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수달이 산다?…힘겨운 서울살이

입력 2021.01.07 (18:05) 수정 2021.01.0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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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은 천연기념물 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입니다. 그런데 이 수달이 이번에 성내천, 청계천 등 서울 도심의 한강 지류 하천들에서 발견됐는데요. 이전에도 수달은 한강 본류에서는 발견됐지만, 지류에서 그것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발견된 수달들의 건강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도심 속 수달들, 과연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요?

■ "성내천, 은신처 많고 물고기 많아…산책로 이용객 많은 건 스트레스"

(지난해 12월 26일 새벽 서울 송파구 성내천 인근에서 포착된 수달의 모습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제공)

이번에 수달들이 발견되는 데는 환경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한강에서는 앞서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수달이 발견됐지만 이후 관련 연구가 중단된 상태였는데요, 지난해부터 다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주도로 2개월여간 수달 생태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그 결과 서울 송파구 성내천과 서울 성동구 청계천·중랑천 합류 지점, 서울 강동구 고덕천 인근 등 3곳에서 수달 여러 개체가 확인됐습니다.

성내천은 한강과 합류 지점 일대가 상당 기간 하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웅덩이와 모래밭 등이 많고, 특히 주변에 버드나무나 갈대가 우거져 수달들이 몸을 숨기고 번식하는 데 유리한 환경입니다. 한강 본류와 가깝고 하천 상류로 이동할 수 있어 활동 반경이 수 km가량 확보돼 있고, 먹이가 될 물고기도 비교적으로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 조사 결과로는, 수달의 배설물을 통해 봤을 때 먹이가 충분해 보이진 않았고, 특히 인근에는 올림픽대로가 지나고 주변 산책로도 이용객이 많아 수달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 "중랑천, 모래톱 있고 먹이 풍부…인근 하수처리시설 배출수 유입은 문제"

(지난해 12월 29일 밤 서울 성동구 중랑천 인근. 무인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제공)

수달이 발견된 중랑천 인근의 생태 환경도 성내천과 비슷했습니다. 청계천과 중랑천의 합류 지점은 오랫동안 하천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고, 그러다 보니 식생이 다양하고 갈대숲이 형성된 곳입니다. 수달이 먹이를 먹고 은신하기 좋은 데다 먹고 쉴 수 있는 모래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근에 하수처리시설인 중랑물재생센터가 있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이 시설로부터 중랑천으로 유입되는 배출수의 수질이 좋지 않고, 특히 비가 올 때 많은 양의 오·폐물이 유입돼 악취는 물론이고 위생상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 "목, 몸통, 꼬리 등 온몸에 상처…극단적으로 위험한 조건에서 서식"

서울 강동구의 고덕천까지 이번에 수달이 발견된 3곳은 공통적으로 상당 기간 하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물리적 환경이 다양하고, 수목이 우거져 은신처가 마련된 곳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은신처를 찾기 힘든 한강 본류나 과하게 정비된 지류들에서 수달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던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등과 목 등에 상처를 입은 수달들. 왼쪽 - 성내천 수달 / 오른쪽 - 청계천 수달등과 목 등에 상처를 입은 수달들. 왼쪽 - 성내천 수달 / 오른쪽 - 청계천 수달

이번에 포착된 수달들의 공통점은 또 있었습니다. 등이나 목, 꼬리 등 몸에 상처를 입은 수달들이 많았는데요, 대부분 외상으로 찢긴 흔적이나 무엇인가에 물린 자국들이었습니다. 원인이 다른 동물의 공격에 의한 것인지 장애물에 의한 외상, 혹은 수달들 간의 싸움인지는 더 조사가 필요하지만, 수달들이 현재 아주 위험한 조건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수달의 배설물에서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방습제 등도 발견돼, 수달들이 오염됐거나 부족한 먹이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하천 생태 안정성의 지표가 되는 수달. 수달의 존재 사실로도 한강의 자연성 회복에 있어 큰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달들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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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에 수달이 산다?…힘겨운 서울살이
    • 입력 2021-01-07 18:05:18
    • 수정2021-01-07 20:48:28
    취재K

수달은 천연기념물 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입니다. 그런데 이 수달이 이번에 성내천, 청계천 등 서울 도심의 한강 지류 하천들에서 발견됐는데요. 이전에도 수달은 한강 본류에서는 발견됐지만, 지류에서 그것도 여러 곳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발견된 수달들의 건강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도심 속 수달들, 과연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요?

