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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적용”, “경찰 직무유기·방조로 고발”…커지는 ‘정인이 사건’ 책임론
입력 2021.01.11 (17:28) 취재K

입양 271일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틀 뒤(13일)에 열립니다.

첫 재판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정인 양을 숨지게 한 양부모 뿐 아니라 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첫 공판 D-2…다시 법원 앞에 등장한 '근조화환'

서울 남부지방검찰청과 남부지방법원 앞에 근조화환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무려 75개가 넘는 화환들이 정문 담벼락을 따라 늘어서 있습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서 지난해 12월 두 차례 근조화환을 설치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오늘(11일)  오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앞에 설치된 근조화환, 화환은 오는 15일까지 설치될 예정이다.오늘(11일) 오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앞에 설치된 근조화환, 화환은 오는 15일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우느라 부은 눈이 아니라 웃느라 초승달 눈이 될 정인, 사랑해'
'살인자는 살인죄로 기소!'
'이젠 엄마가 싸워줄게'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보내진 근조화환에는 정인이의 죽음을 추모하고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파란색 바람개비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습니다. 파란 바람개비는 아동학대로 희생된 아이들을 달래는 의미를 담은 겁니다.

■ "더 이상의 '정인이'는 안된다" …직접 릴레이 시위 나선 시민들

시민들도 오늘부터 직접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맞춰 서울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릴레이 시위에 나섰습니다. 원하는 시민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양모에게 '아동학대 치사' 뿐 아니라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11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오늘(11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
오늘 점심시간에는 스무 명가량의 시민들이 릴레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참석자 양미연 씨는 무엇보다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양부모에 대해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양 씨는 "시민들이 살인죄를 적용하라며 직접 진정서를 쓰고 노력해서가 아니라, 미국처럼 형량이 높아져야 한다"라며 학대 치사에 대한 형량 강화를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정인이가 숨졌을 당시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씨는 "살인에 대한 증거를 찾으려는 게 아니라, 아이들 몸 자체가 증거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딸 셋을 둔 박재형 씨는 정인이의 죽음 원인으로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홀트아동복지회 등 여러 주체가 정인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정인이의 죽음을 통해 드러난, 현장에서의 부족함과 한계를 얼른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씨는 "정인이 사건에서도 세 번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매번 다른 팀에서 담당했다"라며 "다른 팀에서 결론지은 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반대의 결과를 내리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청에서 직접 아동학대와 관련해 직접 전담수사팀이나 특별수사대를 한시 빨리 운영해, 아동학대 수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일선 경찰관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시위는 '정인이 사건' 재판을 담당할 재판부가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정문을 오갈 때,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보라는 취지에서 기획됐습니다. 시위는 첫 재판이 있을 13일 출근 시간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 "경찰 직무유기, 양부모 살인·살인 방조"…시민단체, 검찰에 고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의 고발장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접수됐습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등 3개 시민단체는 정인 양의 양모를 '살인 혐의', 양부는 '살인방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오늘(11일) 오후 서울 남부지검에 정인 양의 양부모, 경찰 관계자들을 고발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연 모습.시민단체들이 오늘(11일) 오후 서울 남부지검에 정인 양의 양부모, 경찰 관계자들을 고발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연 모습.
이들 단체는 이화섭 전 양천경찰서장과 전·현직 여성청소년과장 등 7명도 '직무 유기', '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함께 고발했습니다. 이들은 "3번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아동학대를 방지할 책무가 있는 아동학대 담당 경찰관들과 간부 경찰관들은 양부모의 거짓 진술만 믿고 적극적인 조사나 추가적 학대 예방을 위한 분리조치 하나 없이 정인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기회들을 허망하게 모두 날려 버렸다"라며 비판했습니다.

이미 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누가 정인이의 죽음에 더 책임이 있는지'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인이 양부모의 재판을 앞둔 법원 앞에서 만난 이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지금이라도 '제2의 정인이'를 막기 위해서 책임을 묻고 앞으로는 같은 잘못이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회의감은 잠시 제쳐놓고, '정인이 사건' 책임론을 계속해서 되짚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요?
  • “살인죄 적용”, “경찰 직무유기·방조로 고발”…커지는 ‘정인이 사건’ 책임론
    • 입력 2021-01-11 17:28:32
    취재K

입양 271일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틀 뒤(13일)에 열립니다.

