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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죽이고 싶어”…‘동물판 N번방’ 정체는?
입력 2021.01.12 (15:12) 취재K

"그곳에는 악마들이 있었습니다. 길고양이 울음소리가 싫다는 이유로 활로 쏴 죽이고 두개골을 부수고 집에 가져와 전시하여 사진 찍어 자랑하고 그것이 즐겁다며 카톡에서 낄낄대는 악마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작성자는 오픈 채팅방 '고어전문방'의 참여자들이 동물을 포획하는 법이나 일부 부위를 자르는 방법, 관련 경험담 등을 공유하고 실제 학대당하는 동물들의 사진과 영상 등도 올렸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이른바 '동물판 N번방'이라 불리며 공분을 사고 있는 이 오픈 채팅방에선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요.

오픈 채팅방 ‘고어전문방’에 올라온 영상 속, 포획 틀에 갇힌 고양이오픈 채팅방 ‘고어전문방’에 올라온 영상 속, 포획 틀에 갇힌 고양이

■ "고양이는 맛이 없다"…동물 학대 이어 여성에 대한 범죄 언급까지

비좁은 포획 틀에 갇힌 고양이가 몸부림을 치자 이를 발로 차며 웃는 영상, 화살을 맞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고양이의 사진, 잘린 너구리의 두개골 사진까지. 모두 오픈 채팅방에 공유된 것들입니다.

이들은 채팅방에서 동물을 학대하고 잡아먹는 행동을 옹호하고 격려하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길고양이 죽이고 싶은데 어떻게 구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는 간식으로 유혹해 잡으라는 조언을 해주고 동물 학대 도구로 추정되는 화살과 도끼 등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멀리서 쏴서 빗나갔는데 운 좋게 척추에 맞았다", "덫이나 놔야겠다", "활은 쏘면 표적에 꽂히는 소리도 나고 바로 안 죽어서 쫓아가는 재미가 있다", "어렵게 잡으면 성취감이 있다" 등 사냥의 방식으로 동물을 학대한 정황도 설명합니다.

이어 "잡은 애들 중 제일 맛있었다", "비려서 한 입 먹고 닭처럼 삶아 먹었다" 등 동물을 학대해 잡은 뒤 먹었다는 대화도 거리낌 없이 나눕니다. 동물 혐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욕구 충족이 안 된다며 "산 채로 가죽 뜯는 영상"과 "동물을 갈아죽이는 영상" 등을 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또 "남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좋지만, 여자를 괴롭히고 강간하고 싶은 더러운 성욕도 있다"며 "유영철, 정남규와 다른 강호순, 이춘재과인 것 같다"라는 대화도 이뤄져 동물뿐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언급하는 내용도 공유됐습니다. 이어 사람의 신체 부위를 자르는 방법을 상의한 뒤 어떻게 다룰지까지 논의했습니다.

오픈 채팅방 ‘고어전문방’에 올라온 동물 학대 도구 사진오픈 채팅방 ‘고어전문방’에 올라온 동물 학대 도구 사진

■ "머리뼈 발골해 자랑까지"…동물자유연대, 오픈 채팅방 참여자 고발

관련 제보를 받은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8일 오픈 채팅방 참여자 이 모 씨를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발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측에 따르면 이 씨는 올해 초 너구리를 포획한 뒤 머리를 직접 잘라왔다고 사진을 올렸고, 자신이 보유한 양궁 전문선수용 활을 가지고 직접 고양이를 사냥하고 머리뼈를 발골한 사진도 게시했습니다. 이어 덫으로 고양이를 잡은 뒤 몸부림을 치자 포획 틀을 발로 차고 웃는 상황을 촬영해 올리기도 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이유 없이 동물을 포획하고, 포획된 동물을 물리적·신체적으로 괴롭혔으며 비인도적으로 포획해 섭취 및 발골하여 전시하는 행위는 현행법을 어긴 범죄 행위"라며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 씨가 수렵 관련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사냥이 정당하다는 오픈 채팅방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범행 도구의 사진을 게시하여 자랑하고 있으며 고양이 머리뼈, 염소 머리뼈를 게시하는 것으로 보아 인도적 의지나 악의 없는 연출을 한 것이 아니라 명백히 동물 학대의 범의를 품고 행동"했기 때문에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처벌 안 받을 테니 짜릿" 으스대기도…경찰 수사 시작

시민단체의 고발에 이어 SNS에서도 논란이 확산되자 이들은 방을 없애면서 "처벌 안 받을 거 아니 짜릿해진다"고 으스대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이미 증거도 없어진 마당에 뭘 합니까"라며 "청원 20만 돼도, 카카오 약관은 알고 저러는지"라고 자신들은 처벌을 받을 수 없다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어 "텔레그램으로 옮기자. 완벽한 익명의 공간이라 방해 위험도 없다"면서 "많이 많이 잡아버리자"며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가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동물 학대 행위를 이번만큼은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나흘만인 어제(11일) 오후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췄습니다. 서울 성동경찰서도 어제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오픈 채팅방 참여자들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카카오톡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자료를 확보해 참여자들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동물 학대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습니다. 2018년 3월 발효된 개정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까지 상해 또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 “길고양이 죽이고 싶어”…‘동물판 N번방’ 정체는?
    • 입력 2021-01-12 15:12:29
    취재K

"그곳에는 악마들이 있었습니다. 길고양이 울음소리가 싫다는 이유로 활로 쏴 죽이고 두개골을 부수고 집에 가져와 전시하여 사진 찍어 자랑하고 그것이 즐겁다며 카톡에서 낄낄대는 악마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작성자는 오픈 채팅방 '고어전문방'의 참여자들이 동물을 포획하는 법이나 일부 부위를 자르는 방법, 관련 경험담 등을 공유하고 실제 학대당하는 동물들의 사진과 영상 등도 올렸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이른바 '동물판 N번방'이라 불리며 공분을 사고 있는 이 오픈 채팅방에선 어떤 대화가 오갔을까요.

