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왜?]② 한파 없는 겨울에서 다시 ‘최강추위’로…온난화의 역설

입력 2021.01.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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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대관령의 기온은 영하 24.3도, 전북 장수군이 영하 24.1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서울도 영하 18.6도, 광주 영하 13.5도, 부산도 영하 12.2도로 기온이 곤두박질쳤는데 평년과 비교하면 10도 이상 낮았습니다.

한낮에도 찬 바람이 몰아지며,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의 기온은 영하 10도 안팎에 머물러 계속 춥겠습니다.

■오늘 아침 서울 -18.6도... '20년'만에 가장 추웠다.

서울의 오늘 최저기온은 지난 2001년에 이어 20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입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2001년 1월 15일에도 똑같이 영하 18.6도가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2000년대 들어 가장 추운 아침이었는데요.


서울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가장 낮은 기온은 1927년 12월 31일의 영하 23.1도였습니다. 서울이 지금의 대관령만큼이나 추웠다는 뜻으로 2위와 3위도 영하 22도를 거뜬히 넘겼습니다. 한강에서 스케이트를 탔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실감이 납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온난화가 가속화되며 어느 해에는 따뜻했다가, 또 추워지는 일이 종잡을 수 없이 벌어졌고요. 지난겨울은 한파 일수가 전국 평균 0.3일에 불과했습니다.

해마다 겨울 날씨는 왜 이렇게 '널뛰기'하듯 변덕이 심한 걸까요? 직전 겨울이 고온이었기에 이번 추위가 더 강력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추웠습니다.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를 한번 보겠습니다.


■초겨울인 12월에 벌써 '두 차례' 한파

한파는 초겨울인 12월부터 들이닥쳤습니다. 두 차례였습니다. 먼저 12월 13일에 기온이 크게 떨어져 21일까지 9일간 추위가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는 세밑한파였죠. 지난달 30일부터 대기가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고 새해를 지나 더욱 강력한 한파가 밀려왔습니다.

한파가 절정에 달한 오늘 아침, 이번 겨울 최저기온을 기록한 곳이 많은데요. 아래 그림을 보면 평년 기온을 밑도는 추운 시기는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한파가 밀려오는 시기에 눈도 잦았습니다.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매서운 북서풍이 불어왔고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며 눈구름이 만들어졌는데요.

충남과 호남 서해안, 제주도에 폭설이 집중됐습니다. 말 그대로 '북풍한설'의 시기였습니다. 12월 전국 평균기온은 0.7도로 평년보다 0.8도 낮았고, 눈이 서쪽 지역에 주로 집중되며 전국 평균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어서 메마른 편이었습니다.


■원인① 춥고 건조한 겨울, 전형적인 '라니냐' 시그널

지난해 12월의 기온이나 강수량을 보면 전형적인 라니냐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라니냐는 적도 동태평양과 태평양 중부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전 지구적인 기상이변을 몰고 옵니다.

이번 겨울이 추울지를 미리 취재했던 아래 기사에서도 라니냐 국면 속에 북풍이 자주 불고, 특히 겨울 초반에 차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는데요. 실제 기상청의 사후 분석과도 일치했습니다.

[연관기사] [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⑧ 올겨울은 추울까, 따뜻할까…“라니냐·북극 vs 온실가스”



기상청은 열대 태평양에서 라니냐가 지속하며 수온이 낮은 태평양 중부에는 하강기류(고기압), 반대로 서태평양은 상승기류(저기압)가 발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저기압성 대류 활동이 한반도 남쪽에서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 동쪽 바다에도 거대한 저기압이 만들어졌고, 반대로 서쪽의 중국과 몽골 부근에선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화되는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단순하게 정리해 보자면,
- 우리나라가 서쪽 고기압과 동쪽 저기압 사이에 끼어있게 됐고 결국 그 사이로 북풍이 쏟아져 내려오는 '통로'가 만들어졌고
- 여기에 대기까지 정체하면서 이러한 상태가 이어졌고, 주기적으로 한기가 밀려온 겁니다.


■원인② 녹아버린 북극 얼음…. 제트기류도 '느슨해'

라니냐와 함께 추위를 몰고 온 것은 북극입니다.

심각한 온난화로 지난해 9월 북극의 얼음이 두 번째로 많이 녹았고, 특히 우리나라의 한파에 영향을 주는 바렌츠-카라해에는 평년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얼음이 적습니다. 이 때문에 일차적으로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가 느슨해져 북극의 한기를 중위도까지 몰고 오는 겁니다.


