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체납 보고서 그 후]② 우리 동네 고액체납자, 지도 클릭하면 다 나온다…취지 살리려면?

입력 2021.01.13 (07:01) 수정 2021.01.1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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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국세 2억원 이상 고액체납자 명단을 매년 공개하는 건 이른바 '체납자 망신주기'와 '신고 장려'를 위해서입니다.

국세징수법에 따라, 국세청은 홈페이지에 체납자의 성명, 나이, 직업, 주소 등 인적사항을 공개했지만, 그간 이용자들이 보기 불편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체 개인 고액체납자의 경우, 3만8천 여명의 목록을 웹페이지 1900페이지로 제공해 이름 등을 정확히 모르면 검색이 매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2019년 말 국세청이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난해 초 '2억 이상 고액체납자 지도'를 만들어 1년간 서비스를 운영했는데요. 시군구별로 클릭하면 지도 상에 체납자들이 어느 동네에 많이 사는지, 얼마를 체납했는지가 나타나 한눈에 체납 상황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인터랙티브 지도는 네티즌 26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그러자 국세청은 지난해 6월 KBS 지도를 참고해서 지도 제작을 완료하고, 하반기에 본격 서비스에 들어갔습니다.


국세청의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지도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신규 공개자 명단까지 포함돼 있는데요. 개별 체납자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체납자의 이름, 직업(업종), 체납액, 체납건수, 체납세목 등 상세한 정보가 나오도록 돼 있습니다. 고액체납자 징수율이 낮다는 비판에 체납자 은닉재산 신고 바로가기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 국세청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지도
https://www.nts.go.kr/nts/ad/openInfo/selectLgmtHlListForMap.do

■ 인적사항 공개는 여전히 주먹구구...도박이 '예술, 스포츠업'?

국세청은 이를 포함해 홈페이지 개편도 진행해, 웹의 한 페이지에 나오는 인원 수를 기존 20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나오도록 조건을 지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인적사항 공개가 부정확하다는 비판이 나왔던 기존의 문제점이 완전히 개선되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최고액 체납자의 사례를 보면요. 2020년 12월 31일 기준, 전체 개인 체납자 중 최고액 체납자는 전년에도 체납액 1위였던 48살 홍영철씨(서울시 강서구)입니다. 2019년에 부가가치세 등 2가지 세목에 대해 1,633억원을 체납해 명단에 올랐었는데, 2020년에도 공개된 체납액은 그대로입니다.

홍영철씨의 사례에서 문제가 되는 건 직업(업종)입니다. 국세청 조사 결과, 홍 씨는 '온라인 도박 운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홈페이지에는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으로 올라왔습니다.

2019년에 이 문제가 지적됐는데 2020년에도 바뀌지가 않았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업종 분류를 세세분류가 아닌 대분류로 적용했는데, 도박장 운영은 대분류에서는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에 해당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신규 공개자 중 최고액 체납자인 45살 이성록씨(경기도 성남시)는 역시 도박업자였는데, 이 씨의 경우는 '기타 갬블링 및 베팅업'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 씨는 부가가치세 등 2가지 세목을 1,176억원이나 체납했는데, 도박업으로 고액을 체납한 사람은 이 씨 뿐만이 아닙니다.

2020년 신규 공개자 체납액 상위 10명 가운데 4명이 이 씨와 마찬가지로 '기타 갬블링 및 베팅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기타 갬블링 및 베팅업'도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의 세세분류에 해당하는데요. 2020년 신규 공개자는 세세분류로, 이전 공개자는 대분류로 분류 방식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2020년부터는 공개 방식을 세세하게 하기로 해, 최대한 세세분류를 적용했다"며 "다만 과거에 공개된 내용까지는 수정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업종 불문 체납' 여전...도박업 심각 '표적 관리 필요'

2020년 신규 고액체납자들의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10차)의 대분류에 따라 20여개 업종으로 나눠보면요. 체납자 수 기준으로는 도소매업이 1,103명(23.8%)으로 가장 많고, 이어 제조업(17.4%), 건설업 (16.1%), 부동산업 (13.9%) 등의 순이었습니다. 도소매업, 제조업은 국내에서 종사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라 자연스레 체납자도 많아진 건데, 고액체납은 부동산업 등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업종에서 발생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체납액 순으로 다시 순위를 매겨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보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이 갑자기 상위로 올라오는 겁니다. 2020년 신규 공개자 기준으로는 19명, 0.4%에 그쳐 11위였는데, 체납액 기준으로는 6위로 껑충 올라옵니다. 이 업종 체납액 합계는 2,398억원으로 전체의 7.2%에 해당합니다.

