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 논란…배경과 파장은?

입력 2021.01.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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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이후 40년 가까이 발전을 이어온 경주 월성원전.

이 월성원전 부지에서 리터당 많게는 71만3천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해 방사능 오염 논란이 점화되고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중 하나로, 자연 상태에서도 존재하지만 기준치 이상 피폭 시 유전자 변이 등을 초래한다고 알려졌습니다.

■ 한수원, 2019년 터빈 지하 고인물서 삼중수소 검출

한수원이 지난해 6월 수립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이하 한수원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9년 4월 월성원전 3호기 터빈 건물 하부 지하 배수관로 맨홀 고인 물에서 리터당 71만3천 베크렐의 삼중수소를 검출하는 등 일부 관측정에서 고농도 삼중수소를 검출했습니다.

한수원은 검출 즉시 검출물을 모두 회수해 처리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와 함께 정부 규제기관에 해당 사실을 보고했으며, 안전협의회와 민간환경감시기구 등 지역 주민들에게도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 원전 인근 주민·탈핵단체 "한수원이 방사능 유출 숨겨…구조물 균열 가능성"

그러나 일부 월성원전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월성원전 어딘가에서 방사능이 새고 있고, 공식적으로 발표해온 방사능보다 더 많은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으며, 이 같은 사실을 사업자인 한수원이 숨겨왔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언급한 '한수원 내부 보고서' 내용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최근 뒤늦게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고서야 원전 부지 내 고농도 삼중수소 검출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이유에섭니다.


이와 함께 보고서를 통해 핵심 설비 중 하나인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차수막이 2012년부터 8년째 파손된 채 보수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원전 시설 설비 노후화와 설계 오류 등으로 다량의 방사능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콘크리트가 기본적으로 방수 기능이 없고 오히려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고 설명하며, 월성원전 구조물들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점을 방사능 유출 의혹의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실제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를 포함해 폐수지저장탱크와 배관 등 콘크리트 구조물 인근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높게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 한수원 "법적 문제없고, 실시간 관리 이뤄져" vs 탈핵단체 "신뢰 못 해"

논란이 계속되자 한수원 측은 원전 건물 내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지만, 법적 기준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방사성물질 배출농도에 관한 관리 기준은 원자력안전법상 액체 및 기체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기준으로, 다시 말해 외부 환경으로 최종 배출할 때의 기준이라는 겁니다.

이 기준은 현재 리터당 4만 베크렐로 정해져 있는데, 한수원은 외부 최종 배출 시 이 기준을 넘어서는 일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리터당 71만3천 베크렐이 검출됐던 지난 2019년 4월에도 외부 최종 배출에서가 아닌 원전 건물 내 특정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된 것이고, 검출 즉시 액체폐기물계통으로 이송 처리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삼중수소 외에 방사능 누설 여부 판단 기준이 되는 다른 핵종이 검출되지 않은 점을 미뤄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구조물 건전성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민 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해 월성 1호기의 손상된 차수막에 대해서는 올해 6월까지 복구를 마무리하고, 구조물과 계통 전반에 대한 건전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필요하다면 보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월성원전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문제의 핵심은 방사성물질이 정해진 배출 경로가 아닌 지하로 장기간 누출됐으며, 그렇게 오염된 지하수가 원전 외부 환경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리고 한수원과 규제기관이 이런 상황에서도 정확한 누출 원인과 규모, 영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수원의 선의에 맡겨서는 절대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정치권 공방 속 남겨진 숙제들

점화된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논란이 정치권 여야간 공방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탈원전' 기조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들어 월성원전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감사원을 비판했습니다.

또, 정부에 월성원전의 방사능 오염 규모와 원인, 관리 부실 여부를 전면 조사할 것을 주문하고, 국회 차원의 조사 필요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과학적 사실이 아닌 일부 주장을 침소봉대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감사원까지 비판하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월성원전 조기 폐쇄의 부당성을 감추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전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우선으로 꼽혀온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어떨까요? 취재 결과 생명과 안전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부터 낙인 효과로 인한 지역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다양했습니다.

무엇보다 연일 이어지는 원전 관련 논란과 공방 속에 이미 상처는 받을 대로 받았고 곪을 대로 곪았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원전 주변 지역 환경과 방사선 안전 감시를 수행하는 기관인 경주시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는 논란에 따른 주민 불안과 우려를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본격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는데요.

이 조사가 주민들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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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 논란…배경과 파장은?
    • 입력 2021-01-13 10:01:02
    취재K

1982년 이후 40년 가까이 발전을 이어온 경주 월성원전.