첫 재판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정인 양을 숨지게 한 양부모 뿐 아니라 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첫 공판 D-2…다시 법원 앞에 등장한 '근조화환'

서울 남부지방검찰청과 남부지방법원 앞에 근조화환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무려 75개가 넘는 화환들이 정문 담벼락을 따라 늘어서 있습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서 지난해 12월 두 차례 근조화환을 설치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오늘(11일)  오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앞에 설치된 근조화환, 화환은 오는 15일까지 설치될 예정이다.오늘(11일) 오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 앞에 설치된 근조화환, 화환은 오는 15일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우느라 부은 눈이 아니라 웃느라 초승달 눈이 될 정인, 사랑해'
'살인자는 살인죄로 기소!'
'이젠 엄마가 싸워줄게'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보내진 근조화환에는 정인이의 죽음을 추모하고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파란색 바람개비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습니다. 파란 바람개비는 아동학대로 희생된 아이들을 달래는 의미를 담은 겁니다.

■ "더 이상의 '정인이'는 안된다" …직접 릴레이 시위 나선 시민들

시민들도 오늘부터 직접 출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맞춰 서울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릴레이 시위에 나섰습니다. 원하는 시민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양모에게 '아동학대 치사' 뿐 아니라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11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오늘(11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
오늘 점심시간에는 스무 명가량의 시민들이 릴레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참석자 양미연 씨는 무엇보다 정인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양부모에 대해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양 씨는 "시민들이 살인죄를 적용하라며 직접 진정서를 쓰고 노력해서가 아니라, 미국처럼 형량이 높아져야 한다"라며 학대 치사에 대한 형량 강화를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정인이가 숨졌을 당시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씨는 "살인에 대한 증거를 찾으려는 게 아니라, 아이들 몸 자체가 증거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딸 셋을 둔 박재형 씨는 정인이의 죽음 원인으로 '시스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경찰·아동보호전문기관·홀트아동복지회 등 여러 주체가 정인이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정인이의 죽음을 통해 드러난, 현장에서의 부족함과 한계를 얼른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씨는 "정인이 사건에서도 세 번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매번 다른 팀에서 담당했다"라며 "다른 팀에서 결론지은 건에 대해 실질적으로 반대의 결과를 내리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청에서 직접 아동학대와 관련해 직접 전담수사팀이나 특별수사대를 한시 빨리 운영해, 아동학대 수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일선 경찰관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시위는 '정인이 사건' 재판을 담당할 재판부가 출근길과 점심시간에 정문을 오갈 때,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보라는 취지에서 기획됐습니다. 시위는 첫 재판이 있을 13일 출근 시간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 "경찰 직무유기, 양부모 살인·살인 방조"…시민단체, 검찰에 고발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의 고발장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접수됐습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등 3개 시민단체는 정인 양의 양모를 '살인 혐의', 양부는 '살인방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오늘(11일) 오후 서울 남부지검에 정인 양의 양부모, 경찰 관계자들을 고발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연 모습.시민단체들이 오늘(11일) 오후 서울 남부지검에 정인 양의 양부모, 경찰 관계자들을 고발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연 모습.
이들 단체는 이화섭 전 양천경찰서장과 전·현직 여성청소년과장 등 7명도 '직무 유기', '아동학대 방조' 혐의로 함께 고발했습니다. 이들은 "3번의 아동학대 신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아동학대를 방지할 책무가 있는 아동학대 담당 경찰관들과 간부 경찰관들은 양부모의 거짓 진술만 믿고 적극적인 조사나 추가적 학대 예방을 위한 분리조치 하나 없이 정인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기회들을 허망하게 모두 날려 버렸다"라며 비판했습니다.

이미 정인이가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누가 정인이의 죽음에 더 책임이 있는지'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인이 양부모의 재판을 앞둔 법원 앞에서 만난 이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지금이라도 '제2의 정인이'를 막기 위해서 책임을 묻고 앞으로는 같은 잘못이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회의감은 잠시 제쳐놓고, '정인이 사건' 책임론을 계속해서 되짚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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