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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만화카페. 편안한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만화책을 골라보고,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그런데 교육지원청은 "초등학생들의 학습과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카페 사장에게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이전하라고 지도했습니다. 카페 사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과 소송에 나섰는데요.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최근, 만화카페 대표 A 씨가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만화카페가 초등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카페 측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 종이만화 대신 웹툰 보는 시대…법원 "인식의 변화 반영돼야"
법원의 판단 근거 중 하나는 '사회 인식의 변화'입니다. 교육지원청의 처분은 만화가 학생들에게 유해하다는 전제에서 이뤄졌죠. 그런데 법원은 현행 청소년보호법 등을 볼 때 만화나 만화대여업 자체를 곧바로 유해한 것으로 볼 순 없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만화대여업소에는 청소년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풍속영업의 범위에서 제외됐습니다. 물론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수반되는 일부 만화가 유해할 순 있지만, 이는 해당 유해물만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해 고시하는 등 별도로 규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 11월 6일,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설치가 제한되는 시설의 범위에서 만화대여업소를 제외함으로써 변화된 사회 인식 등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규제를 개선하겠다"며 교육환경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냈습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만화대여업은 모든 구역에서 자유로운 영업이 가능하게 되죠.
재판부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이 사건 처분을 위한 심의과정에도 반영되는 것이 옳다"며 "종래 책의 형태로만 만화를 접하던 것과 달리 현재에는 온라인 웹툰의 형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1층엔 노래방, 5층엔 당구장…법원 "만화카페 추가된다고 더 나빠지겠나"
법원은 만화카페가 위치한 장소에도 주목했습니다. 만화카페는 상가건물 4층에 있고, 이 건물 지하엔 노래연습장이, 1~2층엔 주점이, 5층엔 당구장이 있는데요.
재판부는 "건물의 이용현황에 비춰 볼 때 4층에 만화대여업이 추가된다는 사정만으로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과 교육환경에 보다 더 나쁜 영향이 미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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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래연습장은 만화대여업처럼 교육환경법에서 정하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서 금지되는 행위 및 시설'에 해당하는데도 영업이 허용됐습니다. 교육지원청은 "노래연습장은 20년 전에 허용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을 할 당시와 주변 환경이 동일하지 않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청소년보호법상 노래연습장은 출입과 고용이 둘 다 금지된 업소이고 만화대여업은 고용만 금지된 업소이므로, 오히려 노래연습장이 만화대여업보다 그 유해성이 더 높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또 초등학교에서 만화카페의 출입문이나 내부 행위가 전혀 보이지 않고, 카페 근처에 미성년자 대상 학원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만화카페 주변을 통학로로 이용하는 학생이 전체 176명 가운데 단 1명에 불과한 점도 고려됐습니다. 재판부는 학교장마저도 '만화카페가 학습과 교육환경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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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당 만화카페가 앞선 소송과정에서 성인만화나 커튼, 블라인드 등을 모두 정리한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교육지원청은 만화카페가 얼마든지 이를 다시 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이유로 원고의 영업 자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의 과도한 제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판결은 교육지원청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달 15일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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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100m 앞 ‘만화카페’…법원 “나쁜 영향 안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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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1-10 09: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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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만화카페. 편안한 자리에서 마음에 드는 만화책을 골라보고,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그런데 교육지원청은 "초등학생들의 학습과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카페 사장에게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이전하라고 지도했습니다. 카페 사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과 소송에 나섰는데요.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최근, 만화카페 대표 A 씨가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만화카페가 초등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카페 측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 종이만화 대신 웹툰 보는 시대…법원 "인식의 변화 반영돼야"
법원의 판단 근거 중 하나는 '사회 인식의 변화'입니다. 교육지원청의 처분은 만화가 학생들에게 유해하다는 전제에서 이뤄졌죠. 그런데 법원은 현행 청소년보호법 등을 볼 때 만화나 만화대여업 자체를 곧바로 유해한 것으로 볼 순 없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만화대여업소에는 청소년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 풍속영업의 범위에서 제외됐습니다. 물론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수반되는 일부 만화가 유해할 순 있지만, 이는 해당 유해물만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해 고시하는 등 별도로 규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해 11월 6일,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설치가 제한되는 시설의 범위에서 만화대여업소를 제외함으로써 변화된 사회 인식 등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규제를 개선하겠다"며 교육환경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냈습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만화대여업은 모든 구역에서 자유로운 영업이 가능하게 되죠.
재판부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이 사건 처분을 위한 심의과정에도 반영되는 것이 옳다"며 "종래 책의 형태로만 만화를 접하던 것과 달리 현재에는 온라인 웹툰의 형태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1층엔 노래방, 5층엔 당구장…법원 "만화카페 추가된다고 더 나빠지겠나"
법원은 만화카페가 위치한 장소에도 주목했습니다. 만화카페는 상가건물 4층에 있고, 이 건물 지하엔 노래연습장이, 1~2층엔 주점이, 5층엔 당구장이 있는데요.
재판부는 "건물의 이용현황에 비춰 볼 때 4층에 만화대여업이 추가된다는 사정만으로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과 교육환경에 보다 더 나쁜 영향이 미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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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래연습장은 만화대여업처럼 교육환경법에서 정하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서 금지되는 행위 및 시설'에 해당하는데도 영업이 허용됐습니다. 교육지원청은 "노래연습장은 20년 전에 허용한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을 할 당시와 주변 환경이 동일하지 않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청소년보호법상 노래연습장은 출입과 고용이 둘 다 금지된 업소이고 만화대여업은 고용만 금지된 업소이므로, 오히려 노래연습장이 만화대여업보다 그 유해성이 더 높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또 초등학교에서 만화카페의 출입문이나 내부 행위가 전혀 보이지 않고, 카페 근처에 미성년자 대상 학원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만화카페 주변을 통학로로 이용하는 학생이 전체 176명 가운데 단 1명에 불과한 점도 고려됐습니다. 재판부는 학교장마저도 '만화카페가 학습과 교육환경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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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당 만화카페가 앞선 소송과정에서 성인만화나 커튼, 블라인드 등을 모두 정리한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교육지원청은 만화카페가 얼마든지 이를 다시 배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이유로 원고의 영업 자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재산권의 과도한 제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판결은 교육지원청이 항소하지 않아, 지난달 15일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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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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