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김제 심포항 ‘백합 대신 재첩’…어민들 새 소득원 될까

입력 2021.01.11 (19:29) 수정 2021.01.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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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강과 동진강 사이 김제시 진봉면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심포항.

인근의 한 선창가에 내려앉은 논병아리 십 수마리가 먹이를 잡아 올리느라 분주합니다.

한 번 자맥질해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진기한 광경이 포착됩니다.

부리에 물고 있는 것이 물고기가 아닌 '재첩'이기 때문입니다.

서해바다가 맞닿는 심포항은 조개의 황제라 불리는 ‘백합’으로 전국에 명성을 떨쳤던 작은 항구입니다.

하지만 30년 전,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면서 백합은 물론 각종 어패류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신영모/김제시 심포리 : “심포항은 옛날부터 백합, 동죽, 또는 꽃게, 그리고 각종 고기, 대하도 많이 나오고, 숭어도 많이 나오고, 전어도 많이 나오고 각종 황금어장이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심포항과 동진강 하류를 비롯해 군산 하제, 부안 가력도 등의 새만금 내측이 또 한 번 황금어장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섬진강 유역에 다수 서식한다는 재첩이 새만금호에 집단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민들이 몰리고 있어섭니다.

[“이런 자연이 준 큰 선물을, 우리가 재첩을 잡아가지고 생활에 도움도 되고, 우리 국민들이 맛있는 재첩을 보급을 받을 수도 있고….”]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역 모래성분이 많은 상류부에 많이 서식한다고 알려진 민물조개 재첩.

[오동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 : “해수가 있는 곳은 재첩이 살 수가 없고요. 민물이 있는 수심이 약 2m 내외, 1m나 2m 내외에 있는 쪽에서 민물이 있는 쪽에서 서식하는 거죠.”]

그런 재첩을 새만금호에서 어민들이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 11월부터입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에 의하면, 수심 2~3m 부근에는 염분성층이라는 띠가 생기는데, 성층 아래는 해수가 있고 위쪽으로는 담수가 있습니다.

어민들이 재첩 잡이를 하고 있는 곳은 만경강과 동진강 둘레를 따라 수심이 2m 내외로 낮고, 해수의 영향이 미세하게 남아 있는 담수 지역입니다.

산소와 소량의 염도를 필요로 하는 곳에 재첩이 살 수 있는데, 한마디로 새만금 내측 수역에 최적의 환경이 형성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개발을 위해 바닥을 파헤치게 되면 수심이 깊어져 애써 만들어진 재첩 서식지가 파괴될 거라고 말합니다.

재첩은 맛이 담백하고 간 기능 향상에도 효과적이어서 예로부터 해장국은 물론 아기들 이유식 육수로도 각광을 받아왔습니다.

섬진강이나 송지호, 남대천 재첩에 비해 노란색을 띠며 알이 굵고 단 맛이 많은데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도 새만금 재첩의 특징입니다.

현재 심포항을 중심으로 재첩 채취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어선은 대략 40 척 정도.

대개 5월과 10월이 재첩 수확 최적기인 데 비해, 그동안 묵혀있던 새만금 내측은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지금처럼 한겨울에도 채취가 가능합니다.

[이영경/김제시 심포리 : “여기는 몇 십 년 동안 묵혀 있어서 이렇게 큰 게 많이 나오는 거예요. 다른 곳은 이렇게 큰 게 안 나와요. 엄청 오랫동안 묵혀 있으니까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사계절 수확이 꾸준한데다, 재첩 분포 영역이 광범위해 젊은 청년들에게도 인기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공무원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어부가 된 42살 청년 박태영 씨 또한 재첩 잡이를 주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태영/김제시 심포리 : “굉장한 소득을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나 다른 데서 일하는 것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현실적인 문제에서도…. 재미있고, 재미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그런데 한 달 기준 150톤가량 수확되는 새만금 재첩은, 90% 이상이 경상남북도 등지의 외지로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내 재첩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섬진강 재첩 판매 가격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제 값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타지역에서는 20kg 기준했을 때 약 8,9만 원 선에서 크게는 10만 원 이상 호가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국내산인데도 불구하고 저희는 2만 원에서 3만 원 정도밖에 (가격) 형성이 되어 있지 않아요.”]

유통이나 판로 확보에서 어려움도 많은데, 새만금 내측은 어업이 허가되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우리가 한 20여 년간 조업을 못해왔어요. 그랬는데 이런 어마어마한 이 재첩이 새만금호에 산란이 되고 서식이 됐으니, 우리 어민들이 이거라도 잡아서….”]

어민들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새만금 재첩이 지역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도생/김제시 새만금해양과 수산자원담당 계장 : “하동이나 이쪽은 종패를 강요하는 입장입니다. 동서도로, 남북도로가 뚫려서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그런 장소에 머무를 수 있도록 우리 재첩을 우리 지자체 브랜드로 활성화하는….”]

어민들에게 최소한의 생계가 될 수 있도록 보다 활발하게 어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어민이 새만금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전반적인 사항이나 이런 것들을 관에서나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만금에 어민이 있는 새만금이 되었으면….”]

생태계의 변화로 과거 백합 주생산지였던 이곳이 자연산 재첩 생산지로 변모하면서 생긴 작은 소망들.