'북극 진동 지수'(AO)가 모든 것을 말해 줍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지수가 음의 값으로 바뀌었는데요. 북극진동은 북극에 존재하는 차가운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강약을 반복하는 현상입니다. 그 값이 음(-)이 되면 북극의 제트기류가 약해졌다는 뜻입니다.

지난 연말과 올 1월 들어서는 그 값이 더욱 아래로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시기적으로 세밑 한파와 그 뒤로 이어진 추위와 일치하죠.

그러니까 이번 겨울 한파는 열대 바다의 라니냐 현상북극발 한기'합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인③ 뜨거운 북극 바렌츠-카라해... '우랄 블로킹' 촉발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았다는 사실은 해양에서 대기로 공급되는 열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북극 바렌츠-카라해의 얼음이 크게 줄고 고온현상이 나타나면서 그 주변인 우랄산맥 서쪽으로 대기 흐름이 정체되는, 즉 '우랄 블로킹'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결과 대륙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까지 강하게 확장하면서 차가운 북서풍을 지속적으로 몰고 왔습니다.

기상청은 주말을 지나 다음 주 수요일쯤 예년 기온을 회복하며 추위가 풀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날씨, 온난화의 '역설'

1년 전 1월은 따뜻한 남풍이 불면서, 1973년 관측 이후 가장 기온이 높았습니다. 한파일 수는 '0일'이었습니다. 온난화로 인한 겨울 모습이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딱 1년 만인 지금, 12월부터 벌써 두 차례의 한파가 찾아왔고 서울 기온은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온난화로 겨울철 평균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는 동시에 북극발 고온 현상으로 극한의 한파가 나타나는 이른바 '온난화의 역설'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온난화와 북극의 고온현상은 해마다 똑같은 현상을 몰고 오지 않습니다. 겨울이 따뜻해지기만 한다면 오히려 예측하고 대응하기가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북극의 영향은 겨울 한파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이상 폭염을, 봄과 가을에는 대기를 정체시켜 고농도 미세먼지를 불러오고 있는데요. 지구 기온을 낮추고 북극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일이 예측 불허한 기상이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연관기사][폭설 왜?]① 눈구름 키운 북극과 뜨거운 바다…호남에 최고 30cm 더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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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파 왜?]② 한파 없는 겨울에서 다시 ‘최강추위’로…온난화의 역설
    • 입력 2021-01-08 13:00:40
    취재K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특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대관령의 기온은 영하 24.3도, 전북 장수군이 영하 24.1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서울도 영하 18.6도, 광주 영하 13.5도, 부산도 영하 12.2도로 기온이 곤두박질쳤는데 평년과 비교하면 10도 이상 낮았습니다.

한낮에도 찬 바람이 몰아지며,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의 기온은 영하 10도 안팎에 머물러 계속 춥겠습니다.

■오늘 아침 서울 -18.6도... '20년'만에 가장 추웠다.

서울의 오늘 최저기온은 지난 2001년에 이어 20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입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2001년 1월 15일에도 똑같이 영하 18.6도가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2000년대 들어 가장 추운 아침이었는데요.


서울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가장 낮은 기온은 1927년 12월 31일의 영하 23.1도였습니다. 서울이 지금의 대관령만큼이나 추웠다는 뜻으로 2위와 3위도 영하 22도를 거뜬히 넘겼습니다. 한강에서 스케이트를 탔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실감이 납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온난화가 가속화되며 어느 해에는 따뜻했다가, 또 추워지는 일이 종잡을 수 없이 벌어졌고요. 지난겨울은 한파 일수가 전국 평균 0.3일에 불과했습니다.

해마다 겨울 날씨는 왜 이렇게 '널뛰기'하듯 변덕이 심한 걸까요? 직전 겨울이 고온이었기에 이번 추위가 더 강력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추웠습니다.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를 한번 보겠습니다.


■초겨울인 12월에 벌써 '두 차례' 한파

한파는 초겨울인 12월부터 들이닥쳤습니다. 두 차례였습니다. 먼저 12월 13일에 기온이 크게 떨어져 21일까지 9일간 추위가 이어졌습니다. 두 번째는 세밑한파였죠. 지난달 30일부터 대기가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고 새해를 지나 더욱 강력한 한파가 밀려왔습니다.

한파가 절정에 달한 오늘 아침, 이번 겨울 최저기온을 기록한 곳이 많은데요. 아래 그림을 보면 평년 기온을 밑도는 추운 시기는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한파가 밀려오는 시기에 눈도 잦았습니다. 차가운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매서운 북서풍이 불어왔고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며 눈구름이 만들어졌는데요.

