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법’ 1호 적용은 벤츠 S클래스…향후 확대는 불투명

입력 2021.01.13 (15:25) 수정 2021.01.1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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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2019년식 S 350d 4매틱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2019년식 S 350d 4매틱

■ '시동정지 기능 결함' 벤츠 S클래스 첫 교환명령

신차를 구매한 뒤 반복적으로 고장이 발생해 리할 수 없을 경우 제조사가 교환이나 환불해 주는 제도인 이른바 '레몬법'의 첫 적용 사례가 나왔습니다.

오늘(13일) 국토교통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말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열어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2019년식 S 350d 4매틱에 대한 하자를 인정하고 교환명령을 내렸습니다.

정차 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져 연료 소모를 줄이는 'ISG'(Idle Stop and Go) 시스템, 이른바 '에코 시동정지 기능'이 작동하지 않자 해당 차량의 차주가 교환을 요구함에 따라 내려진 중재 결정입니다. 심의위원회는 ISG 결함이 차량 운행의 안전과는 무관하지만, 경제성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른바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 이내)에 동일한 중대 하자2회 이상, 일반 하자3회 이상 재발할 경우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국토부는 2018년 잇따라 발생한 BMW 화재 사고 등을 계기로 2019년 1월부터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레몬법을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원동기·동력전달장치·조향장치·제동장치의 결함은 중대결함으로 판단됩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서비스센터에 ISG 시스템과 관련해 동일한 문제를 제기한 고객은 모두 4명입니다. 이 가운데 레몬법으로 중재결정을 받은 1명의 고객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고객은 레몬법에 따른 구제를 신청하지 않고 협의를 진행했다고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심의위원회 판정을 존중하며 해당 절차를 준수해 고객의 차량을 교환하는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고객의 권리 구제를 강화하려는 레몬법 시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2년간 중재신청 740여 건 접수...실제 중재는 단 1건

국내 '레몬법'은 1975년에 제정된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인 '매그너슨-모스 보증법(Magnuson-Moss Warranty Act)'을 본떠 제정됐습니다.

달콤한 오렌지인 줄 알고 구매했지만, 매우 신 레몬이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레몬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2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토부 심의위원회에 접수된 740여 건의 중재신청 가운데 결함이 인정돼 교환 판정까지 내려진 건 이번이 유일합니다. 이처럼 소비자가 중재를 신청해도 실제로 구제받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신청 현황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신청 현황

국토부로부터 중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레몬법이 시행된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747건의 중재신청이 접수됐습니다. 이 중 중재판정 또는 중재신청 취하를 통해 절차가 마무리된 사례는 211건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중재부에 의해 교환명령이 내려진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합니다. 교환·환불·추가 수리 등의 조치로 소비자가 중재를 취하한 경우는 94‬건, 양 당사자가 합의해 화해 결정이 내려진 경우는 5건에 그쳤습니다.

종합하면 차량의 하자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보이는 경우는 총 100건으로 전체 중재신청 건수의 13%, 중재가 종결된 건수의 절반에 못 미치는 47%에 불과합니다.

전체 중재신청 건수 중 교환이나 환불 등의 조치가 이뤄진 비율이 낮은 이유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중재신청이 접수된 사례들 가운데 230여 건은 중재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해 중재가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재 과정에서 소비자와 제조사 간 협의를 통해 교환이나 환불 등 조치가 이뤄진 경우 중재 결정이 내려진 경우보다 더욱 신속하고 간편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 보호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소비자 권익 보호에 도움...법령 개정 필요성은 여전"
 SNS에 게재된 소비자 반응 SNS에 게재된 소비자 반응

레몬법 적용에 따른 첫 중재결정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SNS나 인터넷 카페 등에는 "레몬법 첫 적용을 환영한다", "앞으로 점점 적용 범위가 확대되길 기대한다"는 등의 소비자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레몬법 확대 적용에 회의적이라는 반응도 잇따랐습니다. "중대 결함을 소비자가 어떻게 입증하느냐", "레몬법 적용에 협조하지 않는 제조사들이 여전히 많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건 신차를 구매할 때 교환 및 환불을 보장하는 규정을 구매 계약서상에 표기해야만 레몬법이 적용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신차 계약 내용을 정부가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 측의 협조가 없이는 레몬법에 따른 보장을 받을 수 없습니다.

중대한 하자가 동일하게 2번 이상 발견됐을 때 소비자가 제조사 측에 레몬법 적용을 통보하도록 의무사항을 규정한 점과 입증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점도 맹점으로 꼽힙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레몬법에 규정된 여러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첫 적용사례가 나온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관련 법규가 제조사 위주로 규정돼 있어 소비자 권익 보호에 미흡한 점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레몬법은 소비자에게 '동일한 하자'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하자를 발견해 서비스센터에 정비를 의뢰하더라도 제조사가 부품 번호를 달리 표기하는 등 동일한 하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자동차의 평균 사용 수명이 10년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인도된 지 1년 이내·주행거리가 2만㎞를 넘지 않은 차량'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적용대상 차량이 제한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교환·환불, 수리 등의 조처를 한 업체명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업체명이 공개될 경우 제조사 측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소비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레몬법 적용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요구에도 여전히 일부 수입차 제조사들은 레몬법 적용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신차를 판매할 경우 레몬법을 강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통과는 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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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몬법’ 1호 적용은 벤츠 S클래스…향후 확대는 불투명
    • 입력 2021-01-13 15:25:28
    • 수정2021-01-13 15:26:10
    취재K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2019년식 S 350d 4매틱
■ '시동정지 기능 결함' 벤츠 S클래스 첫 교환명령

신차를 구매한 뒤 반복적으로 고장이 발생해 리할 수 없을 경우 제조사가 교환이나 환불해 주는 제도인 이른바 '레몬법'의 첫 적용 사례가 나왔습니다.

