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2015년 위안부 합의는 공식 합의”…의미는?
입력 2021.01.08 (20:31) 수정 2021.01.08 (21:02) 취재K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오늘(8일) 법원 판결에 대해 정부가 세 문장짜리 입장을 내놨습니다.

외교부 대변인 명의 논평의 첫 문장은 평범했습니다.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 나갈 것임."

하지만 나머지 두 문장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대로 옮깁니다.
□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함.

□ 또한, 동 판결이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여 한일 양국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제반 노력을 기울이겠음.

사법부가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날, 행정부는 논란이 있는 위안부 합의가 '공식 합의"라고 언급한 겁니다. 무슨 뜻일까요?

■ "위안부 문제,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먼저 위안부 합의 내용부터 살펴보기로 합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은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당사자가 배제된 밀실 합의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당국간 합의는 이행 절차를 밟습니다.

이듬해 7월에는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으로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했고 일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은 여전히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불법 행위로 입은 피해를 보전하는 '배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상' 형식이었으니까요.

■"중대한 흠결…이 합의로 해결 안 돼"
문재인 정부 들어 상황은 급반전됩니다.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가 협상 과정 전반을 재검토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에 직접 의견을 표명합니다.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

여성가족부는 2018년 11월,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재단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 남은 자금 60억 원은 해산된 재단 명의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재협상 요구 않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 입장은 모호했습니다. 중대한 흠결이 있다면서도 합의 자체가 무효라거나 백지화하겠다거나 재협상을 하자고는 안 했습니다.

2018년 1월에 강경화 장관은 "2015년 합의가 양국간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를 감안해 우리 정부는 동 합의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 엔을 전액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하는 등 합의의 핵심 내용을 사실상 파기하면서도 합의 자체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한 겁니다.

당시 내놓은 설명은 이랬습니다. "동북아의 평화 번영을 위해 한일 간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회복해야 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면서 정부 입장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왔습니다."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과거사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한일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오늘 정부 공식 입장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힙니다. 한일 관계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인 셈이죠. 최근 박지원 국정원장의 전격 방일 등으로 한일 관계 회복에 공을 들여온 흐름과도 맞닿은 입장으로 보입니다.

■日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당장 일본은 격한 반응을 보입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재판권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항소할 생각도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항소하지 않으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법의 논리로는 국내에 있는 일본 정부 자산을 현금화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법원이 실제로 일본 정부 자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시도한다면 한일 갈등은 임계점을 넘을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2015년 위안부 합의는 물론, 한일 관계 정상화의 기반인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까지 사실상 붕괴됐다는 해석까지 나옵니다.

■"굉장히 어려운, 마치 예술 행위와 같은 일"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로 위안부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은 보편적 정의감에 부합합니다. 동시에 국가간 합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웃 국가와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격화될 위험을 어떻게 해소해나갈 것인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미국에는 곧 동맹을 매우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합니다.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유효하다고 정부에서 거듭 언급하고는 있지만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13일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또 다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판결이 나옵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와 관련한 한일 갈등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한 한일 관계 전문가는 현재 상황을 "굉장히 어려운, 마치 예술 행위와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 “2015년 위안부 합의는 공식 합의”…의미는?
    • 입력 2021-01-08 20:31:57
    • 수정2021-01-08 21:02:37
    취재K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오늘(8일) 법원 판결에 대해 정부가 세 문장짜리 입장을 내놨습니다.

외교부 대변인 명의 논평의 첫 문장은 평범했습니다. "정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 나갈 것임."

하지만 나머지 두 문장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대로 옮깁니다.
□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함.

□ 또한, 동 판결이 외교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여 한일 양국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이 계속될 수 있도록 제반 노력을 기울이겠음.

사법부가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날, 행정부는 논란이 있는 위안부 합의가 '공식 합의"라고 언급한 겁니다. 무슨 뜻일까요?

■ "위안부 문제,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
먼저 위안부 합의 내용부터 살펴보기로 합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은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당사자가 배제된 밀실 합의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당국간 합의는 이행 절차를 밟습니다.

이듬해 7월에는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으로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했고 일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은 여전히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불법 행위로 입은 피해를 보전하는 '배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상' 형식이었으니까요.

■"중대한 흠결…이 합의로 해결 안 돼"
문재인 정부 들어 상황은 급반전됩니다.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가 협상 과정 전반을 재검토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에 직접 의견을 표명합니다.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

여성가족부는 2018년 11월,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추진하고 재단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 남은 자금 60억 원은 해산된 재단 명의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재협상 요구 않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 입장은 모호했습니다. 중대한 흠결이 있다면서도 합의 자체가 무효라거나 백지화하겠다거나 재협상을 하자고는 안 했습니다.

2018년 1월에 강경화 장관은 "2015년 합의가 양국간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를 감안해 우리 정부는 동 합의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 엔을 전액 한국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하는 등 합의의 핵심 내용을 사실상 파기하면서도 합의 자체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한 겁니다.

당시 내놓은 설명은 이랬습니다. "동북아의 평화 번영을 위해 한일 간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회복해야 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면서 정부 입장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왔습니다."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과거사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한일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오늘 정부 공식 입장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힙니다. 한일 관계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인 셈이죠. 최근 박지원 국정원장의 전격 방일 등으로 한일 관계 회복에 공을 들여온 흐름과도 맞닿은 입장으로 보입니다.

■日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당장 일본은 격한 반응을 보입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재판권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항소할 생각도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항소하지 않으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됩니다. 법의 논리로는 국내에 있는 일본 정부 자산을 현금화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법원이 실제로 일본 정부 자산에 대해 강제집행을 시도한다면 한일 갈등은 임계점을 넘을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2015년 위안부 합의는 물론, 한일 관계 정상화의 기반인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까지 사실상 붕괴됐다는 해석까지 나옵니다.

■"굉장히 어려운, 마치 예술 행위와 같은 일"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로 위안부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은 보편적 정의감에 부합합니다. 동시에 국가간 합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이웃 국가와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격화될 위험을 어떻게 해소해나갈 것인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미국에는 곧 동맹을 매우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합니다.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유효하다고 정부에서 거듭 언급하고는 있지만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13일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또 다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판결이 나옵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와 관련한 한일 갈등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한 한일 관계 전문가는 현재 상황을 "굉장히 어려운, 마치 예술 행위와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