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장모님 나오세요!”…집 아닌 법원에서 만난 장모와 사위

입력 2021.01.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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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장모에게 막말하며 윽박지른 40대 사위가 노인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존경과 사랑의 혈연관계인 이들 ‘장서(장모와 사위)지간’ 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됐을까?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A(43)씨는 아내와 함께 지난 2018년 12월 24일부터 장모 B(73)씨와 경기도 부천에서 함께 살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 씨의 아내와 장모가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졌다.

A 씨 부부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2019년 3월부터 집을 나와 평일에는 호텔에서 지내고, 주말에만 집에 와 B 씨와 생활했다.

그러던 중 2019년 5월 초 B 씨의 세탁기 사용 문제로 다시 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5월 19일 오후 11시 30분쯤 이들 관계는 사달이 난다.

당시 A 씨 소유의 흔들의자를 B 씨가 만지고 안방으로 들어가자 사위인 A 씨는 방문을 발로 차며 “장모님 나오세요. 빨리, 내가 들어가요. 좋은 말 할 때 빨리요”라고 소리쳤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장모에게 험한 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노인복지법 위반혐의로 기소됐고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 2단독 서호원 판사는 당시 A 씨의 발언이 부적절한 언행에 해당하지만, 학대로는 볼 수 없다무죄를 선고했다.

서 판사는 판결문에서 “당시 전후 상황과 녹음된 대화 내용을 보면 피고인은 ‘방에서 나와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위협에 해당하고 정서적 학대행위로 봄이 충분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인천지법 형사항소2부(이세창 부장판사)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하고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인학대’라 함은 노인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 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며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한 발언이 정서적 학대행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폭언을 하거나 피해자를 위협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피해자도 당시 자신의 딸을 밀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일부 발언을 하게 된 사정도 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지속해서 피해자에게 폭언, 협박, 위협 등을 했다거나 피해자를 유기 또는 방임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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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장모님 나오세요!”…집 아닌 법원에서 만난 장모와 사위
    • 입력 2021-01-11 15:47:20
    취재후·사건후

70대 장모에게 막말하며 윽박지른 40대 사위가 노인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존경과 사랑의 혈연관계인 이들 ‘장서(장모와 사위)지간’ 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됐을까?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A(43)씨는 아내와 함께 지난 2018년 12월 24일부터 장모 B(73)씨와 경기도 부천에서 함께 살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 씨의 아내와 장모가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아졌다.

A 씨 부부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2019년 3월부터 집을 나와 평일에는 호텔에서 지내고, 주말에만 집에 와 B 씨와 생활했다.

그러던 중 2019년 5월 초 B 씨의 세탁기 사용 문제로 다시 다툼이 벌어졌고, 결국 5월 19일 오후 11시 30분쯤 이들 관계는 사달이 난다.

당시 A 씨 소유의 흔들의자를 B 씨가 만지고 안방으로 들어가자 사위인 A 씨는 방문을 발로 차며 “장모님 나오세요. 빨리, 내가 들어가요. 좋은 말 할 때 빨리요”라고 소리쳤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장모에게 험한 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노인복지법 위반혐의로 기소됐고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 2단독 서호원 판사는 당시 A 씨의 발언이 부적절한 언행에 해당하지만, 학대로는 볼 수 없다무죄를 선고했다.

서 판사는 판결문에서 “당시 전후 상황과 녹음된 대화 내용을 보면 피고인은 ‘방에서 나와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방에서 나오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위협에 해당하고 정서적 학대행위로 봄이 충분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인천지법 형사항소2부(이세창 부장판사)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하고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노인학대’라 함은 노인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 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며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한 발언이 정서적 학대행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폭언을 하거나 피해자를 위협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하게 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피해자도 당시 자신의 딸을 밀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일부 발언을 하게 된 사정도 있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지속해서 피해자에게 폭언, 협박, 위협 등을 했다거나 피해자를 유기 또는 방임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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