오픈 채팅방 ‘고어전문방’에 올라온 영상 속, 포획 틀에 갇힌 고양이오픈 채팅방 ‘고어전문방’에 올라온 영상 속, 포획 틀에 갇힌 고양이

■ "고양이는 맛이 없다"…동물 학대 이어 여성에 대한 범죄 언급까지

비좁은 포획 틀에 갇힌 고양이가 몸부림을 치자 이를 발로 차며 웃는 영상, 화살을 맞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고양이의 사진, 잘린 너구리의 두개골 사진까지. 모두 오픈 채팅방에 공유된 것들입니다.

이들은 채팅방에서 동물을 학대하고 잡아먹는 행동을 옹호하고 격려하며 대화를 이어갑니다. "길고양이 죽이고 싶은데 어떻게 구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는 간식으로 유혹해 잡으라는 조언을 해주고 동물 학대 도구로 추정되는 화살과 도끼 등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멀리서 쏴서 빗나갔는데 운 좋게 척추에 맞았다", "덫이나 놔야겠다", "활은 쏘면 표적에 꽂히는 소리도 나고 바로 안 죽어서 쫓아가는 재미가 있다", "어렵게 잡으면 성취감이 있다" 등 사냥의 방식으로 동물을 학대한 정황도 설명합니다.

이어 "잡은 애들 중 제일 맛있었다", "비려서 한 입 먹고 닭처럼 삶아 먹었다" 등 동물을 학대해 잡은 뒤 먹었다는 대화도 거리낌 없이 나눕니다. 동물 혐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들은 욕구 충족이 안 된다며 "산 채로 가죽 뜯는 영상"과 "동물을 갈아죽이는 영상" 등을 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또 "남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좋지만, 여자를 괴롭히고 강간하고 싶은 더러운 성욕도 있다"며 "유영철, 정남규와 다른 강호순, 이춘재과인 것 같다"라는 대화도 이뤄져 동물뿐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언급하는 내용도 공유됐습니다. 이어 사람의 신체 부위를 자르는 방법을 상의한 뒤 어떻게 다룰지까지 논의했습니다.

오픈 채팅방 ‘고어전문방’에 올라온 동물 학대 도구 사진오픈 채팅방 ‘고어전문방’에 올라온 동물 학대 도구 사진

■ "머리뼈 발골해 자랑까지"…동물자유연대, 오픈 채팅방 참여자 고발

관련 제보를 받은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8일 오픈 채팅방 참여자 이 모 씨를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발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측에 따르면 이 씨는 올해 초 너구리를 포획한 뒤 머리를 직접 잘라왔다고 사진을 올렸고, 자신이 보유한 양궁 전문선수용 활을 가지고 직접 고양이를 사냥하고 머리뼈를 발골한 사진도 게시했습니다. 이어 덫으로 고양이를 잡은 뒤 몸부림을 치자 포획 틀을 발로 차고 웃는 상황을 촬영해 올리기도 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이유 없이 동물을 포획하고, 포획된 동물을 물리적·신체적으로 괴롭혔으며 비인도적으로 포획해 섭취 및 발골하여 전시하는 행위는 현행법을 어긴 범죄 행위"라며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 씨가 수렵 관련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사냥이 정당하다는 오픈 채팅방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범행 도구의 사진을 게시하여 자랑하고 있으며 고양이 머리뼈, 염소 머리뼈를 게시하는 것으로 보아 인도적 의지나 악의 없는 연출을 한 것이 아니라 명백히 동물 학대의 범의를 품고 행동"했기 때문에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처벌 안 받을 테니 짜릿" 으스대기도…경찰 수사 시작

시민단체의 고발에 이어 SNS에서도 논란이 확산되자 이들은 방을 없애면서 "처벌 안 받을 거 아니 짜릿해진다"고 으스대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이미 증거도 없어진 마당에 뭘 합니까"라며 "청원 20만 돼도, 카카오 약관은 알고 저러는지"라고 자신들은 처벌을 받을 수 없다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어 "텔레그램으로 옮기자. 완벽한 익명의 공간이라 방해 위험도 없다"면서 "많이 많이 잡아버리자"며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가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동물 학대 행위를 이번만큼은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나흘만인 어제(11일) 오후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췄습니다. 서울 성동경찰서도 어제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오픈 채팅방 참여자들의 신원을 특정하기 위해 카카오톡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은 영장이 발부되는 대로 자료를 확보해 참여자들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동물 학대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습니다. 2018년 3월 발효된 개정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기까지 상해 또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화면제공 :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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