충남과 호남 서해안, 제주도에 폭설이 집중됐습니다. 말 그대로 '북풍한설'의 시기였습니다. 12월 전국 평균기온은 0.7도로 평년보다 0.8도 낮았고, 눈이 서쪽 지역에 주로 집중되며 전국 평균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어서 메마른 편이었습니다.


■원인① 춥고 건조한 겨울, 전형적인 '라니냐' 시그널

지난해 12월의 기온이나 강수량을 보면 전형적인 라니냐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라니냐는 적도 동태평양과 태평양 중부의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전 지구적인 기상이변을 몰고 옵니다.

이번 겨울이 추울지를 미리 취재했던 아래 기사에서도 라니냐 국면 속에 북풍이 자주 불고, 특히 겨울 초반에 차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는데요. 실제 기상청의 사후 분석과도 일치했습니다.

[연관기사] [지난 3년 여름의 경고]⑧ 올겨울은 추울까, 따뜻할까…“라니냐·북극 vs 온실가스”



기상청은 열대 태평양에서 라니냐가 지속하며 수온이 낮은 태평양 중부에는 하강기류(고기압), 반대로 서태평양은 상승기류(저기압)가 발달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저기압성 대류 활동이 한반도 남쪽에서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 동쪽 바다에도 거대한 저기압이 만들어졌고, 반대로 서쪽의 중국과 몽골 부근에선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화되는 효과를 불러왔습니다.

단순하게 정리해 보자면,
- 우리나라가 서쪽 고기압과 동쪽 저기압 사이에 끼어있게 됐고 결국 그 사이로 북풍이 쏟아져 내려오는 '통로'가 만들어졌고
- 여기에 대기까지 정체하면서 이러한 상태가 이어졌고, 주기적으로 한기가 밀려온 겁니다.


■원인② 녹아버린 북극 얼음…. 제트기류도 '느슨해'

라니냐와 함께 추위를 몰고 온 것은 북극입니다.

심각한 온난화로 지난해 9월 북극의 얼음이 두 번째로 많이 녹았고, 특히 우리나라의 한파에 영향을 주는 바렌츠-카라해에는 평년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얼음이 적습니다. 이 때문에 일차적으로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가 느슨해져 북극의 한기를 중위도까지 몰고 오는 겁니다.


'북극 진동 지수'(AO)가 모든 것을 말해 줍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지수가 음의 값으로 바뀌었는데요. 북극진동은 북극에 존재하는 차가운 소용돌이가 주기적으로 강약을 반복하는 현상입니다. 그 값이 음(-)이 되면 북극의 제트기류가 약해졌다는 뜻입니다.

지난 연말과 올 1월 들어서는 그 값이 더욱 아래로 떨어진 것을 알 수 있는데 시기적으로 세밑 한파와 그 뒤로 이어진 추위와 일치하죠.

그러니까 이번 겨울 한파는 열대 바다의 라니냐 현상북극발 한기'합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인③ 뜨거운 북극 바렌츠-카라해... '우랄 블로킹' 촉발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북극의 얼음이 많이 녹았다는 사실은 해양에서 대기로 공급되는 열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북극 바렌츠-카라해의 얼음이 크게 줄고 고온현상이 나타나면서 그 주변인 우랄산맥 서쪽으로 대기 흐름이 정체되는, 즉 '우랄 블로킹'이 만들어졌습니다.


그 결과 대륙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까지 강하게 확장하면서 차가운 북서풍을 지속적으로 몰고 왔습니다.

기상청은 주말을 지나 다음 주 수요일쯤 예년 기온을 회복하며 추위가 풀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날씨, 온난화의 '역설'

1년 전 1월은 따뜻한 남풍이 불면서, 1973년 관측 이후 가장 기온이 높았습니다. 한파일 수는 '0일'이었습니다. 온난화로 인한 겨울 모습이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딱 1년 만인 지금, 12월부터 벌써 두 차례의 한파가 찾아왔고 서울 기온은 2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온난화로 겨울철 평균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는 동시에 북극발 고온 현상으로 극한의 한파가 나타나는 이른바 '온난화의 역설'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온난화와 북극의 고온현상은 해마다 똑같은 현상을 몰고 오지 않습니다. 겨울이 따뜻해지기만 한다면 오히려 예측하고 대응하기가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북극의 영향은 겨울 한파뿐만 아니라 여름에는 이상 폭염을, 봄과 가을에는 대기를 정체시켜 고농도 미세먼지를 불러오고 있는데요. 지구 기온을 낮추고 북극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일이 예측 불허한 기상이변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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