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훈련소 확진자 밀접접촉자인데 검사 없이 귀가 조치…“자가격리는 군 복무 포함 안 된다?”

입력 2021.01.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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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에 위치한 육군훈련소.충남 논산에 위치한 육군훈련소.

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에서 지난달 24일 입소자 11명이 코로나19에 집단으로 확진됐습니다. 이들 확진자와 같이 입소한 인원은 1,600여 명에 달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한데 모여 생활하는 구조였고, 확진자 발생 이후 격리가 필요한 밀접접촉자만 100여 명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확진자 발생 다음 날 격리 대상자인 밀접접촉자 40여 명이 귀가 조치됐습니다. 귀가한 이들은 밀접접촉 대상에 따른 코로나19 PCR 진단검사 조치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부는 집에 가면 가족이 감염될까봐 두려움에 부대 밖을 나가자마자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육군훈련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 육군훈련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달 21일, 연말을 앞두고 군으로부터 징집 명령이 내려진 1,600여 명의 청년들이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영했습니다. 이들 모두 입소와 함께 코로나19 PCR 진단검사를 받았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만큼 확진자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탄절 전날 진단검사 결과 11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통보받았습니다. 훈련소는 비상이 걸렸고, 확진자가 나온 부대 생활관 인원들 100여 명은 졸지에 ‘밀접접촉자’가 된 겁니다.


■ “격리기간은 군 복무에 포함 안 돼”

확진자 발생 후 육군훈련소 소속의 일부 군 간부들은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입소자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합니다. 부대에 남아서 격리를 한 뒤 훈련을 받을 것인지 귀가한 뒤 집에서 자가격리한 후 재입대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자리였습니다.


당시 군 간부는 “군 격리기간 동안 편지와 전화 등 외부와 전혀 소통할 수 없어 불편할 것이며, 특히 코로나19 격리기간은 군 복무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사실상 귀가를 종용했다고 일부 접촉자가 전했습니다. 결국, 확진자 발생 다음 날 접촉자 40여 명이 귀가를 선택했습니다.


■ 씻지도 못한 채 ‘동일집단격리’

육군훈련소 입소자들은 생활관 1개 방마다 적게는 8명에서 많게는 16명까지 함께 생활했습니다. 한 생활관에서 1~2명의 확진자가 나오면 같은 방을 썼던 10여 명 안팎의 인원들이 모두 밀접접촉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훈련소에 입영한 입소자 중 100여 명이 밀접접촉자가 된 것입니다. 입소자들은 한 생활관에서 동일집단격리됐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군은 ‘비말 감염’ 우려가 있다며 물을 전혀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세수는 물론이고 목욕, 양치 등 기본적인 개인위생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보건복지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법으로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올바른 손 씻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바로 식사입니다. 밀접접촉자 중 누가 감염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훈련소 입소자들은 한 방에서 함께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육군훈련소 측은 식판에 일회용 비닐을 씌워 비닐 위에 밥과 반찬 등을 담아 제공했습니다.


■ 밀접접촉자인데…‘진단검사’ 안 된다

이들은 불안감에 진단검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육군훈련소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육군훈련소는 방역 지침상 우선 2주간 격리하면서 해제 직전에 진단검사를 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방역당국에 해당 내용을 확인한 결과 육군훈련소 말처럼 밀접접촉자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진단검사를 한다는 규정은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방역 현장에선 일반인이 밀접접촉자로 확인되면 자치단체는 곧바로 진단검사를 하도록 통보하고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도록 합니다. 지역사회나 가족 간 감염 위험이 큰 데다 초기에 확산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충청남도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침에는 접촉 직후 검사를 하라는 규정은 없지만, 감염 확산과 예방을 위해 선제적으로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밀접접촉자가 아니더라도 접촉자라고 판단되어도 검사하는 경우가 있다”며 “요즘에는 워낙 코로나19 감염력이 높다고 판단하니까 이 때문에 접촉자로 분류되면 곧바로 검사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방역당국은 전국에 ‘임시선별검사소’를 곳곳에 설치해 접촉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무료로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당시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귀가한 육군훈련소 입소자 A 씨는 “군 격리는 열악하고, 복무일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귀가 종용에 가까운 말을 듣고 집으로 가는 것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훈련소에서 나온 뒤에서야 보건소에 가서 가까스로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가족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두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 자가격리도 군 복무에 포함…뒤늦은 해명

