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눈치보다 겨우 ‘폐쇄’…천 명 예배 세계로교회 “인정 못해”

입력 2021.01.11 (14:40) 수정 2021.01.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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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0일) 오전, 부산 서구 서부교회에 주말을 맞아 교회 신도들이 예배를 보는 모습.어제(10일) 오전, 부산 서구 서부교회에 주말을 맞아 교회 신도들이 예배를 보는 모습.

어제(10일) 오전, 부산 서구 서부교회에 주말을 맞아 교회 신도들이 예배를 보기 위해 줄지어 들어섭니다. 이날 예배에는 신도 600여 명이 모였습니다.

같은 시간,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에서도 신도 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주말예배가 진행됐습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한 겁니다.

대면예배를 강행한 교회 앞에서 관할 지자체 공무원들이 비대면 예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면예배를 강행한 교회 앞에서 관할 지자체 공무원들이 비대면 예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9번, 7번 고발에도 대면예배 강행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던 지난해 8월, 부산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습니다. 부산시 방역당국은 교회 등 종교시설에 대면예배를 금지했습니다.

그런데 부산 서구 서부교회와 강서구 세계로 교회는 방역 당국의 집합제한명령을 어기고 대면예배를 최근까지 강행했습니다. 부산시 등에서 서부교회에는 모두 9번, 세계로교회에는 7번 경찰 고발까지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서구청과 강서구청은 지난 6일과 오늘 이 교회에 폐쇄명령 직전인 운영중단명령까지 내렸습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의 행정명령을 비웃듯 이 교회들은 대면예배를 강행했습니다.

특히 세계로교회는 운영중단 명령이 내려진 오늘(11일) 새벽에도 200여 명의 신도가 모인 가운데 대면예배를 강행하다 방역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예배를 드릴 때 거리두기를 하고 체온을 측정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켜 안전하다", " 신앙의 양심상 예배는 포기할 수 없다", "비대면 예배가 불가능한 신도들도 있다"며 대면예배를 강행했습니다.

부산에서 최근까지 대면예배를 강행한 곳은 두 교회뿐입니다. 결국, 부산 서구청과 강서구청은 이 교회들에 내일 0시를 기점으로 시설 폐쇄명령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부산에서 교회 폐쇄 명령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부산 서구의 한 교회에서 신도들이 대면예배를 드리고 있다.부산 서구의 한 교회에서 신도들이 대면예배를 드리고 있다.

■첫 고발 5개월 만에 겨우 폐쇄…"역 민원도 많았다"

지난 9월 방역수칙을 어긴 교회 등에 대해서 폐쇄가 가능하도록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고 관련 법은 지난달 30일 시행됐습니다. 1차로 경고하고 2차 운영중단, 마지막엔 폐쇄명령까지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교회는 관련법이 시행된 지난 30일부터 시작해 주말과 수요일, 새벽 등 잇따라 대면예배를 강행했습니다. 교회발 코로나19 확산세가 산발적으로 지속되고 있어 주민 불안감이 커졌지만, 교회는 대면예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면예배를 멈추게 해달라는 민원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서구청과 강서구청은 곧바로 경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관할 구청 등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민선 구청장 체제에서 다음 선거를 대비해 교인들의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한 공무원은 " 앞서 집합제한명령 등은 부산시에서 내려놓고 정작 시설 폐쇄 등 강경 조치는 기초자치단체에서 하도록 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른 공무원은 "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민원도 많지만, 교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지켜달라는 역 민원도 많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신도들이 교회 건물로 들어가기 전 체온측정 등을 하고 있는 모습신도들이 교회 건물로 들어가기 전 체온측정 등을 하고 있는 모습

■폐쇄명령 이후에도 대면예배 가능?

어렵게 시설 폐쇄명령까지 내려졌지만, 이후에도 대면예배를 강행할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폐쇄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관할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벽보를 붙이고 간판을 떼어내는 수준뿐이기 때문입니다. 관할 구청도 억지로 예배를 막을 수는 없어 또 대면예배를 강행할 때는 다시 부산시와 질병관리청 등 상급기관에 방법을 물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물어본다는 상급기관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집니다. 부산시는 자신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고 질병관리청도 "법령에 폐쇄 이후에 추가로 할 수 있는 조치는 따로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폐쇄 조치 이후에 언제 다시 교회 문을 열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도 없습니다.

■"우선 대면예배 중단…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구청의 시설 폐쇄 명령에 서부교회와 세계로교회는 우선 대면예배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대면예배 전면금지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세계로교회는 오늘 오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쇄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부산 서부교회도 내부 논의를 통해 앞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입니다.