오늘(13일) 국토교통부와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말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를 열어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2019년식 S 350d 4매틱에 대한 하자를 인정하고 교환명령을 내렸습니다.

정차 시 시동이 자동으로 꺼져 연료 소모를 줄이는 'ISG'(Idle Stop and Go) 시스템, 이른바 '에코 시동정지 기능'이 작동하지 않자 해당 차량의 차주가 교환을 요구함에 따라 내려진 중재 결정입니다. 심의위원회는 ISG 결함이 차량 운행의 안전과는 무관하지만, 경제성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른바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 이내)에 동일한 중대 하자2회 이상, 일반 하자3회 이상 재발할 경우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국토부는 2018년 잇따라 발생한 BMW 화재 사고 등을 계기로 2019년 1월부터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레몬법을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원동기·동력전달장치·조향장치·제동장치의 결함은 중대결함으로 판단됩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 따르면 전국 서비스센터에 ISG 시스템과 관련해 동일한 문제를 제기한 고객은 모두 4명입니다. 이 가운데 레몬법으로 중재결정을 받은 1명의 고객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고객은 레몬법에 따른 구제를 신청하지 않고 협의를 진행했다고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심의위원회 판정을 존중하며 해당 절차를 준수해 고객의 차량을 교환하는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고객의 권리 구제를 강화하려는 레몬법 시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2년간 중재신청 740여 건 접수...실제 중재는 단 1건

국내 '레몬법'은 1975년에 제정된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인 '매그너슨-모스 보증법(Magnuson-Moss Warranty Act)'을 본떠 제정됐습니다.

달콤한 오렌지인 줄 알고 구매했지만, 매우 신 레몬이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레몬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2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토부 심의위원회에 접수된 740여 건의 중재신청 가운데 결함이 인정돼 교환 판정까지 내려진 건 이번이 유일합니다. 이처럼 소비자가 중재를 신청해도 실제로 구제받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신청 현황
국토부로부터 중재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레몬법이 시행된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747건의 중재신청이 접수됐습니다. 이 중 중재판정 또는 중재신청 취하를 통해 절차가 마무리된 사례는 211건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중재부에 의해 교환명령이 내려진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합니다. 교환·환불·추가 수리 등의 조치로 소비자가 중재를 취하한 경우는 94‬건, 양 당사자가 합의해 화해 결정이 내려진 경우는 5건에 그쳤습니다.

종합하면 차량의 하자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보이는 경우는 총 100건으로 전체 중재신청 건수의 13%, 중재가 종결된 건수의 절반에 못 미치는 47%에 불과합니다.

전체 중재신청 건수 중 교환이나 환불 등의 조치가 이뤄진 비율이 낮은 이유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중재신청이 접수된 사례들 가운데 230여 건은 중재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해 중재가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재 과정에서 소비자와 제조사 간 협의를 통해 교환이나 환불 등 조치가 이뤄진 경우 중재 결정이 내려진 경우보다 더욱 신속하고 간편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 보호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소비자 권익 보호에 도움...법령 개정 필요성은 여전"
 SNS에 게재된 소비자 반응
레몬법 적용에 따른 첫 중재결정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SNS나 인터넷 카페 등에는 "레몬법 첫 적용을 환영한다", "앞으로 점점 적용 범위가 확대되길 기대한다"는 등의 소비자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레몬법 확대 적용에 회의적이라는 반응도 잇따랐습니다. "중대 결함을 소비자가 어떻게 입증하느냐", "레몬법 적용에 협조하지 않는 제조사들이 여전히 많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이러한 비판이 나오는 건 신차를 구매할 때 교환 및 환불을 보장하는 규정을 구매 계약서상에 표기해야만 레몬법이 적용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신차 계약 내용을 정부가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 측의 협조가 없이는 레몬법에 따른 보장을 받을 수 없습니다.

중대한 하자가 동일하게 2번 이상 발견됐을 때 소비자가 제조사 측에 레몬법 적용을 통보하도록 의무사항을 규정한 점과 입증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점도 맹점으로 꼽힙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레몬법에 규정된 여러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첫 적용사례가 나온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관련 법규가 제조사 위주로 규정돼 있어 소비자 권익 보호에 미흡한 점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레몬법은 소비자에게 '동일한 하자'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하자를 발견해 서비스센터에 정비를 의뢰하더라도 제조사가 부품 번호를 달리 표기하는 등 동일한 하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자동차의 평균 사용 수명이 10년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인도된 지 1년 이내·주행거리가 2만㎞를 넘지 않은 차량'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적용대상 차량이 제한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는 "교환·환불, 수리 등의 조처를 한 업체명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업체명이 공개될 경우 제조사 측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소비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레몬법 적용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요구에도 여전히 일부 수입차 제조사들은 레몬법 적용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신차를 판매할 경우 레몬법을 강제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통과는 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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