이 월성원전 부지에서 리터당 많게는 71만3천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과 관련해 방사능 오염 논란이 점화되고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중 하나로, 자연 상태에서도 존재하지만 기준치 이상 피폭 시 유전자 변이 등을 초래한다고 알려졌습니다.

■ 한수원, 2019년 터빈 지하 고인물서 삼중수소 검출

한수원이 지난해 6월 수립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이하 한수원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9년 4월 월성원전 3호기 터빈 건물 하부 지하 배수관로 맨홀 고인 물에서 리터당 71만3천 베크렐의 삼중수소를 검출하는 등 일부 관측정에서 고농도 삼중수소를 검출했습니다.

한수원은 검출 즉시 검출물을 모두 회수해 처리했다고 밝혔는데요. 이와 함께 정부 규제기관에 해당 사실을 보고했으며, 안전협의회와 민간환경감시기구 등 지역 주민들에게도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 원전 인근 주민·탈핵단체 "한수원이 방사능 유출 숨겨…구조물 균열 가능성"

그러나 일부 월성원전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월성원전 어딘가에서 방사능이 새고 있고, 공식적으로 발표해온 방사능보다 더 많은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으며, 이 같은 사실을 사업자인 한수원이 숨겨왔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언급한 '한수원 내부 보고서' 내용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고, 최근 뒤늦게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고서야 원전 부지 내 고농도 삼중수소 검출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이유에섭니다.


이와 함께 보고서를 통해 핵심 설비 중 하나인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차수막이 2012년부터 8년째 파손된 채 보수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원전 시설 설비 노후화와 설계 오류 등으로 다량의 방사능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콘크리트가 기본적으로 방수 기능이 없고 오히려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고 설명하며, 월성원전 구조물들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점을 방사능 유출 의혹의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실제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를 포함해 폐수지저장탱크와 배관 등 콘크리트 구조물 인근에서 삼중수소 농도가 높게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 한수원 "법적 문제없고, 실시간 관리 이뤄져" vs 탈핵단체 "신뢰 못 해"

논란이 계속되자 한수원 측은 원전 건물 내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지만, 법적 기준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방사성물질 배출농도에 관한 관리 기준은 원자력안전법상 액체 및 기체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기준으로, 다시 말해 외부 환경으로 최종 배출할 때의 기준이라는 겁니다.

이 기준은 현재 리터당 4만 베크렐로 정해져 있는데, 한수원은 외부 최종 배출 시 이 기준을 넘어서는 일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리터당 71만3천 베크렐이 검출됐던 지난 2019년 4월에도 외부 최종 배출에서가 아닌 원전 건물 내 특정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된 것이고, 검출 즉시 액체폐기물계통으로 이송 처리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삼중수소 외에 방사능 누설 여부 판단 기준이 되는 다른 핵종이 검출되지 않은 점을 미뤄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구조물 건전성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주민 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해 월성 1호기의 손상된 차수막에 대해서는 올해 6월까지 복구를 마무리하고, 구조물과 계통 전반에 대한 건전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필요하다면 보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월성원전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문제의 핵심은 방사성물질이 정해진 배출 경로가 아닌 지하로 장기간 누출됐으며, 그렇게 오염된 지하수가 원전 외부 환경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그리고 한수원과 규제기관이 이런 상황에서도 정확한 누출 원인과 규모, 영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한수원의 선의에 맡겨서는 절대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정치권 공방 속 남겨진 숙제들

점화된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논란이 정치권 여야간 공방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탈원전' 기조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들어 월성원전 조기 폐쇄 과정에서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감사원을 비판했습니다.

또, 정부에 월성원전의 방사능 오염 규모와 원인, 관리 부실 여부를 전면 조사할 것을 주문하고, 국회 차원의 조사 필요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과학적 사실이 아닌 일부 주장을 침소봉대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감사원까지 비판하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월성원전 조기 폐쇄의 부당성을 감추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전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우선으로 꼽혀온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어떨까요? 취재 결과 생명과 안전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부터 낙인 효과로 인한 지역 경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다양했습니다.

무엇보다 연일 이어지는 원전 관련 논란과 공방 속에 이미 상처는 받을 대로 받았고 곪을 대로 곪았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컸습니다.

원전 주변 지역 환경과 방사선 안전 감시를 수행하는 기관인 경주시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는 논란에 따른 주민 불안과 우려를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본격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는데요.

이 조사가 주민들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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