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무허가 건강원의 참혹한 동물 학대

입력 2021.01.08 (16:29) 수정 2021.01.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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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원 철창에 갇혀 있던 개 ‘로또’ (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건강원 철창에 갇혀 있던 개 ‘로또’ (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부산의 대표 번화가 서면 인근에 위치한 부전시장.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쾌쾌한 냄새를 풍기는 건강원이 있습니다. 10년 넘게 이곳에 자리를 잡고 영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건강원에 이상한 물건들이 보입니다. 곰팡이가 피어 시꺼멓게 변한 벽에 걸린 무수한 칼과, 커다란 망치 두 자루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철창 안에 갇힌 개가 있었습니다.

건강원에서 발견된 둔기와 밧줄 (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건강원에서 발견된 둔기와 밧줄 (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이 건강원은 이미 구청에 여러 번 신고가 접수된 곳이었습니다.

구청 직원들이 수차례 방문했지만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해 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이 제보가 '부산동물사랑 길고양이 보호연대'와 '캣치독' 등 동물단체로 속속 들어가면서, 동물단체 관계자들이 주변 상인들에게 탐문을 시작했습니다.

상인들은 뜻밖에 쉽게 증언을 해줬습니다. 건강원에서 개를 잡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참혹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개를 줄에 매달아놓고 둔기로 내려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두어 차례씩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됐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개들이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죽어갔습니다.

건강원에서 발견된 도살 증거 (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건강원에서 발견된 도살 증거 (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동물단체는 정황 증거를 잡기 위해 현장에 잠복을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직접 가게로 가서 개고기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요.

거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잠복하기를 이틀째, 동물단체는 현장을 급습해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한 마리의 개는 겨우 목숨을 구했지만, 나머지 개들은 이미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계속된 추궁 끝에 업주가 '개를 잡았다'고 시인하자, 동물단체는 곧장 관할 구청에 신고 했습니다.

그런데 구청에서 나와 확인한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시장에서 영업한 이 건강원이 사실은 무허가 업소였던 겁니다.

무허가 업소에서 얼마나 많은 개들이 잔혹하게 죽어나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관할 구청은 오늘 부산진경찰서에 이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했습니다. 경찰은 무허가 영업을 한 업주를 식품위생법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건강원도 현재는 폐쇄됐습니다.

건강원에서 구조된 유일한 개 ‘로또’(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건강원에서 구조된 유일한 개 ‘로또’(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그리고 여기 살아남은 개가 있습니다. 다른 개들의 죽음을 보고는 동물단체 관계자들이 철창에서 구조하려는 것도 겁을 냈는데요.

동물단체는 도살될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이 개에게 '로또'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부산동물사랑 길고양이 보호연대가 보호하면서 '로또'가 살아갈 새 가정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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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려주세요”…무허가 건강원의 참혹한 동물 학대
    • 입력 2021-01-08 16:29:14
    • 수정2021-01-08 17:19:06
    취재K
건강원 철창에 갇혀 있던 개 ‘로또’ (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부산의 대표 번화가 서면 인근에 위치한 부전시장.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쾌쾌한 냄새를 풍기는 건강원이 있습니다. 10년 넘게 이곳에 자리를 잡고 영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건강원에 이상한 물건들이 보입니다. 곰팡이가 피어 시꺼멓게 변한 벽에 걸린 무수한 칼과, 커다란 망치 두 자루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철창 안에 갇힌 개가 있었습니다.

건강원에서 발견된 둔기와 밧줄 (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이 건강원은 이미 구청에 여러 번 신고가 접수된 곳이었습니다.

구청 직원들이 수차례 방문했지만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해 처분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이 제보가 '부산동물사랑 길고양이 보호연대'와 '캣치독' 등 동물단체로 속속 들어가면서, 동물단체 관계자들이 주변 상인들에게 탐문을 시작했습니다.

상인들은 뜻밖에 쉽게 증언을 해줬습니다. 건강원에서 개를 잡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참혹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개를 줄에 매달아놓고 둔기로 내려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두어 차례씩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됐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개들이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죽어갔습니다.

건강원에서 발견된 도살 증거 (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동물단체는 정황 증거를 잡기 위해 현장에 잠복을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직접 가게로 가서 개고기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요.

거래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고 잠복하기를 이틀째, 동물단체는 현장을 급습해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한 마리의 개는 겨우 목숨을 구했지만, 나머지 개들은 이미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계속된 추궁 끝에 업주가 '개를 잡았다'고 시인하자, 동물단체는 곧장 관할 구청에 신고 했습니다.

그런데 구청에서 나와 확인한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10년이 넘도록 시장에서 영업한 이 건강원이 사실은 무허가 업소였던 겁니다.

무허가 업소에서 얼마나 많은 개들이 잔혹하게 죽어나갔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관할 구청은 오늘 부산진경찰서에 이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했습니다. 경찰은 무허가 영업을 한 업주를 식품위생법과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건강원도 현재는 폐쇄됐습니다.

건강원에서 구조된 유일한 개 ‘로또’(사진 제공: 부산동물사랑길고양이보호연대)
그리고 여기 살아남은 개가 있습니다. 다른 개들의 죽음을 보고는 동물단체 관계자들이 철창에서 구조하려는 것도 겁을 냈는데요.

동물단체는 도살될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이 개에게 '로또'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부산동물사랑 길고양이 보호연대가 보호하면서 '로또'가 살아갈 새 가정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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