 발효된 제주. 제주 원도심에 둥지를 튼 한 문화기획·마케팅 업체 사무실에선 청년들의 회의가 한창이었다.

"우리가 만든 표지를 이용하셔서 대표 이미지로 쓰시도록 하자", "사장님, 포장되나요? 이 제목은 어떤가요? (웃음)", "무료 홍보를 하면서 이벤트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청년 11명으로 꾸려진 이 회사 직원들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에게 어떻게 힘을 보탤지 매일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업 사회공헌은 거리 두기 강화로 포장과 배달을 시작한 식당을 소개하는 일이다. 이 회사의 카카오톡 채널에서 식당 주인이나 식당을 방문했던 손님이 홍보를 신청하면 팔로워가 3만 명에 육박하는 회사 SNS에서 식당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초와 현재도 진행 중인 2차례 신청에 참여한 식당은 90여 곳이고 지금도 신청을 받고 있다.

이 회사 역시 경기침체로 지난해 매출이 줄어 운영이 녹록지 않지만 침체한 제주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이웃에게 시선을 돌릴 수 있었던 건 그동안 받은 것을 나눠야 한다는 청년들의 마음 덕분이었다.

김유진 기획마케팅 담당은 "식당 사장님들이 포스팅 덕분에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고맙다는 연락을 받을 때마다 자신이 그분들과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기뻤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홍보해드릴까 고민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배우고 얻는 게 더 많다"며 수줍게 말하는 20대 청년 직원의 어투에선 따뜻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졌다.

유가은 본부장 역시 "소상공인 분들에게 우리를 응원해 주는 곳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분들이 힘을 낼 수 있는 저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재능기부를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가 청년들의 도움을 받다니, 제주 미래 밝아요!"

무료홍보를 신청했던 한 식당 사장 이광현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가게 손님이 뚝 끊기며 정말 이번처럼 심각한 경우 없었다. 그런 찰나에 청년들이 자신이 접하기 어려운 SNS 홍보를 무료로 도와준다고 해 놀랐다. 실제 손님들이 찾아왔고 더군다나 우리가 청년들을 도와야 하는데, 청년들의 도움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제주의 미래가 밝다고 본다. 빨리 코로나19가 끝나 우리가 청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골 기부행사였던 왁자지껄 대규모 김장김치 나눔, 취약계층 어르신이 한데 모이는 무료 식사 기부.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은 온정의 현장이 됐다.

코로나19로 달라진 기부문화. 비대면 시대가 되며 제주섬이 꽁꽁 얼어붙고 멈춘 것 같지만, 크든 작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이웃과 나누려는 마음의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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