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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태료 내고 말지” 쏟아지는 허위 매물…세입자만 피해
입력 2021.01.11 (15:23) 취재K
과장 광고 수법을 설명하는 공인중개사과장 광고 수법을 설명하는 공인중개사

“관리비 10만 원 빼면 월세가 비싸지 않아 보이잖아요. 그건 우리 마음이에요.”

원룸 매물을 보러 가겠다며 접촉한 공인중개사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들의 ‘수법’을 설명했습니다. 매물이 좋아보이게 광각렌즈로 건물을 찍고, 월세가 저렴해 보이게 관리비를 10만 원쯤 빼서 매물을 올린다고 합니다.

낯설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중개 앱에 올라오는 매물이 대부분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 왜 단속은 제대로 되지 않는 걸까요?

실거래 사이트와 부동산 중개 대행앱. 같은 건물이지만 금액이 다르다.실거래 사이트와 부동산 중개 대행앱. 같은 건물이지만 금액이 다르다.

취재진이 찾은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는 6개월 전부터 갑자기 허위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건물 하나를 놓고 공인중개사들이 사용하는 실거래 사이트와 부동산 중개 대행앱을 비교했습니다.

실거래 사이트에는 보증금 1천만 원, 월세 72만 원의 매물이 부동산 중개 앱에는 보증금 3백만 원에 월세 20만 원으로 올라왔습니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집주인은 중개 앱에 올라온 금액에 당황스러워했습니다. 집주인도 모르는 허위매물이 버젓이 올라오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는 지역과 금액을 특정해봤습니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을 검색하자 부동산 중개 앱에 뜨는 매물이 실거래 사이트에는 달랑 한 곳만 검색됐습니다.

취재진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매물을 추려 해당 공인중개사에게 문의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있다며 만남을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관련 매물을 한 곳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거래됐다’, ‘집주인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 며 다른 건물을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보증금도 크게는 몇 백만 원씩 바뀌었습니다.

저가로 올라온 매물들저가로 올라온 매물들

결국 이같은 허위, 과장 광고 의심 매물은 국토교통부가 위탁운영을 맡긴 ‘부동산 광고시장 감시센터’로 신고됐습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나도 사건은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신고자가 다시 문의 전화를 하자 그제서야 ‘증거가 부족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해당 집주소와 매물이 정확하게 음성으로 나오는 녹취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 고객들이 집주인과 연락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답답했던 신고자가 허위 매물을 올린 부동산 소재 관할 구청을 방문했지만, 다시 부동산 광고시장 감시센터로 문의하라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수시로 현장 점검을 나서고 과태료를 부과할 의무가 있는 관할구청도 단속에 적극적이지 못한 셈인데요.

국토부는 광고시장 감시센터가 해당 부동산 중개 대행앱을 모니터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자체 신고 체계가 있는 대행앱 등은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겁니다.

신고가 접수된 건에 한해서 점검을 벌이는데, 부동산 광고시장 감시센터가 현재까지 집계한 신고 건수는 2만 4천여 건이지만 이 가운데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은 400여 건이 전부입니다.
허위광고로 의심되는 저가 매물 허위광고로 의심되는 저가 매물

자체 신고 체계로 운영중인 부동산 중개 대행앱도 허위·과장 광고를 모두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고객들에게 다시 전화하거나 허위 광고가 잦은 지역에 집중 감시를 벌이고 있지만 물량과 거래가 많은 전월세 매물을 모두 점검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이미 잦은 신고가 들어간 중개 업소도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취재진이 중개 대행앱에 처벌 건수 등을 요청했지만, 업체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결국 자체 점검만으로 단속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은 기존 체계를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부동산 광고시장 감시센터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고, 신고 체계도 시민들이 실제 제출 가능한 항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 처벌 규정을 보다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현장에서는 과태료를 ‘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급하게 집을 구하는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셈인데,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 “과태료 내고 말지” 쏟아지는 허위 매물…세입자만 피해
    • 입력 2021-01-11 15:23:42
    취재K
과장 광고 수법을 설명하는 공인중개사과장 광고 수법을 설명하는 공인중개사

“관리비 10만 원 빼면 월세가 비싸지 않아 보이잖아요. 그건 우리 마음이에요.”