평균값으로 보면, 더 심각합니다. 19명밖에 안되는데도 평균 126억원을 체납해, 업종들 중에 평균 체납액이 가장 높습니다. 2020년 신규 체납자의 평균은 7억원인데 비하면, 이 업종의 체납자는 17배 이상 더 많이 체납하고 있습니다.

불법적으로 돈을 벌어 고액의 세금을 내지 않는 행태를 바로잡으려면, 특히 도박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면밀한 조사가 필수적인데요. 특히 신고 장려 차원에서라도, 동명이인을 가릴 수 있도록 주요 인적 정보를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 주소지 불명 주민센터 70명 이상...'수도권 집중'

주소 정보를 들여다보면, 주민센터, 면사무소 등으로 주소지가 기재된 사례들이 눈에 띕니다. 세금을 피해 달아나 주소지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징세를 피해 몸을 숨기면 주소지 확인이 되지 않아, 일단 직전에 살던 동네의 주민센터 주소를 올려놓는데요. 이렇게 주소를 파악 못한 사례도 여전히 많았습니다.

2020년 신규 공개자 기준으로 주소지를 확인하지 못해 주민센터 등으로 주소가 올라온 체납자는 76명으로 확인됐습니다. 2019년 109명보다는 줄긴 했지만, 적지 않은 수치입니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679억원으로 1명당 9억원에 달합니다. 2020년 체납자의 평균 체납액 7억원보다 2억원 가량 많습니다. 소재 파악이 안되는 체납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고액을 체납한 이들인 겁니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20명(2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 19명, 인천 7명 순으로 수도권(61%)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주소지를 알 수 없는 체납자의 10명 중 6명은 행방이 묘연해지기 직전까지 수도권에서 살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2019년에도 주소지를 확인 못한 체납자는 수도권에서 75%가 나온 바 있습니다. 끝까지 징수를 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주소 정보부터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 최장·최다 체납자도 여전히 버티기...'소멸시효' 기준 변화 없어

가장 오래 체납한 체납자, 가장 많은 건수를 체납한 체납자도 여전히 버티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체납기간이 가장 길었던 체납자는 한 쇼핑업체 출자자인 80살 김모 씨인데요. 2020년 기준으로도 최장 기록을 갱신하며 이른바 '버티기 끝판왕'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1년 사이 '29년째 체납'에서 '30년째 체납'으로 체납기간만 늘렸는데, 체납액 약 3억 원은 그대로입니다.


2019년 '321건'을 체납해 건수 기준으로 가장 많이 체납한 60살 남모 씨 역시, 2020년 기준으로도 1위 기록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건수는 달라지지 않았고, 체납액도 32억원 가량으로 변화가 없습니다.

이렇게 버티는 이들이 많은 건, 법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인 '소멸시효'가 끝나면 명단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국세기본법 상 체납액 5억원 미만은 5년이 지나면, 5억 원이상은 10년이 지나면, 체납액을 징수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김씨의 경우는 2017년 명단 공개 기준이 2억원 이상으로 바뀌면서, 1990년에 체납한 체납액도 공개 대상이 된 경우입니다. '소멸시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추가 논의는 답보상태인 가운데 버티는 체납자만 늘고 있습니다.

■ 친인척 금융거래 조회 제도는 개선...공개 체납액 기준 언제 낮추나?

체납자들이 친인척들에게 재산을 빼돌려 은닉한 사례를 추적하기 위해 제도 개선도 일부 이뤄졌는데요. 관련법 개정으로 이제는 체납자의 배우자와 친인척들에 대해서도 금융거래 조회가 가능하게 바뀌었습니다. 또 체납자에 대한 징벌도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감치할 수 있도록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체납자 명단 공개 기준을 현재 2억 이상에서 1억원이나 5천만원 이상으로 낮추자는 방안은 아직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5천만원 이상 체납자를 대상으로 출국 규제를 할 수 있는 만큼 명단 공개자 기준을 이와 맞춘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인데, 도입이 언제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꼼수를 부려가며 계속 체납 방법이 진화하는 상황, 체납액이 더 쌓이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수집: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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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액체납 보고서 그 후]② 우리 동네 고액체납자, 지도 클릭하면 다 나온다…취지 살리려면?
    • 입력 2021-01-13 07:01:26
    • 수정2021-01-13 07: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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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국세 2억원 이상 고액체납자 명단을 매년 공개하는 건 이른바 '체납자 망신주기'와 '신고 장려'를 위해서입니다.

