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 올해도 못 오나?

입력 2021.01.13 (19:32) 수정 2021.01.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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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철이 지나 말라버린 정선의 고추밭.수확철이 지나 말라버린 정선의 고추밭.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0명. 농촌 고령화로 이제는 필수가 돼 버린 이들이 코로나19로 발이 묶여 아무도 오지 못한 건데요. 영농 인력난이 악화하는 가운데 올해도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이 쉽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 취재진이 강원도 정선군의 농가와 지자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 외국인 계절근로자 없어 "수확 40% 포기"

강원도 정선군에서 고추밭과 산나물, 딸기와 포도 등 각종 원예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전연택 씨. 수확은 진작에 끝냈지만 작물 줄기 등을 미처 치우지 못해 비닐하우스나 밭에 그대로 놔뒀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남성 외국인 계절근로자 3명을 고용했지만 지난해는 한 명도 고용하지 못한 상황. 전 씨는 이들이 있었다면 지난해 11월까지 수확 후 뒷정리가 마무리됐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당시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고 농가 사정을 잘 알고 일도 잘하는 계절근로자들이 없어 작업이 늦어졌다는 겁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역풍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못 오게 되자 농가들은 급하게 국내 용역업체를 통해 인력을 충원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여성은 2만 원, 남성은 4만 원까지 일당도 차이가 났습니다. 농번기인 수개월 동안 인력이 계속 필요한 농가 입장에선 경비 부담이 상당했습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없어, 곤드레 수확 40%를 포기한 황미향 씨.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없어, 곤드레 수확 40%를 포기한 황미향 씨.

또 농사는 '시기'가 중요합니다. 제때 파종하고 수확하지 않으면 상품 가치가 급락하는데 용역업체를 통해서는 일정한 인력 수급이 어려웠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부 농가가 다른 곳들보다 인건비를 높게 부르고 해당 농가가 다수 인력을 독점하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과거 여성 외국인 계절근로자 4명을 고용했던 황미향 씨는 이 때문에 지난해 곤드레 농사를 40% 가량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파종은 다 했는데 인력을 못 구해 수확 시기를 놓쳤다는 겁니다. 그 사이 곤드레는 너무 억세져 팔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황 씨가 올해는 계절근로자가 꼭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 법무부 지침 지키려면…2주간 격리비용만 '1인당 140만 원'

이에 따라 이달 15일까지 법무부는 전국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이들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없을 거라고 지자체 관계자들은 예상합니다. 지난해 정해진 법무부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이 여전히 강력해 이를 지킬 수 있는 지자체가 없을 거라는 겁니다.

법무부 지침 관련 내용.법무부 지침 관련 내용.

가장 큰 난관은 '비용'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2주간 시설에 격리해야 하는데, 숙식 등 격리비용 상당 금액을 농가가 부담해야 할 처지입니다. 이 격리 비용이 1인당 최소 140만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각종 교육과 검사를 위한 시간도 계산해야 합니다. 2주 격리 동안 일도 하지 못하니, 농가 입장에선 벌써 손실이 큽니다. 오히려 격리시설에 발이 묶인 근로자들이 기회 비용을 주장하며, 인건비 일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법무부 지침에 따른 국가지정 격리시설도, 정선군을 포함한 강원도 대다수 지자체가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송출국 정부의 귀국 보증도 필수입니다. 지난해 경북 영양군이 계절근로자를 들여오겠다며 격리시설 지정까지 받았지만, 송출국인 베트남 정부의 귀국 보증을 얻지 못해 무산됐습니다. 격리기간만큼 근로 일수가 줄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무단이탈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 대다수 지자체 "상반기 도입 사실상 포기"

결국 정선군 등 지자체 대부분이 사실상 올해 상반기 도입은 포기했다는 입장입니다. 하반기에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격리 의무 등이 사라지면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바랄 뿐입니다. 대신 지난해부터 농촌 일손 돕기와 농촌인력중개센터 등을 활성화해 인력 수급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 농사 인력이 아닌 데다 한시적 지원에 불과해,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게 농가들 지적입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착용했던 목장갑.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착용했던 목장갑.