교회발 코로나19 감염이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무엇보다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를 보며 주변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폐쇄 이후에는 어떤 대처가 이뤄지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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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회 눈치보다 겨우 ‘폐쇄’…천 명 예배 세계로교회 “인정 못해”
    • 입력 2021-01-11 14:40:53
    • 수정2021-01-11 14:41:19
    취재K
어제(10일) 오전, 부산 서구 서부교회에 주말을 맞아 교회 신도들이 예배를 보는 모습.
어제(10일) 오전, 부산 서구 서부교회에 주말을 맞아 교회 신도들이 예배를 보기 위해 줄지어 들어섭니다. 이날 예배에는 신도 600여 명이 모였습니다.

같은 시간,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에서도 신도 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주말예배가 진행됐습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어기고 예배를 강행한 겁니다.

대면예배를 강행한 교회 앞에서 관할 지자체 공무원들이 비대면 예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9번, 7번 고발에도 대면예배 강행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던 지난해 8월, 부산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습니다. 부산시 방역당국은 교회 등 종교시설에 대면예배를 금지했습니다.

그런데 부산 서구 서부교회와 강서구 세계로 교회는 방역 당국의 집합제한명령을 어기고 대면예배를 최근까지 강행했습니다. 부산시 등에서 서부교회에는 모두 9번, 세계로교회에는 7번 경찰 고발까지 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관할 지자체인 서구청과 강서구청은 지난 6일과 오늘 이 교회에 폐쇄명령 직전인 운영중단명령까지 내렸습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의 행정명령을 비웃듯 이 교회들은 대면예배를 강행했습니다.

특히 세계로교회는 운영중단 명령이 내려진 오늘(11일) 새벽에도 200여 명의 신도가 모인 가운데 대면예배를 강행하다 방역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이들은 "예배를 드릴 때 거리두기를 하고 체온을 측정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켜 안전하다", " 신앙의 양심상 예배는 포기할 수 없다", "비대면 예배가 불가능한 신도들도 있다"며 대면예배를 강행했습니다.

부산에서 최근까지 대면예배를 강행한 곳은 두 교회뿐입니다. 결국, 부산 서구청과 강서구청은 이 교회들에 내일 0시를 기점으로 시설 폐쇄명령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부산에서 교회 폐쇄 명령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부산 서구의 한 교회에서 신도들이 대면예배를 드리고 있다.
■첫 고발 5개월 만에 겨우 폐쇄…"역 민원도 많았다"

지난 9월 방역수칙을 어긴 교회 등에 대해서 폐쇄가 가능하도록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고 관련 법은 지난달 30일 시행됐습니다. 1차로 경고하고 2차 운영중단, 마지막엔 폐쇄명령까지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교회는 관련법이 시행된 지난 30일부터 시작해 주말과 수요일, 새벽 등 잇따라 대면예배를 강행했습니다. 교회발 코로나19 확산세가 산발적으로 지속되고 있어 주민 불안감이 커졌지만, 교회는 대면예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면예배를 멈추게 해달라는 민원도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서구청과 강서구청은 곧바로 경고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관할 구청 등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민선 구청장 체제에서 다음 선거를 대비해 교인들의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한 공무원은 " 앞서 집합제한명령 등은 부산시에서 내려놓고 정작 시설 폐쇄 등 강경 조치는 기초자치단체에서 하도록 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다른 공무원은 "시설 폐쇄를 요구하는 민원도 많지만, 교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지켜달라는 역 민원도 많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신도들이 교회 건물로 들어가기 전 체온측정 등을 하고 있는 모습
■폐쇄명령 이후에도 대면예배 가능?

어렵게 시설 폐쇄명령까지 내려졌지만, 이후에도 대면예배를 강행할 가능성은 여전합니다. 폐쇄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관할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벽보를 붙이고 간판을 떼어내는 수준뿐이기 때문입니다. 관할 구청도 억지로 예배를 막을 수는 없어 또 대면예배를 강행할 때는 다시 부산시와 질병관리청 등 상급기관에 방법을 물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물어본다는 상급기관도 답이 없기는 마찬가집니다. 부산시는 자신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고 질병관리청도 "법령에 폐쇄 이후에 추가로 할 수 있는 조치는 따로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폐쇄 조치 이후에 언제 다시 교회 문을 열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도 없습니다.

■"우선 대면예배 중단…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구청의 시설 폐쇄 명령에 서부교회와 세계로교회는 우선 대면예배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대면예배 전면금지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세계로교회는 오늘 오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쇄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부산 서부교회도 내부 논의를 통해 앞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입니다.

교회발 코로나19 감염이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무엇보다 대면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를 보며 주변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폐쇄 이후에는 어떤 대처가 이뤄지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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