어민들에게는 생계가 될 수밖에 없는 그 소망과 함께 심포항의 옛 명성이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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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K] 김제 심포항 ‘백합 대신 재첩’…어민들 새 소득원 될까
    • 입력 2021-01-11 19:29:26
    • 수정2021-01-11 21:16:16
    뉴스7(전주)
만경강과 동진강 사이 김제시 진봉면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심포항.

인근의 한 선창가에 내려앉은 논병아리 십 수마리가 먹이를 잡아 올리느라 분주합니다.

한 번 자맥질해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진기한 광경이 포착됩니다.

부리에 물고 있는 것이 물고기가 아닌 '재첩'이기 때문입니다.

서해바다가 맞닿는 심포항은 조개의 황제라 불리는 ‘백합’으로 전국에 명성을 떨쳤던 작은 항구입니다.

하지만 30년 전,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면서 백합은 물론 각종 어패류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신영모/김제시 심포리 : “심포항은 옛날부터 백합, 동죽, 또는 꽃게, 그리고 각종 고기, 대하도 많이 나오고, 숭어도 많이 나오고, 전어도 많이 나오고 각종 황금어장이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심포항과 동진강 하류를 비롯해 군산 하제, 부안 가력도 등의 새만금 내측이 또 한 번 황금어장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섬진강 유역에 다수 서식한다는 재첩이 새만금호에 집단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어민들이 몰리고 있어섭니다.

[“이런 자연이 준 큰 선물을, 우리가 재첩을 잡아가지고 생활에 도움도 되고, 우리 국민들이 맛있는 재첩을 보급을 받을 수도 있고….”]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기수역 모래성분이 많은 상류부에 많이 서식한다고 알려진 민물조개 재첩.

[오동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 : “해수가 있는 곳은 재첩이 살 수가 없고요. 민물이 있는 수심이 약 2m 내외, 1m나 2m 내외에 있는 쪽에서 민물이 있는 쪽에서 서식하는 거죠.”]

그런 재첩을 새만금호에서 어민들이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 11월부터입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에 의하면, 수심 2~3m 부근에는 염분성층이라는 띠가 생기는데, 성층 아래는 해수가 있고 위쪽으로는 담수가 있습니다.

어민들이 재첩 잡이를 하고 있는 곳은 만경강과 동진강 둘레를 따라 수심이 2m 내외로 낮고, 해수의 영향이 미세하게 남아 있는 담수 지역입니다.

산소와 소량의 염도를 필요로 하는 곳에 재첩이 살 수 있는데, 한마디로 새만금 내측 수역에 최적의 환경이 형성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개발을 위해 바닥을 파헤치게 되면 수심이 깊어져 애써 만들어진 재첩 서식지가 파괴될 거라고 말합니다.

재첩은 맛이 담백하고 간 기능 향상에도 효과적이어서 예로부터 해장국은 물론 아기들 이유식 육수로도 각광을 받아왔습니다.

섬진강이나 송지호, 남대천 재첩에 비해 노란색을 띠며 알이 굵고 단 맛이 많은데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도 새만금 재첩의 특징입니다.

현재 심포항을 중심으로 재첩 채취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어선은 대략 40 척 정도.

대개 5월과 10월이 재첩 수확 최적기인 데 비해, 그동안 묵혀있던 새만금 내측은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지금처럼 한겨울에도 채취가 가능합니다.

[이영경/김제시 심포리 : “여기는 몇 십 년 동안 묵혀 있어서 이렇게 큰 게 많이 나오는 거예요. 다른 곳은 이렇게 큰 게 안 나와요. 엄청 오랫동안 묵혀 있으니까 이렇게 나오는 거예요.”]

사계절 수확이 꾸준한데다, 재첩 분포 영역이 광범위해 젊은 청년들에게도 인기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공무원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와 어부가 된 42살 청년 박태영 씨 또한 재첩 잡이를 주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태영/김제시 심포리 : “굉장한 소득을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나 다른 데서 일하는 것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현실적인 문제에서도…. 재미있고, 재미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그런데 한 달 기준 150톤가량 수확되는 새만금 재첩은, 90% 이상이 경상남북도 등지의 외지로 팔려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내 재첩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섬진강 재첩 판매 가격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제 값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타지역에서는 20kg 기준했을 때 약 8,9만 원 선에서 크게는 10만 원 이상 호가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국내산인데도 불구하고 저희는 2만 원에서 3만 원 정도밖에 (가격) 형성이 되어 있지 않아요.”]

유통이나 판로 확보에서 어려움도 많은데, 새만금 내측은 어업이 허가되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우리가 한 20여 년간 조업을 못해왔어요. 그랬는데 이런 어마어마한 이 재첩이 새만금호에 산란이 되고 서식이 됐으니, 우리 어민들이 이거라도 잡아서….”]

어민들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새만금 재첩이 지역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도생/김제시 새만금해양과 수산자원담당 계장 : “하동이나 이쪽은 종패를 강요하는 입장입니다. 동서도로, 남북도로가 뚫려서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그런 장소에 머무를 수 있도록 우리 재첩을 우리 지자체 브랜드로 활성화하는….”]

어민들에게 최소한의 생계가 될 수 있도록 보다 활발하게 어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한다는 목소리도 큽니다.

[“어민이 새만금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전반적인 사항이나 이런 것들을 관에서나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만금에 어민이 있는 새만금이 되었으면….”]

생태계의 변화로 과거 백합 주생산지였던 이곳이 자연산 재첩 생산지로 변모하면서 생긴 작은 소망들.

어민들에게는 생계가 될 수밖에 없는 그 소망과 함께 심포항의 옛 명성이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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