국세징수법에 따라, 국세청은 홈페이지에 체납자의 성명, 나이, 직업, 주소 등 인적사항을 공개했지만, 그간 이용자들이 보기 불편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체 개인 고액체납자의 경우, 3만8천 여명의 목록을 웹페이지 1900페이지로 제공해 이름 등을 정확히 모르면 검색이 매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은 2019년 말 국세청이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난해 초 '2억 이상 고액체납자 지도'를 만들어 1년간 서비스를 운영했는데요. 시군구별로 클릭하면 지도 상에 체납자들이 어느 동네에 많이 사는지, 얼마를 체납했는지가 나타나 한눈에 체납 상황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인터랙티브 지도는 네티즌 26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그러자 국세청은 지난해 6월 KBS 지도를 참고해서 지도 제작을 완료하고, 하반기에 본격 서비스에 들어갔습니다.


국세청의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지도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20년 신규 공개자 명단까지 포함돼 있는데요. 개별 체납자의 아이콘을 클릭하면 체납자의 이름, 직업(업종), 체납액, 체납건수, 체납세목 등 상세한 정보가 나오도록 돼 있습니다. 고액체납자 징수율이 낮다는 비판에 체납자 은닉재산 신고 바로가기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 국세청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지도
https://www.nts.go.kr/nts/ad/openInfo/selectLgmtHlListForMap.do

■ 인적사항 공개는 여전히 주먹구구...도박이 '예술, 스포츠업'?

국세청은 이를 포함해 홈페이지 개편도 진행해, 웹의 한 페이지에 나오는 인원 수를 기존 20명에서 최대 100명까지 나오도록 조건을 지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인적사항 공개가 부정확하다는 비판이 나왔던 기존의 문제점이 완전히 개선되지는 않았습니다.

먼저 최고액 체납자의 사례를 보면요. 2020년 12월 31일 기준, 전체 개인 체납자 중 최고액 체납자는 전년에도 체납액 1위였던 48살 홍영철씨(서울시 강서구)입니다. 2019년에 부가가치세 등 2가지 세목에 대해 1,633억원을 체납해 명단에 올랐었는데, 2020년에도 공개된 체납액은 그대로입니다.

홍영철씨의 사례에서 문제가 되는 건 직업(업종)입니다. 국세청 조사 결과, 홍 씨는 '온라인 도박 운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홈페이지에는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으로 올라왔습니다.

2019년에 이 문제가 지적됐는데 2020년에도 바뀌지가 않았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업종 분류를 세세분류가 아닌 대분류로 적용했는데, 도박장 운영은 대분류에서는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에 해당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신규 공개자 중 최고액 체납자인 45살 이성록씨(경기도 성남시)는 역시 도박업자였는데, 이 씨의 경우는 '기타 갬블링 및 베팅업'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 씨는 부가가치세 등 2가지 세목을 1,176억원이나 체납했는데, 도박업으로 고액을 체납한 사람은 이 씨 뿐만이 아닙니다.

2020년 신규 공개자 체납액 상위 10명 가운데 4명이 이 씨와 마찬가지로 '기타 갬블링 및 베팅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기타 갬블링 및 베팅업'도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의 세세분류에 해당하는데요. 2020년 신규 공개자는 세세분류로, 이전 공개자는 대분류로 분류 방식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2020년부터는 공개 방식을 세세하게 하기로 해, 최대한 세세분류를 적용했다"며 "다만 과거에 공개된 내용까지는 수정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업종 불문 체납' 여전...도박업 심각 '표적 관리 필요'

2020년 신규 고액체납자들의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10차)의 대분류에 따라 20여개 업종으로 나눠보면요. 체납자 수 기준으로는 도소매업이 1,103명(23.8%)으로 가장 많고, 이어 제조업(17.4%), 건설업 (16.1%), 부동산업 (13.9%) 등의 순이었습니다. 도소매업, 제조업은 국내에서 종사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라 자연스레 체납자도 많아진 건데, 고액체납은 부동산업 등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업종에서 발생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체납액 순으로 다시 순위를 매겨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보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이 갑자기 상위로 올라오는 겁니다. 2020년 신규 공개자 기준으로는 19명, 0.4%에 그쳐 11위였는데, 체납액 기준으로는 6위로 껑충 올라옵니다. 이 업종 체납액 합계는 2,398억원으로 전체의 7.2%에 해당합니다.

