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손가락 잘리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 느꼈다”

입력 2021.01.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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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에서 검지 손가락을 흔들며 벼락스타가 된 27살의 배우 차인표는 50대 중반의 나이에 자신의 과거를 패러디하는 영화 '차인표'에서 다시 그 검지 손가락을 흔들다, 잘린다.

20년 넘게 갇혀 있던 자신의 이미지를 깨부수는 그 장면을 통해 차인표는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가 공개된 뒤 7일 화상으로 만난 차인표는 두 작품을 인생의 행운이라고 했다.

"'사랑을 그대 품 안에'로 단역 배우였던 저는 벼락스타가 됐고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으니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행운이었죠. 그 행운을 잘 누린 대가로 남은 이미지가 20년 넘게 제 삶을 구속하기도 했고요.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을 때 찾아온 또 다른 행운이 '차인표'인 거죠.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이전의 이미지는 잊고 자유로운 영혼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화는 한때 잘나갔던 배우 '차인표'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비어있는 여고 샤워실에서 씻다가 건물이 무너지며 갇히는 이야기다.

알몸을 드러낼 수 없다며 119 구조를 거부하는 '차인표'와 어떻게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차인표'를 건물 잔해 속에서 빼내야 하는 매니저 김아람(조달환 분)이 '차인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배우 차인표의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쓴 데서 알 수 있듯, 영화 속 배우 '차인표'는 실제 배우 차인표의 재현이다.

현재 하는 일은 저가 스포츠 의류 모델이지만, 가죽 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색소폰을 불었던 과거 드라마 속 재벌 2세 역할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차인표'는 혼자 샤워를 하면서도 여전히 거울을 보고 검지 손가락을 흔든다.

차인표는 "찍을 때도 민망했는데 역시 민망하게 나오는구나 싶었다. 다시 찍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또 민망해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자신을 희화화할 수밖에 없는 영화에 출연해 최선을 다해 연기한 배우 차인표에 대해서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차인표는 "평점을 매기는 별이 한 개부터 다섯 개가 있으니 골고루 나올 것 같은데, 한 개 아니면 다섯 개더라"며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접근할 방법 자체가 없는데 젊은 분들이 많이 봐주시고 피드백을 받아 기쁘다"고 했다.

또 "영화를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코믹한 부분이 약간 덜 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냥 코미디가 아닌,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 존재에 대해 성찰하는 부분이 있는 영화라고 느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코미디인 줄 알고 봤는데 보고 나니 앞으로 삶의 태도가 달라질 것 같다'는 한 남성 관객의 리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극 중에서도 나 자신도 배우가 연기를 해야 배우인데 연기를 안 하고 진정성만 외쳤던 게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었던 것 같다"며 이제는 '스타가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보람'을 이야기했다.

"대중이 저에 대해 가진 고정관념이 바로 제가 가진 고정관념이었어요. 대중의 기호에 맞도록 끊임없이 통제하고 조련하고 인내하면서, 또 안정된 그 상태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살아온 거죠. 어떤 이미지를 지키고 싶은 건 무언가를 얻으려는 욕망 때문인데, 이제 틀 안에서 안주했던 이미지를 통해 얻고 싶은 게 없어요. 스타로서 받는 대중의 관심보다는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고 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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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인표 “손가락 잘리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 느꼈다”
    • 입력 2021-01-07 16:38:12
    연합뉴스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에서 검지 손가락을 흔들며 벼락스타가 된 27살의 배우 차인표는 50대 중반의 나이에 자신의 과거를 패러디하는 영화 '차인표'에서 다시 그 검지 손가락을 흔들다, 잘린다.

20년 넘게 갇혀 있던 자신의 이미지를 깨부수는 그 장면을 통해 차인표는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가 공개된 뒤 7일 화상으로 만난 차인표는 두 작품을 인생의 행운이라고 했다.

"'사랑을 그대 품 안에'로 단역 배우였던 저는 벼락스타가 됐고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으니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행운이었죠. 그 행운을 잘 누린 대가로 남은 이미지가 20년 넘게 제 삶을 구속하기도 했고요.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을 때 찾아온 또 다른 행운이 '차인표'인 거죠.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이전의 이미지는 잊고 자유로운 영혼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화는 한때 잘나갔던 배우 '차인표'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비어있는 여고 샤워실에서 씻다가 건물이 무너지며 갇히는 이야기다.

알몸을 드러낼 수 없다며 119 구조를 거부하는 '차인표'와 어떻게든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차인표'를 건물 잔해 속에서 빼내야 하는 매니저 김아람(조달환 분)이 '차인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배우 차인표의 이름을 영화 제목으로 쓴 데서 알 수 있듯, 영화 속 배우 '차인표'는 실제 배우 차인표의 재현이다.

현재 하는 일은 저가 스포츠 의류 모델이지만, 가죽 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색소폰을 불었던 과거 드라마 속 재벌 2세 역할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차인표'는 혼자 샤워를 하면서도 여전히 거울을 보고 검지 손가락을 흔든다.

차인표는 "찍을 때도 민망했는데 역시 민망하게 나오는구나 싶었다. 다시 찍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또 민망해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자신을 희화화할 수밖에 없는 영화에 출연해 최선을 다해 연기한 배우 차인표에 대해서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차인표는 "평점을 매기는 별이 한 개부터 다섯 개가 있으니 골고루 나올 것 같은데, 한 개 아니면 다섯 개더라"며 "특히 젊은 관객들에게 접근할 방법 자체가 없는데 젊은 분들이 많이 봐주시고 피드백을 받아 기쁘다"고 했다.

또 "영화를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코믹한 부분이 약간 덜 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냥 코미디가 아닌,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 존재에 대해 성찰하는 부분이 있는 영화라고 느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코미디인 줄 알고 봤는데 보고 나니 앞으로 삶의 태도가 달라질 것 같다'는 한 남성 관객의 리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극 중에서도 나 자신도 배우가 연기를 해야 배우인데 연기를 안 하고 진정성만 외쳤던 게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었던 것 같다"며 이제는 '스타가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보람'을 이야기했다.

"대중이 저에 대해 가진 고정관념이 바로 제가 가진 고정관념이었어요. 대중의 기호에 맞도록 끊임없이 통제하고 조련하고 인내하면서, 또 안정된 그 상태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살아온 거죠. 어떤 이미지를 지키고 싶은 건 무언가를 얻으려는 욕망 때문인데, 이제 틀 안에서 안주했던 이미지를 통해 얻고 싶은 게 없어요. 스타로서 받는 대중의 관심보다는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재미있는 작품을 하고 싶고 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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