■ "성내천, 은신처 많고 물고기 많아…산책로 이용객 많은 건 스트레스"

(지난해 12월 26일 새벽 서울 송파구 성내천 인근에서 포착된 수달의 모습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제공)

이번에 수달들이 발견되는 데는 환경시민단체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한강에서는 앞서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수달이 발견됐지만 이후 관련 연구가 중단된 상태였는데요, 지난해부터 다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주도로 2개월여간 수달 생태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그 결과 서울 송파구 성내천과 서울 성동구 청계천·중랑천 합류 지점, 서울 강동구 고덕천 인근 등 3곳에서 수달 여러 개체가 확인됐습니다.

성내천은 한강과 합류 지점 일대가 상당 기간 하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웅덩이와 모래밭 등이 많고, 특히 주변에 버드나무나 갈대가 우거져 수달들이 몸을 숨기고 번식하는 데 유리한 환경입니다. 한강 본류와 가깝고 하천 상류로 이동할 수 있어 활동 반경이 수 km가량 확보돼 있고, 먹이가 될 물고기도 비교적으로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 조사 결과로는, 수달의 배설물을 통해 봤을 때 먹이가 충분해 보이진 않았고, 특히 인근에는 올림픽대로가 지나고 주변 산책로도 이용객이 많아 수달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 "중랑천, 모래톱 있고 먹이 풍부…인근 하수처리시설 배출수 유입은 문제"

(지난해 12월 29일 밤 서울 성동구 중랑천 인근. 무인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제공)

수달이 발견된 중랑천 인근의 생태 환경도 성내천과 비슷했습니다. 청계천과 중랑천의 합류 지점은 오랫동안 하천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고, 그러다 보니 식생이 다양하고 갈대숲이 형성된 곳입니다. 수달이 먹이를 먹고 은신하기 좋은 데다 먹고 쉴 수 있는 모래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근에 하수처리시설인 중랑물재생센터가 있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이 시설로부터 중랑천으로 유입되는 배출수의 수질이 좋지 않고, 특히 비가 올 때 많은 양의 오·폐물이 유입돼 악취는 물론이고 위생상 큰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 "목, 몸통, 꼬리 등 온몸에 상처…극단적으로 위험한 조건에서 서식"

서울 강동구의 고덕천까지 이번에 수달이 발견된 3곳은 공통적으로 상당 기간 하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물리적 환경이 다양하고, 수목이 우거져 은신처가 마련된 곳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은신처를 찾기 힘든 한강 본류나 과하게 정비된 지류들에서 수달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던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등과 목 등에 상처를 입은 수달들. 왼쪽 - 성내천 수달 / 오른쪽 - 청계천 수달
이번에 포착된 수달들의 공통점은 또 있었습니다. 등이나 목, 꼬리 등 몸에 상처를 입은 수달들이 많았는데요, 대부분 외상으로 찢긴 흔적이나 무엇인가에 물린 자국들이었습니다. 원인이 다른 동물의 공격에 의한 것인지 장애물에 의한 외상, 혹은 수달들 간의 싸움인지는 더 조사가 필요하지만, 수달들이 현재 아주 위험한 조건에서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일부 수달의 배설물에서는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방습제 등도 발견돼, 수달들이 오염됐거나 부족한 먹이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하천 생태 안정성의 지표가 되는 수달. 수달의 존재 사실로도 한강의 자연성 회복에 있어 큰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달들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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