평균값으로 보면, 더 심각합니다. 19명밖에 안되는데도 평균 126억원을 체납해, 업종들 중에 평균 체납액이 가장 높습니다. 2020년 신규 체납자의 평균은 7억원인데 비하면, 이 업종의 체납자는 17배 이상 더 많이 체납하고 있습니다.

불법적으로 돈을 벌어 고액의 세금을 내지 않는 행태를 바로잡으려면, 특히 도박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면밀한 조사가 필수적인데요. 특히 신고 장려 차원에서라도, 동명이인을 가릴 수 있도록 주요 인적 정보를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 주소지 불명 주민센터 70명 이상...'수도권 집중'

주소 정보를 들여다보면, 주민센터, 면사무소 등으로 주소지가 기재된 사례들이 눈에 띕니다. 세금을 피해 달아나 주소지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징세를 피해 몸을 숨기면 주소지 확인이 되지 않아, 일단 직전에 살던 동네의 주민센터 주소를 올려놓는데요. 이렇게 주소를 파악 못한 사례도 여전히 많았습니다.

2020년 신규 공개자 기준으로 주소지를 확인하지 못해 주민센터 등으로 주소가 올라온 체납자는 76명으로 확인됐습니다. 2019년 109명보다는 줄긴 했지만, 적지 않은 수치입니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679억원으로 1명당 9억원에 달합니다. 2020년 체납자의 평균 체납액 7억원보다 2억원 가량 많습니다. 소재 파악이 안되는 체납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고액을 체납한 이들인 겁니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이 20명(2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 19명, 인천 7명 순으로 수도권(61%)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주소지를 알 수 없는 체납자의 10명 중 6명은 행방이 묘연해지기 직전까지 수도권에서 살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2019년에도 주소지를 확인 못한 체납자는 수도권에서 75%가 나온 바 있습니다. 끝까지 징수를 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주소 정보부터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 최장·최다 체납자도 여전히 버티기...'소멸시효' 기준 변화 없어

가장 오래 체납한 체납자, 가장 많은 건수를 체납한 체납자도 여전히 버티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체납기간이 가장 길었던 체납자는 한 쇼핑업체 출자자인 80살 김모 씨인데요. 2020년 기준으로도 최장 기록을 갱신하며 이른바 '버티기 끝판왕'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1년 사이 '29년째 체납'에서 '30년째 체납'으로 체납기간만 늘렸는데, 체납액 약 3억 원은 그대로입니다.


2019년 '321건'을 체납해 건수 기준으로 가장 많이 체납한 60살 남모 씨 역시, 2020년 기준으로도 1위 기록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건수는 달라지지 않았고, 체납액도 32억원 가량으로 변화가 없습니다.

이렇게 버티는 이들이 많은 건, 법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인 '소멸시효'가 끝나면 명단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국세기본법 상 체납액 5억원 미만은 5년이 지나면, 5억 원이상은 10년이 지나면, 체납액을 징수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김씨의 경우는 2017년 명단 공개 기준이 2억원 이상으로 바뀌면서, 1990년에 체납한 체납액도 공개 대상이 된 경우입니다. '소멸시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추가 논의는 답보상태인 가운데 버티는 체납자만 늘고 있습니다.

■ 친인척 금융거래 조회 제도는 개선...공개 체납액 기준 언제 낮추나?

체납자들이 친인척들에게 재산을 빼돌려 은닉한 사례를 추적하기 위해 제도 개선도 일부 이뤄졌는데요. 관련법 개정으로 이제는 체납자의 배우자와 친인척들에 대해서도 금융거래 조회가 가능하게 바뀌었습니다. 또 체납자에 대한 징벌도 최대 30일간 유치장에 감치할 수 있도록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체납자 명단 공개 기준을 현재 2억 이상에서 1억원이나 5천만원 이상으로 낮추자는 방안은 아직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5천만원 이상 체납자를 대상으로 출국 규제를 할 수 있는 만큼 명단 공개자 기준을 이와 맞춘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인데, 도입이 언제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꼼수를 부려가며 계속 체납 방법이 진화하는 상황, 체납액이 더 쌓이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수집: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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