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3.8cm에 서울 도로가 빙판길이 된 이유

입력 2021.01.0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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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어제(7일) 서울의 공식 적설량은 3.8cm입니다.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공식관측소 기준입니다. 가장 많은 눈이 내린 서초구엔 13.7cm의 눈이 내렸습니다.

지난겨울(2019년~2020년) 서울의 하루 최대 적설량이 4.0cm였던 데 비하면, 어제 내린 눈이 적은 양은 아닙니다. 하지만 도로 기능이 마비될 정도로 많은 양도 아니었습니다.

특히,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에서 교통대란이 일어났는데요, 2009년~2010년 폭설로 인한 혼란을 연상시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서울의 일 최대 적설량은 25.8cm였습니다.

7일 오전 제설작업이 안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차량이 미끄러져 있다.7일 오전 제설작업이 안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차량이 미끄러져 있다.

서울시, 제설제 7,551톤 살포했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어제부터 이틀간 제설 작업에 인력 2만 4천여 명과 815대의 장비가 동원됐습니다. 염화칼슘과 소금 같은 제설제는 7,551톤이 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3,272톤이 눈이 내리던 시간인 어제 오후 6시 반부터 오후 9시 사이에 이미 뿌려졌습니다. 하지만 강남 지역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7일 오전 제설작업이 안된 서울 강남구 개포로 위로 차들이 조심스럽게 지나고 있다.7일 오전 제설작업이 안된 서울 강남구 개포로 위로 차들이 조심스럽게 지나고 있다.

서울시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첫째, 제설차량이 퇴근길 정체에 갇히면서 신속한 제설이 불가능했습니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오후 6시 반쯤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제설차 출발 시간과 퇴근길 정체 시간이 이례적으로 맞물렸다."라고 말했습니다.

제설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서울에는 시간당 7cm의 비교적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둘째, 폭설로 사전 살포한 제설제가 무력화됐습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제설제는 강설량이 5cm 수준까지는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실제로 강북 지역에서는 적설량이 이 수준을 넘지 않으면서 큰 혼란 없이 제설작업이 진행됐습니다.

문제는 강남지역에는 5cm를 넘는 눈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렸다는 겁니다. 제설제 위로 눈이 쌓이고 도로가 얼어붙었습니다. 제설제를 무력화할 만큼 많은 눈이 어느 지역에 내릴지 예상할 수 있다면 제설 대책이 좀 더 정교화될 수 있을 텐데, 기상청은 서울시에 별도로 상세한 기상예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국지적인 폭우나 돌발적인 폭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예보 능력이 선행하지 않으면 제설 대책이 이를 앞서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셋째, 많은 눈과 함께 3년 만의 한파 경보가 겹쳤습니다. 눈으로 얼어붙은 도로도 낮에 영하 2도씨 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면 스스로 녹는데, 서울에는 올겨울 최강 한파가 덮쳤습니다. 특히 다음 주 화요일까지 영하 8~17℃ 정도의 한파가 예보됐습니다.

이 정도 온도에선 제설제도 효과를 못하기 때문에 쌓인 눈은 그대로 얼음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물리적으로 깨는 방식의 제설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면도로의 얼음과 눈을 치우는데는 약 4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가급적 자동차 운전은 자제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체시간대 눈이 시작되거나, 영하 8도씨 이하가 지속되는 때에 대비한 제설대책이 과제가 됐다."면서, 관련 대책을 연구해보겠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서울의 연간 적설량은 감소세이지만 약 10년을 주기로 폭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2009년~2010년을 비롯해, 2000년~2001년, 1989년~1990년이 그랬습니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변화하는 폭설 양상에 대비한 제설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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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 3.8cm에 서울 도로가 빙판길이 된 이유
    • 입력 2021-01-07 18:03:31
    취재K
기상청에 따르면, 어제(7일) 서울의 공식 적설량은 3.8cm입니다.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공식관측소 기준입니다. 가장 많은 눈이 내린 서초구엔 13.7cm의 눈이 내렸습니다.

지난겨울(2019년~2020년) 서울의 하루 최대 적설량이 4.0cm였던 데 비하면, 어제 내린 눈이 적은 양은 아닙니다. 하지만 도로 기능이 마비될 정도로 많은 양도 아니었습니다.

특히,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에서 교통대란이 일어났는데요, 2009년~2010년 폭설로 인한 혼란을 연상시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서울의 일 최대 적설량은 25.8cm였습니다.

7일 오전 제설작업이 안된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 차량이 미끄러져 있다.
서울시, 제설제 7,551톤 살포했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어제부터 이틀간 제설 작업에 인력 2만 4천여 명과 815대의 장비가 동원됐습니다. 염화칼슘과 소금 같은 제설제는 7,551톤이 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3,272톤이 눈이 내리던 시간인 어제 오후 6시 반부터 오후 9시 사이에 이미 뿌려졌습니다. 하지만 강남 지역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7일 오전 제설작업이 안된 서울 강남구 개포로 위로 차들이 조심스럽게 지나고 있다.
서울시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첫째, 제설차량이 퇴근길 정체에 갇히면서 신속한 제설이 불가능했습니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오후 6시 반쯤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제설차 출발 시간과 퇴근길 정체 시간이 이례적으로 맞물렸다."라고 말했습니다.

제설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서울에는 시간당 7cm의 비교적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둘째, 폭설로 사전 살포한 제설제가 무력화됐습니다. 이 관계자는 보통 제설제는 강설량이 5cm 수준까지는 효과를 낸다고 합니다. 실제로 강북 지역에서는 적설량이 이 수준을 넘지 않으면서 큰 혼란 없이 제설작업이 진행됐습니다.

문제는 강남지역에는 5cm를 넘는 눈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렸다는 겁니다. 제설제 위로 눈이 쌓이고 도로가 얼어붙었습니다. 제설제를 무력화할 만큼 많은 눈이 어느 지역에 내릴지 예상할 수 있다면 제설 대책이 좀 더 정교화될 수 있을 텐데, 기상청은 서울시에 별도로 상세한 기상예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로 국지적인 폭우나 돌발적인 폭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예보 능력이 선행하지 않으면 제설 대책이 이를 앞서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셋째, 많은 눈과 함께 3년 만의 한파 경보가 겹쳤습니다. 눈으로 얼어붙은 도로도 낮에 영하 2도씨 이상으로 온도가 상승하면 스스로 녹는데, 서울에는 올겨울 최강 한파가 덮쳤습니다. 특히 다음 주 화요일까지 영하 8~17℃ 정도의 한파가 예보됐습니다.

이 정도 온도에선 제설제도 효과를 못하기 때문에 쌓인 눈은 그대로 얼음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물리적으로 깨는 방식의 제설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면도로의 얼음과 눈을 치우는데는 약 4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가급적 자동차 운전은 자제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체시간대 눈이 시작되거나, 영하 8도씨 이하가 지속되는 때에 대비한 제설대책이 과제가 됐다."면서, 관련 대책을 연구해보겠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서울의 연간 적설량은 감소세이지만 약 10년을 주기로 폭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2009년~2010년을 비롯해, 2000년~2001년, 1989년~1990년이 그랬습니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변화하는 폭설 양상에 대비한 제설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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