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흐르지 않는 무용지물 수문…날린 예산만 44억

입력 2021.01.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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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일대에는 '에코델타시티'라는 이름의 친환경 수변도시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여의도 면적의 약 4배에 달하는 부지에 주거와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친수 공간에서는 여가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인데요.

'한국의 베니스' 를 표방하는 수변도시인 만큼 강의 수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부산시가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 맥도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수문이 10년 가까이 방치돼 있습니다.


■ 강물 흐르지 않는 '엉터리 수문' 10년 가까이 방치

낙동강 본류와 맞닿은 부산 강서구 맥도생태공원에는 '맥도 수문'이 들어서 있습니다.

수문을 열면 낙동강 물이 수로를 따라 에코델타시티의 친수공간인 맥도강으로 흐르도록 만들어졌는데요. 물을 순환시켜 수질 개선 효과를 거두겠다는 겁니다.

수문이 만들어진 건 4대강 살리기 사업 때인 2011년입니다.

그런데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맥도 수문으로 강물이 흐르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수문을 잘 열지도 않거니와, 열더라도 강물이 흐르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수문을 관리하고 있는 부산시 강서구청의 도움을 받아 수문에 달린 문 3개를 모두 열어봤습니다.

수문을 열자 수로에 고여있던 물이 조금씩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낙동강에서 수로 쪽으로 더는 물이 흘러들어오지 않았고, 맥도강으로 강물이 유입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수문을 열었지만, 맥도강으로 강물이 빠져나가지 않는 모습수문을 열었지만, 맥도강으로 강물이 빠져나가지 않는 모습

■ 설계 잘못?…원인도 모른 채 버려둔 44억짜리 수문

부산시가 맥도 수문을 짓기 위해 들인 공사비는 44억 원. 하지만 운영권을 넘겨받은 강서구청은 낙동강 물 유입 효과가 적다며 여태껏 맥도 수문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얼마만큼의 물이 흘러야 하는 걸까.

부산시가 작성한 맥도 수문 유지·관리 지침서를 입수해 살펴봤더니 분당 450㎥, 무게로는 450톤의 물이 흐를 수 있다고 돼 있었습니다.

수문 사용을 중단할 만큼 유입량이 적은 실제 상황과 큰 차이가 나죠. 전문가들도 이 정도 양이라면 강물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강서구청은 낙동강과 맥도강의 높이 차이가 약 46cm로 크지 않아 강물이 원활하게 유입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데, 높낮이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로 물이 잘 흐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수문 건설을 맡은 부산시의 말은 달랐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부산시 담당 공무원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는데요. 해당 공무원은 " 맥도 수문을 지을 당시 강물의 흐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구청에 이관해줬다며 처음부터 이런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설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 수문 방치된 사이 맥도강 수질은 여전히 '4급수'

수문이 제 기능을 못 하는데 맥도강 수질이 나아졌을 리 만무하겠죠. 지난해 측정한 맥도강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은 평균 6ppm 이상. 몇 년 째 물고기가 살 수 없는 4급수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맥도 수문을 공사한 부산시와 운영권을 넘겨받은 강서구청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설계 당시 계획한 수량대로 강물이 흐르지 않는 실태를 파악하고 전문기관에 원인 조사를 맡겨야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도 말이죠.

맥도강맥도강
부산시와 강서구청은 방치해 둔 맥도수문을 어떻게 할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습니다.

다만, 부산시는 맥도 수문을 배수펌프장으로 개조하는 방안 등을 강서구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수문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44억 원의 예산을 날린 상황에서 또다시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상황입니다.

짓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이런 무책임한 행정은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는 걸까요.

부산시 감사나 시의회 차원에서도 맥도 수문의 설계와 운영 등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하게 따져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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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물 흐르지 않는 무용지물 수문…날린 예산만 44억
    • 입력 2021-01-13 16:10:43
    취재K

부산 강서구 일대에는 '에코델타시티'라는 이름의 친환경 수변도시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여의도 면적의 약 4배에 달하는 부지에 주거와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친수 공간에서는 여가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인데요.

'한국의 베니스' 를 표방하는 수변도시인 만큼 강의 수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부산시가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 맥도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수문이 10년 가까이 방치돼 있습니다.


■ 강물 흐르지 않는 '엉터리 수문' 10년 가까이 방치

낙동강 본류와 맞닿은 부산 강서구 맥도생태공원에는 '맥도 수문'이 들어서 있습니다.

수문을 열면 낙동강 물이 수로를 따라 에코델타시티의 친수공간인 맥도강으로 흐르도록 만들어졌는데요. 물을 순환시켜 수질 개선 효과를 거두겠다는 겁니다.

수문이 만들어진 건 4대강 살리기 사업 때인 2011년입니다.

그런데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맥도 수문으로 강물이 흐르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수문을 잘 열지도 않거니와, 열더라도 강물이 흐르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수문을 관리하고 있는 부산시 강서구청의 도움을 받아 수문에 달린 문 3개를 모두 열어봤습니다.

수문을 열자 수로에 고여있던 물이 조금씩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낙동강에서 수로 쪽으로 더는 물이 흘러들어오지 않았고, 맥도강으로 강물이 유입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수문을 열었지만, 맥도강으로 강물이 빠져나가지 않는 모습
■ 설계 잘못?…원인도 모른 채 버려둔 44억짜리 수문

부산시가 맥도 수문을 짓기 위해 들인 공사비는 44억 원. 하지만 운영권을 넘겨받은 강서구청은 낙동강 물 유입 효과가 적다며 여태껏 맥도 수문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얼마만큼의 물이 흘러야 하는 걸까.

부산시가 작성한 맥도 수문 유지·관리 지침서를 입수해 살펴봤더니 분당 450㎥, 무게로는 450톤의 물이 흐를 수 있다고 돼 있었습니다.

수문 사용을 중단할 만큼 유입량이 적은 실제 상황과 큰 차이가 나죠. 전문가들도 이 정도 양이라면 강물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강서구청은 낙동강과 맥도강의 높이 차이가 약 46cm로 크지 않아 강물이 원활하게 유입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데, 높낮이를 고려하지 않은 설계로 물이 잘 흐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수문 건설을 맡은 부산시의 말은 달랐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부산시 담당 공무원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는데요. 해당 공무원은 " 맥도 수문을 지을 당시 강물의 흐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구청에 이관해줬다며 처음부터 이런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설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 수문 방치된 사이 맥도강 수질은 여전히 '4급수'

수문이 제 기능을 못 하는데 맥도강 수질이 나아졌을 리 만무하겠죠. 지난해 측정한 맥도강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은 평균 6ppm 이상. 몇 년 째 물고기가 살 수 없는 4급수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런데도 맥도 수문을 공사한 부산시와 운영권을 넘겨받은 강서구청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설계 당시 계획한 수량대로 강물이 흐르지 않는 실태를 파악하고 전문기관에 원인 조사를 맡겨야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도 말이죠.

맥도강부산시와 강서구청은 방치해 둔 맥도수문을 어떻게 할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습니다.

다만, 부산시는 맥도 수문을 배수펌프장으로 개조하는 방안 등을 강서구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수문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국, 44억 원의 예산을 날린 상황에서 또다시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상황입니다.

짓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이런 무책임한 행정은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하는 걸까요.

부산시 감사나 시의회 차원에서도 맥도 수문의 설계와 운영 등 전반에 문제가 없었는지 면밀하게 따져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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