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사건’ 누명 피해자, 20년 만에 국가배상

입력 2021.01.13 (15:31) 수정 2021.01.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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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약촌오거리 살인강도 사건' 범인으로 몰려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국가가 16억 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재판장 이성호)는 오늘(13일), 최 모 씨와 가족들이 국가와 당시 수사 경찰관, 진범을 불기소 처분한 검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국가가 최 씨 측이 청구한 14억 8천여만 원 가운데 13억 원을 지급하고, 담당 경찰관과 검사가 공동해 이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약 2억 6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또 국가가 최 씨의 어머니에게도 위자료로 2억 5천만 원을 지급하고 담당 경찰관과 검사는 이 가운데 각 5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 씨의 여동생에게도 국가가 5천만 원을, 담당 경찰관과 검사는 이 가운데 각 1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최 씨 측이 청구한 금액이 모두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못 할지언정 위법한 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진범에 대해서는 오히려 합리성 없는 위법한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이 사건과 같은 불법 행위가 국가기관과 그 구성원들에 의해 다시는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할 막중한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 씨와 가족들이 입은 평생 씻을 수 없는 피해는 원상회복되거나 결코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기는 하나 달리 대체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금전으로나마 피해 일부라도 위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최 씨에 대한 경찰 수사과정에서 "수사 경찰관을 포함한 익산경찰서 경찰들은 영장 없이 최 씨를 여관에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폭행하고 범인으로 몰아세워 임의성 없는 자백 진술을 받아내 긴급체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진범 김 모 씨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과정에서 "진범의 자백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다른 증거들과도 부합해 구속 수사함이 상당했음에도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고 무익하거나 부적절한 수사지휘를 반복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 선고가 끝난 뒤 피해자 최 씨를 대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우리가 주장했던 불법행위 대부분을 다 인정한 것 같다"며 "판결에 만족하고 공무원 개인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부분도 상당히 의미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재판 결과에 대해서 국가가 아주 신중하게 불복 여부를 판단했으면 좋겠다"며 "수사 기관에서 좀 더 인권적으로, 진실을 위해 수사하는 업무 관행이 자리 잡게끔 하는 데 도움되지 않았나 하는 보람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2000년 8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살해된 사건으로, 경찰은 주변에 살던 당시 15살이던 최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최 씨는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경찰은 2003년 진범 김 씨를 체포해 범행을 자백받았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2010년에 만기출소한 최 씨는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2013년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진범이 붙잡혀 자백한 점 등 명백한 증거가 나타났다며 2년 뒤인 2015년 재심 개시를 결정했지만, 검찰은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항고했고, 결국 6개월이 더 지난 뒤 대법원에서 재심이 개시돼 최 씨는 2016년 11월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은 최 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당일 진범 김 씨를 체포했고, 김 씨는 2018년 3월 징역 15년의 중형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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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촌오거리 사건’ 누명 피해자, 20년 만에 국가배상
    • 입력 2021-01-13 15:31:32
    • 수정2021-01-13 17:32:22
    사회
20년 전 '약촌오거리 살인강도 사건' 범인으로 몰려 1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국가가 16억 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재판장 이성호)는 오늘(13일), 최 모 씨와 가족들이 국가와 당시 수사 경찰관, 진범을 불기소 처분한 검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국가가 최 씨 측이 청구한 14억 8천여만 원 가운데 13억 원을 지급하고, 담당 경찰관과 검사가 공동해 이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약 2억 6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또 국가가 최 씨의 어머니에게도 위자료로 2억 5천만 원을 지급하고 담당 경찰관과 검사는 이 가운데 각 5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 씨의 여동생에게도 국가가 5천만 원을, 담당 경찰관과 검사는 이 가운데 각 1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최 씨 측이 청구한 금액이 모두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못 할지언정 위법한 수사로 무고한 시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진범에 대해서는 오히려 합리성 없는 위법한 불기소 처분을 했다"며 "이 사건과 같은 불법 행위가 국가기관과 그 구성원들에 의해 다시는 저질러져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갖게 할 막중한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 씨와 가족들이 입은 평생 씻을 수 없는 피해는 원상회복되거나 결코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기는 하나 달리 대체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금전으로나마 피해 일부라도 위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최 씨에 대한 경찰 수사과정에서 "수사 경찰관을 포함한 익산경찰서 경찰들은 영장 없이 최 씨를 여관에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폭행하고 범인으로 몰아세워 임의성 없는 자백 진술을 받아내 긴급체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진범 김 모 씨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 과정에서 "진범의 자백 진술이 신빙성이 있고 다른 증거들과도 부합해 구속 수사함이 상당했음에도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고 무익하거나 부적절한 수사지휘를 반복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 선고가 끝난 뒤 피해자 최 씨를 대리했던 박준영 변호사는 "우리가 주장했던 불법행위 대부분을 다 인정한 것 같다"며 "판결에 만족하고 공무원 개인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부분도 상당히 의미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재판 결과에 대해서 국가가 아주 신중하게 불복 여부를 판단했으면 좋겠다"며 "수사 기관에서 좀 더 인권적으로, 진실을 위해 수사하는 업무 관행이 자리 잡게끔 하는 데 도움되지 않았나 하는 보람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2000년 8월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살해된 사건으로, 경찰은 주변에 살던 당시 15살이던 최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고, 최 씨는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경찰은 2003년 진범 김 씨를 체포해 범행을 자백받았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2010년에 만기출소한 최 씨는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2013년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진범이 붙잡혀 자백한 점 등 명백한 증거가 나타났다며 2년 뒤인 2015년 재심 개시를 결정했지만, 검찰은 재심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항고했고, 결국 6개월이 더 지난 뒤 대법원에서 재심이 개시돼 최 씨는 2016년 11월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은 최 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당일 진범 김 씨를 체포했고, 김 씨는 2018년 3월 징역 15년의 중형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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