취재가 시작되자 육군훈련소 측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육군훈련소는 확인 결과 일부 간부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구성원을 상대로 교육과 함께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훈련소 입소자들에게 공지했던 “자가격리 기간은 군 복무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은 잘못된 정보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자가격리 기간도 군 복무에 포함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40여 명은 이미 집으로 귀가해 자가격리를 했고, 또 다시 군에 재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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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산훈련소 확진자 밀접접촉자인데 검사 없이 귀가 조치…“자가격리는 군 복무 포함 안 된다?”
    • 입력 2021-01-13 20:03:39
    취재K
충남 논산에 위치한 육군훈련소.
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에서 지난달 24일 입소자 11명이 코로나19에 집단으로 확진됐습니다. 이들 확진자와 같이 입소한 인원은 1,600여 명에 달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한데 모여 생활하는 구조였고, 확진자 발생 이후 격리가 필요한 밀접접촉자만 100여 명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확진자 발생 다음 날 격리 대상자인 밀접접촉자 40여 명이 귀가 조치됐습니다. 귀가한 이들은 밀접접촉 대상에 따른 코로나19 PCR 진단검사 조치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부는 집에 가면 가족이 감염될까봐 두려움에 부대 밖을 나가자마자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육군훈련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 육군훈련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달 21일, 연말을 앞두고 군으로부터 징집 명령이 내려진 1,600여 명의 청년들이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영했습니다. 이들 모두 입소와 함께 코로나19 PCR 진단검사를 받았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만큼 확진자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탄절 전날 진단검사 결과 11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통보받았습니다. 훈련소는 비상이 걸렸고, 확진자가 나온 부대 생활관 인원들 100여 명은 졸지에 ‘밀접접촉자’가 된 겁니다.


■ “격리기간은 군 복무에 포함 안 돼”

확진자 발생 후 육군훈련소 소속의 일부 군 간부들은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입소자들에게 공지사항을 전달합니다. 부대에 남아서 격리를 한 뒤 훈련을 받을 것인지 귀가한 뒤 집에서 자가격리한 후 재입대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자리였습니다.


당시 군 간부는 “군 격리기간 동안 편지와 전화 등 외부와 전혀 소통할 수 없어 불편할 것이며, 특히 코로나19 격리기간은 군 복무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사실상 귀가를 종용했다고 일부 접촉자가 전했습니다. 결국, 확진자 발생 다음 날 접촉자 40여 명이 귀가를 선택했습니다.


■ 씻지도 못한 채 ‘동일집단격리’

육군훈련소 입소자들은 생활관 1개 방마다 적게는 8명에서 많게는 16명까지 함께 생활했습니다. 한 생활관에서 1~2명의 확진자가 나오면 같은 방을 썼던 10여 명 안팎의 인원들이 모두 밀접접촉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훈련소에 입영한 입소자 중 100여 명이 밀접접촉자가 된 것입니다. 입소자들은 한 생활관에서 동일집단격리됐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군은 ‘비말 감염’ 우려가 있다며 물을 전혀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세수는 물론이고 목욕, 양치 등 기본적인 개인위생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 보건복지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공식 홈페이지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법으로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올바른 손 씻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바로 식사입니다. 밀접접촉자 중 누가 감염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훈련소 입소자들은 한 방에서 함께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육군훈련소 측은 식판에 일회용 비닐을 씌워 비닐 위에 밥과 반찬 등을 담아 제공했습니다.


■ 밀접접촉자인데…‘진단검사’ 안 된다

이들은 불안감에 진단검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육군훈련소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육군훈련소는 방역 지침상 우선 2주간 격리하면서 해제 직전에 진단검사를 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방역당국에 해당 내용을 확인한 결과 육군훈련소 말처럼 밀접접촉자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진단검사를 한다는 규정은 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방역 현장에선 일반인이 밀접접촉자로 확인되면 자치단체는 곧바로 진단검사를 하도록 통보하고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도록 합니다. 지역사회나 가족 간 감염 위험이 큰 데다 초기에 확산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충청남도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침에는 접촉 직후 검사를 하라는 규정은 없지만, 감염 확산과 예방을 위해 선제적으로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밀접접촉자가 아니더라도 접촉자라고 판단되어도 검사하는 경우가 있다”며 “요즘에는 워낙 코로나19 감염력이 높다고 판단하니까 이 때문에 접촉자로 분류되면 곧바로 검사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방역당국은 전국에 ‘임시선별검사소’를 곳곳에 설치해 접촉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무료로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당시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귀가한 육군훈련소 입소자 A 씨는 “군 격리는 열악하고, 복무일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귀가 종용에 가까운 말을 듣고 집으로 가는 것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훈련소에서 나온 뒤에서야 보건소에 가서 가까스로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가족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두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 자가격리도 군 복무에 포함…뒤늦은 해명

취재가 시작되자 육군훈련소 측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육군훈련소는 확인 결과 일부 간부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구성원을 상대로 교육과 함께 추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훈련소 입소자들에게 공지했던 “자가격리 기간은 군 복무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은 잘못된 정보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자가격리 기간도 군 복무에 포함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40여 명은 이미 집으로 귀가해 자가격리를 했고, 또 다시 군에 재입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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