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얼어붙었어요”…한파에 더 추운 달동네

입력 2021.01.11 (21:47) 수정 2021.01.1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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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체감기온은 영하20도를 오르내리지만 서울광장 앞 사랑의 온도탑은 96.5도로 따끈따끈 합니다.

이달 말까지 모금이 계속되는데, 목표인 100도를 무난히 채우게 될 겁니다.

다른 곳의 열기는 더 뜨겁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이미 100도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전북 정읍시의 나눔온도는 무려 208도. 펄펄 끓습니다.

원래 이번 사랑의 온도탑 목표금액은 예년보다 낮게 정했습니다.

다들 힘든 시기이니만큼 모금액이 적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습니다.

그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고, 어려울수록 주변 돌아보는 사람들의 온정은 한겨울 한파를 녹이는 중입니다.

이런 온기가 더욱 절실한 곳이 있습니다.

한파경보까지 내린 추운 날씨를 연탄 몇 장으로 견뎌야 하는 사람들인데요.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기부와 자원봉사마저 줄어 유독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민경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중계동 백사마을.

간밤에 내린 폭설과 추위에 가파른 마을 골목골목이 모두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출발! 가자!”]

지게 가득 연탄을 짊어진 연탄은행 직원들이 좁고 경사진 계단을 종종걸음으로 오르내립니다.

연탄도 얼고 길도 얼고 힘들어서 마음도 얼고….

백사마을 주민 절반 이상은 연탄으로 겨울을 지냅니다.

[허기복/서울연탄은행 대표 : “(하루) 5장 이상 연탄을 때야 방 안이 따뜻한데 코로나 때문에 후원도 적고 봉사자도 없어서 배달이 어렵다 보니까….”]

노점에서 보리 등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했던 노영덕 할머니, 코로나에 추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장사 나가기 쉽지 않아 하루 종일 집에만 있습니다.

[노영덕/백사마을 주민 : “연탄은 다른 것과 달라서 못 아껴요. 그게 꺼져버리면 숯탄(번개탄) 사서 넣어야지. 숯탄(번개탄)이 더 비싸잖아요.”]

방 안 온기를 유지하려면 하루 6장, 아무리 아껴 써도 한 달에 150장은 있어야 하는데 턱없이 모자랍니다.

[노영덕/백사마을 주민 : “합쳐서 50장은 넘을까 어쩔까, 걱정된다니까...”]

복지관에서 공공근로 일를 하던 박해숙 할머니도 코로나 때문에 일이 끊겼습니다.

요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연탄입니다.

[박해숙/백사마을 주민 : “코로나만 아니면 복지관에서라도 일하는데, 밥은 한 끼 굶어도 불은 넣어야 되잖아요.”]

평균 연령이 80대인 백사마을 주민들에게 연탄은 ‘금탄’으로 불릴 만큼 소중한 존재입니다.

[박해숙/백사마을 주민 : “연탄 아껴야지. 그것도 안 때려고 불문을 막았다 열었다가 해요.”]

코로나 확산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형편이 어려운 백사마을 주민들에게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길고 춥게만 느껴집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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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도 마음도 얼어붙었어요”…한파에 더 추운 달동네
    • 입력 2021-01-11 21:47:46
    • 수정2021-01-11 21:57:40
    뉴스 9
[앵커]

체감기온은 영하20도를 오르내리지만 서울광장 앞 사랑의 온도탑은 96.5도로 따끈따끈 합니다.

이달 말까지 모금이 계속되는데, 목표인 100도를 무난히 채우게 될 겁니다.

다른 곳의 열기는 더 뜨겁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이미 100도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전북 정읍시의 나눔온도는 무려 208도. 펄펄 끓습니다.

원래 이번 사랑의 온도탑 목표금액은 예년보다 낮게 정했습니다.

다들 힘든 시기이니만큼 모금액이 적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습니다.

그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고, 어려울수록 주변 돌아보는 사람들의 온정은 한겨울 한파를 녹이는 중입니다.

이런 온기가 더욱 절실한 곳이 있습니다.

한파경보까지 내린 추운 날씨를 연탄 몇 장으로 견뎌야 하는 사람들인데요.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기부와 자원봉사마저 줄어 유독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민경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중계동 백사마을.

간밤에 내린 폭설과 추위에 가파른 마을 골목골목이 모두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출발! 가자!”]

지게 가득 연탄을 짊어진 연탄은행 직원들이 좁고 경사진 계단을 종종걸음으로 오르내립니다.

연탄도 얼고 길도 얼고 힘들어서 마음도 얼고….

백사마을 주민 절반 이상은 연탄으로 겨울을 지냅니다.

[허기복/서울연탄은행 대표 : “(하루) 5장 이상 연탄을 때야 방 안이 따뜻한데 코로나 때문에 후원도 적고 봉사자도 없어서 배달이 어렵다 보니까….”]

노점에서 보리 등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했던 노영덕 할머니, 코로나에 추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장사 나가기 쉽지 않아 하루 종일 집에만 있습니다.

[노영덕/백사마을 주민 : “연탄은 다른 것과 달라서 못 아껴요. 그게 꺼져버리면 숯탄(번개탄) 사서 넣어야지. 숯탄(번개탄)이 더 비싸잖아요.”]

방 안 온기를 유지하려면 하루 6장, 아무리 아껴 써도 한 달에 150장은 있어야 하는데 턱없이 모자랍니다.

[노영덕/백사마을 주민 : “합쳐서 50장은 넘을까 어쩔까, 걱정된다니까...”]

복지관에서 공공근로 일를 하던 박해숙 할머니도 코로나 때문에 일이 끊겼습니다.

요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연탄입니다.

[박해숙/백사마을 주민 : “코로나만 아니면 복지관에서라도 일하는데, 밥은 한 끼 굶어도 불은 넣어야 되잖아요.”]

평균 연령이 80대인 백사마을 주민들에게 연탄은 ‘금탄’으로 불릴 만큼 소중한 존재입니다.

[박해숙/백사마을 주민 : “연탄 아껴야지. 그것도 안 때려고 불문을 막았다 열었다가 해요.”]

코로나 확산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형편이 어려운 백사마을 주민들에게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길고 춥게만 느껴집니다.

KBS 뉴스 박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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