농민들은 보통 추운 겨울 속에서도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봄 농사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요즘 농민들은 올해 봄철 농번기에도 일손 부족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 외국인 계절근로자 올해도 못 받나…농가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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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계절근로자 올해도 못 오나?
    • 입력 2021-01-13 19:32:03
    • 수정2021-01-14 18:22:32
    취재K
수확철이 지나 말라버린 정선의 고추밭.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0명. 농촌 고령화로 이제는 필수가 돼 버린 이들이 코로나19로 발이 묶여 아무도 오지 못한 건데요. 영농 인력난이 악화하는 가운데 올해도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이 쉽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 취재진이 강원도 정선군의 농가와 지자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 외국인 계절근로자 없어 "수확 40% 포기"

강원도 정선군에서 고추밭과 산나물, 딸기와 포도 등 각종 원예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전연택 씨. 수확은 진작에 끝냈지만 작물 줄기 등을 미처 치우지 못해 비닐하우스나 밭에 그대로 놔뒀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남성 외국인 계절근로자 3명을 고용했지만 지난해는 한 명도 고용하지 못한 상황. 전 씨는 이들이 있었다면 지난해 11월까지 수확 후 뒷정리가 마무리됐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당시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고 농가 사정을 잘 알고 일도 잘하는 계절근로자들이 없어 작업이 늦어졌다는 겁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역풍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못 오게 되자 농가들은 급하게 국내 용역업체를 통해 인력을 충원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여성은 2만 원, 남성은 4만 원까지 일당도 차이가 났습니다. 농번기인 수개월 동안 인력이 계속 필요한 농가 입장에선 경비 부담이 상당했습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없어, 곤드레 수확 40%를 포기한 황미향 씨.
또 농사는 '시기'가 중요합니다. 제때 파종하고 수확하지 않으면 상품 가치가 급락하는데 용역업체를 통해서는 일정한 인력 수급이 어려웠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부 농가가 다른 곳들보다 인건비를 높게 부르고 해당 농가가 다수 인력을 독점하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과거 여성 외국인 계절근로자 4명을 고용했던 황미향 씨는 이 때문에 지난해 곤드레 농사를 40% 가량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파종은 다 했는데 인력을 못 구해 수확 시기를 놓쳤다는 겁니다. 그 사이 곤드레는 너무 억세져 팔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황 씨가 올해는 계절근로자가 꼭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 법무부 지침 지키려면…2주간 격리비용만 '1인당 140만 원'

이에 따라 이달 15일까지 법무부는 전국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이들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없을 거라고 지자체 관계자들은 예상합니다. 지난해 정해진 법무부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이 여전히 강력해 이를 지킬 수 있는 지자체가 없을 거라는 겁니다.

법무부 지침 관련 내용.
가장 큰 난관은 '비용'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2주간 시설에 격리해야 하는데, 숙식 등 격리비용 상당 금액을 농가가 부담해야 할 처지입니다. 이 격리 비용이 1인당 최소 140만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각종 교육과 검사를 위한 시간도 계산해야 합니다. 2주 격리 동안 일도 하지 못하니, 농가 입장에선 벌써 손실이 큽니다. 오히려 격리시설에 발이 묶인 근로자들이 기회 비용을 주장하며, 인건비 일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법무부 지침에 따른 국가지정 격리시설도, 정선군을 포함한 강원도 대다수 지자체가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송출국 정부의 귀국 보증도 필수입니다. 지난해 경북 영양군이 계절근로자를 들여오겠다며 격리시설 지정까지 받았지만, 송출국인 베트남 정부의 귀국 보증을 얻지 못해 무산됐습니다. 격리기간만큼 근로 일수가 줄어 외국인 근로자들의 무단이탈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 대다수 지자체 "상반기 도입 사실상 포기"

결국 정선군 등 지자체 대부분이 사실상 올해 상반기 도입은 포기했다는 입장입니다. 하반기에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격리 의무 등이 사라지면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바랄 뿐입니다. 대신 지난해부터 농촌 일손 돕기와 농촌인력중개센터 등을 활성화해 인력 수급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 농사 인력이 아닌 데다 한시적 지원에 불과해,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게 농가들 지적입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착용했던 목장갑.
농민들은 보통 추운 겨울 속에서도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봄 농사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요즘 농민들은 올해 봄철 농번기에도 일손 부족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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