원룸 매물을 보러 가겠다며 접촉한 공인중개사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들의 ‘수법’을 설명했습니다. 매물이 좋아보이게 광각렌즈로 건물을 찍고, 월세가 저렴해 보이게 관리비를 10만 원쯤 빼서 매물을 올린다고 합니다.

낯설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중개 앱에 올라오는 매물이 대부분 ‘허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이틀 일이 아닌데 왜 단속은 제대로 되지 않는 걸까요?

실거래 사이트와 부동산 중개 대행앱. 같은 건물이지만 금액이 다르다.실거래 사이트와 부동산 중개 대행앱. 같은 건물이지만 금액이 다르다.

취재진이 찾은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는 6개월 전부터 갑자기 허위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건물 하나를 놓고 공인중개사들이 사용하는 실거래 사이트와 부동산 중개 대행앱을 비교했습니다.

실거래 사이트에는 보증금 1천만 원, 월세 72만 원의 매물이 부동산 중개 앱에는 보증금 3백만 원에 월세 20만 원으로 올라왔습니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집주인은 중개 앱에 올라온 금액에 당황스러워했습니다. 집주인도 모르는 허위매물이 버젓이 올라오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는 지역과 금액을 특정해봤습니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을 검색하자 부동산 중개 앱에 뜨는 매물이 실거래 사이트에는 달랑 한 곳만 검색됐습니다.

취재진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매물을 추려 해당 공인중개사에게 문의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있다며 만남을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관련 매물을 한 곳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거래됐다’, ‘집주인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 며 다른 건물을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보증금도 크게는 몇 백만 원씩 바뀌었습니다.

저가로 올라온 매물들저가로 올라온 매물들

결국 이같은 허위, 과장 광고 의심 매물은 국토교통부가 위탁운영을 맡긴 ‘부동산 광고시장 감시센터’로 신고됐습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나도 사건은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신고자가 다시 문의 전화를 하자 그제서야 ‘증거가 부족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해당 집주소와 매물이 정확하게 음성으로 나오는 녹취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 고객들이 집주인과 연락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답답했던 신고자가 허위 매물을 올린 부동산 소재 관할 구청을 방문했지만, 다시 부동산 광고시장 감시센터로 문의하라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수시로 현장 점검을 나서고 과태료를 부과할 의무가 있는 관할구청도 단속에 적극적이지 못한 셈인데요.

국토부는 광고시장 감시센터가 해당 부동산 중개 대행앱을 모니터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자체 신고 체계가 있는 대행앱 등은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겁니다.

신고가 접수된 건에 한해서 점검을 벌이는데, 부동산 광고시장 감시센터가 현재까지 집계한 신고 건수는 2만 4천여 건이지만 이 가운데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은 400여 건이 전부입니다.
허위광고로 의심되는 저가 매물 허위광고로 의심되는 저가 매물

자체 신고 체계로 운영중인 부동산 중개 대행앱도 허위·과장 광고를 모두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고객들에게 다시 전화하거나 허위 광고가 잦은 지역에 집중 감시를 벌이고 있지만 물량과 거래가 많은 전월세 매물을 모두 점검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이미 잦은 신고가 들어간 중개 업소도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요.

취재진이 중개 대행앱에 처벌 건수 등을 요청했지만, 업체는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결국 자체 점검만으로 단속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은 기존 체계를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부동산 광고시장 감시센터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고, 신고 체계도 시민들이 실제 제출 가능한 항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 처벌 규정을 보다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현장에서는 과태료를 ‘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반응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급하게 집을 구하는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셈인데,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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