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지을 물도 없어”…한파에 상수원 얼고 수도관 터지고

입력 2021.01.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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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파에 수돗물 끊겨…“얻어쓰기도 미안해”

1월 12일, 춘천시 사북면 가정집의 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1월 12일, 춘천시 사북면 가정집의 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강원도 춘천의 시골 마을에서 며칠 째 단수를 겪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목격한 건 마을의 한 주민이 수레로 물통을 옮기는 모습이었는데요. 마을 대부분 가정이 물이 끊겨 조금이나마 물이 나오는 집에서 매일 물을 얻어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집에 들어가 보니 화장실 세면대도, 주방 싱크대도 바싹 말라 있었습니다.

“화장실도 문제고 세수하고 양치하는 것도 못해요. 밥도 못 해먹고. 물 없이는 살 수가 없잖아요. 매일 물 얻어오면서 신세를 지는 것도 미안하고….”

얻어온 물을 변기 물통에 옮기던 주민은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며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간이상수도를 쓰고 있는 이 마을 40여 가구가 지난해 말부터 겪고 있는 물 부족 사태의 모습이었습니다.


■ 취수원까지 얼어…수도관 동파도 잇따라

1월 12일, 춘천시 사북면 지촌3리 취수원인 계곡이 얼어있는 모습1월 12일, 춘천시 사북면 지촌3리 취수원인 계곡이 얼어있는 모습

지방 상수도나 광역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도심 외곽 시골 마을은 를 마련해 쓰고 있습니다. 마을 근처 계곡물이나 지하 암반수 등을 마을 공용 물탱크에 저장했다가 쓰는 방식입니다.

마을에 생활용수와 식수를 공급하는 계곡은 마을로부터 2km 정도 떨어진 야산에 있었는데요. 눈 내리는 산속의 계곡은 이번 겨울 보름 동안 이어진 한파에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마을까지 흘러내릴 물이 없는 겁니다.

마을 이장은 “오랫동안 이 마을에 살았지만, 취수원인 계곡이 이렇게 언 건 처음”이라며 난감해 했습니다.

한파는 취수원만 얼린 게 아니었습니다. 강원도 내 곳곳에서 낡은 수도관이 얼어 터지고, 수도관 속이 얼어 물길을 막은 경우도 이어졌습니다.

어제(12일) 기준으로, 춘천 250여 가구, 인제 400여 가구, 삼척시 하장면에서 600여 가구 등이 이런 현상으로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월12일, 한파로 단수된 마을의 간이상수도에 지자체 공무원들이 나서 물을 지원하는 모습1월12일, 한파로 단수된 마을의 간이상수도에 지자체 공무원들이 나서 물을 지원하는 모습

주민들이 단수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자체도 급수지원에 나서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춘천시의 경우만 해도 이번 겨울, 8개 마을을 대상으로 급수 지원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관공서 급수 차량에 민간차량까지 동원해서 매일 물을 지원하고 있지만, 마을별로 지원되는 물은 하루 5톤에서 10톤 정도에 불과합니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소방서도 올해만 170여 회에 700톤의 물을 주민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강원도 내 지방·광역 상수도 보급률 92.4%...안정적인 물 공급 원해

1월12일,  단수된 가정에서 양동이에 물을 지원받는 모습1월12일, 단수된 가정에서 양동이에 물을 지원받는 모습

2019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광역 및 지방상수도 보급률은 97.3%. 강원도의 보급률은 92.4%입니다.

강원도의 급수인구 156만여 명 중 144만여 명은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11만여 명은 가뭄이나 한파 등 자연 재해에 물 이용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방상수도 보급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 닿지 못한 시골 마을 주민들은 조속한 물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북극한파에 꽁꽁 언 취수원…곳곳에서 비상 급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9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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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지을 물도 없어”…한파에 상수원 얼고 수도관 터지고
    • 입력 2021-01-13 14:51:45
    취재K
■ 한파에 수돗물 끊겨…“얻어쓰기도 미안해”

1월 12일, 춘천시 사북면 가정집의 물이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강원도 춘천의 시골 마을에서 며칠 째 단수를 겪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목격한 건 마을의 한 주민이 수레로 물통을 옮기는 모습이었는데요. 마을 대부분 가정이 물이 끊겨 조금이나마 물이 나오는 집에서 매일 물을 얻어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집에 들어가 보니 화장실 세면대도, 주방 싱크대도 바싹 말라 있었습니다.

“화장실도 문제고 세수하고 양치하는 것도 못해요. 밥도 못 해먹고. 물 없이는 살 수가 없잖아요. 매일 물 얻어오면서 신세를 지는 것도 미안하고….”

얻어온 물을 변기 물통에 옮기던 주민은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며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간이상수도를 쓰고 있는 이 마을 40여 가구가 지난해 말부터 겪고 있는 물 부족 사태의 모습이었습니다.


■ 취수원까지 얼어…수도관 동파도 잇따라

1월 12일, 춘천시 사북면 지촌3리 취수원인 계곡이 얼어있는 모습
지방 상수도나 광역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도심 외곽 시골 마을은 를 마련해 쓰고 있습니다. 마을 근처 계곡물이나 지하 암반수 등을 마을 공용 물탱크에 저장했다가 쓰는 방식입니다.

마을에 생활용수와 식수를 공급하는 계곡은 마을로부터 2km 정도 떨어진 야산에 있었는데요. 눈 내리는 산속의 계곡은 이번 겨울 보름 동안 이어진 한파에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마을까지 흘러내릴 물이 없는 겁니다.

마을 이장은 “오랫동안 이 마을에 살았지만, 취수원인 계곡이 이렇게 언 건 처음”이라며 난감해 했습니다.

한파는 취수원만 얼린 게 아니었습니다. 강원도 내 곳곳에서 낡은 수도관이 얼어 터지고, 수도관 속이 얼어 물길을 막은 경우도 이어졌습니다.

어제(12일) 기준으로, 춘천 250여 가구, 인제 400여 가구, 삼척시 하장면에서 600여 가구 등이 이런 현상으로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월12일, 한파로 단수된 마을의 간이상수도에 지자체 공무원들이 나서 물을 지원하는 모습
주민들이 단수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자체도 급수지원에 나서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춘천시의 경우만 해도 이번 겨울, 8개 마을을 대상으로 급수 지원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관공서 급수 차량에 민간차량까지 동원해서 매일 물을 지원하고 있지만, 마을별로 지원되는 물은 하루 5톤에서 10톤 정도에 불과합니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소방서도 올해만 170여 회에 700톤의 물을 주민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강원도 내 지방·광역 상수도 보급률 92.4%...안정적인 물 공급 원해

1월12일,  단수된 가정에서 양동이에 물을 지원받는 모습
2019년을 기준으로 전국의 광역 및 지방상수도 보급률은 97.3%. 강원도의 보급률은 92.4%입니다.

강원도의 급수인구 156만여 명 중 144만여 명은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11만여 명은 가뭄이나 한파 등 자연 재해에 물 이용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방상수도 보급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 닿지 못한 시골 마을 주민들은 조속한 물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북극한파에 꽁꽁 언 취수원…곳곳에서 비상 급수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9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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