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아일랜드 흑역사…“미혼모 자녀 9천 명 사망”

입력 2021.01.14 (10:50) 수정 2021.01.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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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4년 아일랜드의 한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어린이들이 집단 매장된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줬는데요,

이를 계기로 아일랜드 정부는 2017년부터 과거 미혼모 보호시설의 실태 조사에 나섰고 5년 만에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구촌인>에서 함께 보시죠.

[리포트]

아일랜드 조사사법위원회가 1922년부터 1998년 사이 아일랜드의 미혼모 보호 시설에서 숨진 어린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세기 들어 77년간 성당이나 교회가 운영하던 미혼모 보호시설 18곳에서 사망한 어린이는 9천 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시설들에서 태어난 5만7,000명의 15%에 해당합니다.

당시 평균 사망률의 두 배로 원인은 방치와 영양실조, 질병 등으로 분석됐습니다.

[미홀 마틴/아일랜드 총리 : "보고서는 어둡고 부끄러운 아일랜드 역사의 한 장을 설명했습니다. 온 사회가 이 비극에 연루돼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으로서 과거의 진실을 바로 보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를 불러온 사건은 2014년 일어났습니다.

아일랜드 투암 마을의 미혼모 보호시설인 '성모의 집'에서 유아와 어린이 796명이 묘비나 관도 없이 집단 매장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이 시설은 1925년부터 1961년까지 가톨릭 수녀원이 미혼모와 자녀를 위해 운영했는데요,

시설이 폐쇄된 뒤 인근에서 자주 인골이 목격되자 수상히 여긴 역사학자가 숨겨진 진실을 밝혀냈습니다.

당시 수녀원은 매장된 아이들이 갓난아이에서부터 8살까지로 영양실조와 홍역, 결핵 등 전염병으로 숨졌다고 기록했는데요,

실은 조직적인 학대와 유기, 방치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설 뒤편의 정화조가 집단 매장지로 지목됐는데요,

지하에서도 시신을 방치한 곳으로 추정되는 방 20개가 발견됐습니다.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였던 아일랜드는 당시 미혼모들을 타락한 여자로 낙인찍었고 미혼모 자녀들은 열등한 아이로 취급해 죽은 뒤 매장조차 거부했던 건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2017년 아일랜드 정부는 실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진상 규명 압박에 나섰습니다.

[캐서린 자포네/아일랜드 아동부 장관/2017년 : "투암 마을 사건이 우리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피해자들이 견뎌야 했던 엄청나게 어려운 시기였음을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5년 만에 나온 보고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아일랜드의 뿌리깊은 가톨릭 근본주의에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태어난 사생아 가운데 천 6백여 명은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등에 강제로 입양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투암 마을 '성모의 집' 출신 생존자들은 제대로 된 위생 조치와 보살핌이 있었다면 희생자가 줄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캐멀 라킨/투암 미혼모시설 출신 입양아 : "이것은 우리의 홀로코스트(대학살)입니다. 독일에 홀로코스트가 있었듯 미혼모 시설에도 홀로코스트가 있었습니다. 내가 직접 봤습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보고서 발표와 함께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정적인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매장된 이들의 유해 발굴을 위한 법안도 추진할 예정인데요,

투암 마을에는 비극의 역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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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4 10:50:25
    • 수정2021-01-14 10: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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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4년 아일랜드의 한 미혼모 보호시설에서 어린이들이 집단 매장된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줬는데요,

이를 계기로 아일랜드 정부는 2017년부터 과거 미혼모 보호시설의 실태 조사에 나섰고 5년 만에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구촌인>에서 함께 보시죠.

[리포트]

아일랜드 조사사법위원회가 1922년부터 1998년 사이 아일랜드의 미혼모 보호 시설에서 숨진 어린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세기 들어 77년간 성당이나 교회가 운영하던 미혼모 보호시설 18곳에서 사망한 어린이는 9천 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시설들에서 태어난 5만7,000명의 15%에 해당합니다.

당시 평균 사망률의 두 배로 원인은 방치와 영양실조, 질병 등으로 분석됐습니다.

[미홀 마틴/아일랜드 총리 : "보고서는 어둡고 부끄러운 아일랜드 역사의 한 장을 설명했습니다. 온 사회가 이 비극에 연루돼 있습니다. 우리는 국민으로서 과거의 진실을 바로 보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조사를 불러온 사건은 2014년 일어났습니다.

아일랜드 투암 마을의 미혼모 보호시설인 '성모의 집'에서 유아와 어린이 796명이 묘비나 관도 없이 집단 매장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이 시설은 1925년부터 1961년까지 가톨릭 수녀원이 미혼모와 자녀를 위해 운영했는데요,

시설이 폐쇄된 뒤 인근에서 자주 인골이 목격되자 수상히 여긴 역사학자가 숨겨진 진실을 밝혀냈습니다.

당시 수녀원은 매장된 아이들이 갓난아이에서부터 8살까지로 영양실조와 홍역, 결핵 등 전염병으로 숨졌다고 기록했는데요,

실은 조직적인 학대와 유기, 방치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설 뒤편의 정화조가 집단 매장지로 지목됐는데요,

지하에서도 시신을 방치한 곳으로 추정되는 방 20개가 발견됐습니다.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였던 아일랜드는 당시 미혼모들을 타락한 여자로 낙인찍었고 미혼모 자녀들은 열등한 아이로 취급해 죽은 뒤 매장조차 거부했던 건데요.

이 사건을 계기로 2017년 아일랜드 정부는 실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진상 규명 압박에 나섰습니다.

[캐서린 자포네/아일랜드 아동부 장관/2017년 : "투암 마을 사건이 우리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이 피해자들이 견뎌야 했던 엄청나게 어려운 시기였음을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5년 만에 나온 보고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아일랜드의 뿌리깊은 가톨릭 근본주의에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태어난 사생아 가운데 천 6백여 명은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등에 강제로 입양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투암 마을 '성모의 집' 출신 생존자들은 제대로 된 위생 조치와 보살핌이 있었다면 희생자가 줄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캐멀 라킨/투암 미혼모시설 출신 입양아 : "이것은 우리의 홀로코스트(대학살)입니다. 독일에 홀로코스트가 있었듯 미혼모 시설에도 홀로코스트가 있었습니다. 내가 직접 봤습니다."]

아일랜드 정부는 보고서 발표와 함께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정적인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매장된 이들의 유해 발굴을 위한 법안도 추진할 예정인데요,

투암 마을에는 비극의 역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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