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수 낀 장애인 ‘수갑’ 채운 경찰…인권위 “주의 조치”

입력 2021.01.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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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수를 착용한 장애인 A 씨는 2019년 11월 3일 제주도 모 애견숍에서 업주와 다투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 씨는 "3일 전 마음에 드는 강아지를 보고 계약금 10만 원을 냈는데, 분양을 받으러 와보니 다른 강아지로 바뀌었다"며 업주에게 계약금 환불을 요구하고 있었다.

업주는 “말이 통하지 않고 영업에 방해된다”며 A씨를 가게에서 내보내 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계약금 관련 분쟁에 개입할 수 없어 A 씨에게 소비자보호원 등 다른 구제철자를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영업방해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고지했다.

A 씨는 계약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며 1시간 동안 퇴거에 불응하다 결국 체포됐다.

당시 출동 경찰관들은 “반항이 심해 뒷수갑을 사용했고, 지구대 인치 후 한 쪽 수갑을 사용해 좌석에 착석시켰다”며 “경찰서 인계 시 앞수갑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 제1위원회(위원장 박찬운)는 보디캠 영상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1시간에 걸쳐 퇴거 요구에 불응한 것은 사실이나 체포 당시 뒷수갑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저항하는 모습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언성을 높이던 A 씨가 체포를 거부하려 약하게 팔을 움직인 사실만 확인될 뿐, 폭행이나 자해 등의 우려가 있다고 볼만한 신체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범죄수사규칙과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 위해성 경찰장비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에 따르면, 피의자를 체포할 때에는 필요 한도를 넘어 실력을 행사할 수 없고, 도주나 자살·폭행 등의 염려가 있을 때 수갑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또 A 씨가 별다른 저항 없이 순찰차로 이동한 점, 이송 과정에서 특별히 저항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토대로 "뒷수갑 사용 요건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출동 경찰관에 대해 "당시 긴박한 상황이라고 보이지 않음에도 의수를 착용한 경증장애인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신체적 장애로 수갑을 채우는 것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갑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수갑 등 사용지침'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관할 경찰서장에게 "뒷수갑을 사용한 경찰관에게 주의 조치하고, 과도한 경찰장구 사용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사례를 전파해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 미란다 원칙 내용 "법무부, 경찰청 개선해 혼란 줄여야"

A 씨는 체포 과정에서 체포의 이유와 피고인의 권리에 대해 고지 의무를 해야 하는 이른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출동 당시 경찰관이 촬영한 영상 자료에는 피의사실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권, 변명의 기회, 체포적부심사청구권을 고지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진술거부권에 대해서는 고지하지 않았다.

경찰청은 2019년 11월 14일 범죄수사규칙 개정을 통해 체포 구속 시 진술거부권의 고지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했다.

인권위는 "미란다 원칙에 진술거부권이 포함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 부당한 행위"라며 "다만 체포 날짜가 범죄수사규칙 개정 전이고, 체포나 이송 과정에서 실질적인 피의자 신문이 이뤄졌다고 볼만한 정황을 확인할 수 없다"며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일선 경찰관들이 미란다 원칙 고지 내용에 혼선을 겪는다고 판단해 법무부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의견을 표명했다.

형사소송법과 하위 규정인 검찰사건사무규칙, 범죄수사규칙의 권리 고지 범위가 다르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진술거부권을 법률에 명문화'할 것을, 경찰청장에게는 "경찰청 범죄 수사규칙을 개정해 권리고지 범위를 인식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보호하고, 짧은 시간에 현장에서 피의자를 신속하게 체포해야 하는 일선 수사기관에 미란다 원칙 내용을 명확해 원활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의견 표명 이유를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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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1 13:23:39
    취재K

의수를 착용한 장애인 A 씨는 2019년 11월 3일 제주도 모 애견숍에서 업주와 다투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 씨는 "3일 전 마음에 드는 강아지를 보고 계약금 10만 원을 냈는데, 분양을 받으러 와보니 다른 강아지로 바뀌었다"며 업주에게 계약금 환불을 요구하고 있었다.

업주는 “말이 통하지 않고 영업에 방해된다”며 A씨를 가게에서 내보내 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계약금 관련 분쟁에 개입할 수 없어 A 씨에게 소비자보호원 등 다른 구제철자를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영업방해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고지했다.

A 씨는 계약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며 1시간 동안 퇴거에 불응하다 결국 체포됐다.

당시 출동 경찰관들은 “반항이 심해 뒷수갑을 사용했고, 지구대 인치 후 한 쪽 수갑을 사용해 좌석에 착석시켰다”며 “경찰서 인계 시 앞수갑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 제1위원회(위원장 박찬운)는 보디캠 영상 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1시간에 걸쳐 퇴거 요구에 불응한 것은 사실이나 체포 당시 뒷수갑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저항하는 모습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언성을 높이던 A 씨가 체포를 거부하려 약하게 팔을 움직인 사실만 확인될 뿐, 폭행이나 자해 등의 우려가 있다고 볼만한 신체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범죄수사규칙과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 위해성 경찰장비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에 따르면, 피의자를 체포할 때에는 필요 한도를 넘어 실력을 행사할 수 없고, 도주나 자살·폭행 등의 염려가 있을 때 수갑을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또 A 씨가 별다른 저항 없이 순찰차로 이동한 점, 이송 과정에서 특별히 저항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토대로 "뒷수갑 사용 요건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출동 경찰관에 대해 "당시 긴박한 상황이라고 보이지 않음에도 의수를 착용한 경증장애인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신체적 장애로 수갑을 채우는 것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갑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수갑 등 사용지침'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관할 경찰서장에게 "뒷수갑을 사용한 경찰관에게 주의 조치하고, 과도한 경찰장구 사용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사례를 전파해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 미란다 원칙 내용 "법무부, 경찰청 개선해 혼란 줄여야"

A 씨는 체포 과정에서 체포의 이유와 피고인의 권리에 대해 고지 의무를 해야 하는 이른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출동 당시 경찰관이 촬영한 영상 자료에는 피의사실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권, 변명의 기회, 체포적부심사청구권을 고지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진술거부권에 대해서는 고지하지 않았다.

경찰청은 2019년 11월 14일 범죄수사규칙 개정을 통해 체포 구속 시 진술거부권의 고지의무를 명문으로 규정했다.

인권위는 "미란다 원칙에 진술거부권이 포함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 부당한 행위"라며 "다만 체포 날짜가 범죄수사규칙 개정 전이고, 체포나 이송 과정에서 실질적인 피의자 신문이 이뤄졌다고 볼만한 정황을 확인할 수 없다"며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일선 경찰관들이 미란다 원칙 고지 내용에 혼선을 겪는다고 판단해 법무부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의견을 표명했다.

형사소송법과 하위 규정인 검찰사건사무규칙, 범죄수사규칙의 권리 고지 범위가 다르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진술거부권을 법률에 명문화'할 것을, 경찰청장에게는 "경찰청 범죄 수사규칙을 개정해 권리고지 범위를 인식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보호하고, 짧은 시간에 현장에서 피의자를 신속하게 체포해야 하는 일선 수사기관에 미란다 원칙 내용을 명확해 원활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의견 표명 이유를 밝혔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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