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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돌이표 한-이란 협상…억류 장기화 우려
입력 2021.01.12 (18:23) 취재K

나포된 선원들의 조기 석방을 위해 이란을 찾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오늘(12일) 밤 이란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카타르로 떠납니다.

최 차관은 오늘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아 법무부 차관에 이어, 혁명수비대 고위직 출신인 모즈타바 졸누리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등을 잇달아 만날 예정인데요. 외교부는 출국 직전까지 이란 각계 고위 인사를 두루 만나며 압축적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아직 큰 성과는 없어 보입니다.

한국과 이란의 입장 차이는 이란 정부의 공식 보도자료 등에서 뚜렷이 드러납니다. 최 차관의 면담 내용을 일정한 시차를 두고 전하고 있는 우리 외교부와 달리, 이란 측은 개별 회담이 끝날 때마다 신속하게 내용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우선 10일 오후 최 차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차관이 만나고 난 뒤, 이란 외교부는 이런 자료를 냈습니다.

"아락치 차관은 마침내 이 사건(선박 나포)이 법원에서 차분히 법적 절차를 통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이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쓸데없는 선전을 멀리하라고 충고했다(advised)."

11일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최 차관을 만난 뒤에는 현지 매체가 총재 발언을 이용해 이렇게 보도합니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이 이란 자산 동결 해제에 실패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 반 관영 매체 'Tasnim' 통신

"헴마티 총재는 한국과 이란 간의 주요 과제는 동결된 자금이라고 말했다. (중략) 그는 2년 동안 서울(의 은행)에서 70억 달러의 이란 자금이 동결됐다며 협상의 주요 목표는 은행 문제 해결이라고 덧붙였다." - 관영매체 'IRNA' 통신

같은 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역시 최 차관을 만나 자금 문제 해결을 촉구합니다. 관영 매체인 IRNA 통신은 아예 최 차관이 '이란의 한국 내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단'을 이끌고 있다고 적습니다.

"자리프 장관은 한국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 자리프 장관은 한국 은행들의 불법 행위가 이란 국민들의 한국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 IRNA 통신

매체의 성격과 현지 독자층의 관심사에 따라 강조하는 내용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지만, 10문단짜리 기사에서 선박 나포 관련 논의 내용이 전해진 건 오직 두 문단뿐입니다. 그마저도 우리 선박 '한국케미호'가 바다를 오염시켜, 법적 절차를 따라 처리했을 뿐이라는 이란 측 기존 주장만 실려 있습니다.


외교부는 최 차관의 방문이 양국 간 여러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래전에 잡힌 일정이라고 설명해 왔습니다. 또 선박 나포의 정치적 배경 등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추측하기보다, 국민이 안전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라며 차분하고 냉정한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의 반응을 보면, 양국의 협상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외교부 국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방문하고, 차관까지 이란을 찾았지만,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상태'라는 자리프 장관의 설명은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우리 선원들은 지금 일주일 넘게 배 안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 담당 영사가 직접 선원들을 만나 건강을 확인했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도 통화했지만, 이들은 지금 낯선 타국에서 억류 생활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견디고 있습니다. 과연 최 차관을 비롯한 우리 대표단이 오늘 안에 의미 있는 협상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도돌이표 한-이란 협상…억류 장기화 우려
    • 입력 2021-01-12 18:23:39
    취재K

나포된 선원들의 조기 석방을 위해 이란을 찾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오늘(12일) 밤 이란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카타르로 떠납니다.

최 차관은 오늘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아 법무부 차관에 이어, 혁명수비대 고위직 출신인 모즈타바 졸누리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등을 잇달아 만날 예정인데요. 외교부는 출국 직전까지 이란 각계 고위 인사를 두루 만나며 압축적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아직 큰 성과는 없어 보입니다.

한국과 이란의 입장 차이는 이란 정부의 공식 보도자료 등에서 뚜렷이 드러납니다. 최 차관의 면담 내용을 일정한 시차를 두고 전하고 있는 우리 외교부와 달리, 이란 측은 개별 회담이 끝날 때마다 신속하게 내용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우선 10일 오후 최 차관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차관이 만나고 난 뒤, 이란 외교부는 이런 자료를 냈습니다.

"아락치 차관은 마침내 이 사건(선박 나포)이 법원에서 차분히 법적 절차를 통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이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쓸데없는 선전을 멀리하라고 충고했다(advised)."

11일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가 최 차관을 만난 뒤에는 현지 매체가 총재 발언을 이용해 이렇게 보도합니다.

"헴마티 총재는 한국이 이란 자산 동결 해제에 실패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 반 관영 매체 'Tasnim' 통신

"헴마티 총재는 한국과 이란 간의 주요 과제는 동결된 자금이라고 말했다. (중략) 그는 2년 동안 서울(의 은행)에서 70억 달러의 이란 자금이 동결됐다며 협상의 주요 목표는 은행 문제 해결이라고 덧붙였다." - 관영매체 'IRNA' 통신

같은 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역시 최 차관을 만나 자금 문제 해결을 촉구합니다. 관영 매체인 IRNA 통신은 아예 최 차관이 '이란의 한국 내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표단'을 이끌고 있다고 적습니다.

"자리프 장관은 한국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 자리프 장관은 한국 은행들의 불법 행위가 이란 국민들의 한국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 IRNA 통신

매체의 성격과 현지 독자층의 관심사에 따라 강조하는 내용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지만, 10문단짜리 기사에서 선박 나포 관련 논의 내용이 전해진 건 오직 두 문단뿐입니다. 그마저도 우리 선박 '한국케미호'가 바다를 오염시켜, 법적 절차를 따라 처리했을 뿐이라는 이란 측 기존 주장만 실려 있습니다.


외교부는 최 차관의 방문이 양국 간 여러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래전에 잡힌 일정이라고 설명해 왔습니다. 또 선박 나포의 정치적 배경 등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추측하기보다, 국민이 안전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라며 차분하고 냉정한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란의 반응을 보면, 양국의 협상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외교부 국장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이 방문하고, 차관까지 이란을 찾았지만,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상태'라는 자리프 장관의 설명은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우리 선원들은 지금 일주일 넘게 배 안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 담당 영사가 직접 선원들을 만나 건강을 확인했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도 통화했지만, 이들은 지금 낯선 타국에서 억류 생활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견디고 있습니다. 과연 최 차관을 비롯한 우리 대표단이 오늘 안에 의미 있는 협상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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