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 ‘디지털뉴딜’에 사활?…기업 89% “AI 도입 의사 없어”

입력 2021.01.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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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국민의 삶의 질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한국판 뉴딜'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올해만 한국판 뉴딜에 21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이 가운데 디지털 뉴딜에 투입되는 게 7조 6천억 원이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선도 국가로 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디지털 뉴딜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가 인공지능(AI)이다.

자율주행차나 스마트 공장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디지털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AI의 활성화가 중요한데, 아직 민간에서는 AI에 대한 인식이나 전망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3.6%만 AI 도입…대기업이 대부분 차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오늘(14일) 내놓은 'AI에 대한 기업체 인식 및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기업의 3.6%만이 AI 기술과 솔루션을 도입했다고 답했다.

AI를 도입한 기업 중 91.7%가 대기업이었고, 중소기업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55.6%, 제조업이 36.1%였다.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절반이 AI를 갖춘 기업용 소프트웨어 (50.0%)를 사용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AI 도입 효과에 대해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77.8%가 경영과 성과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도움이 된 부문으로는 신제품 개발 등 제품관리(32.1%)가 많이 꼽혔다.

AI를 도입했다는 기업의 절반은 매출액이 평균 4.3% 늘었다. 인력은 도입한 기업의 47.1%에서 평균 6.8% 증가했다.

다만, AI 도입 이후 영업비용이 증가했다는 기업은 47.2%, 감소했다는 기업은 2.8%로 AI가 비용 감소에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89% "앞으로도 AI 도입하지 않을 것"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 중에 89%앞으로도 AI 기술을 도입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현재 AI를 도입한 기업 중에서도 앞으로 추가 도입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38.9%에 불과했다.

AI 전문인력이나 조직을 갖추고 있는 기업은 5.1%였다. 앞으로 전문인력을 채용하겠다고 한 기업은 9.8%였다.

기업들은 AI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기업 수요에 맞는 AI 기술 및 솔루션 부족’'(35.8%)을 꼽았다. AI 도입 시 'AI 시스템이 만든 의사결정과 행동의 법적 책임'(23.1%)과 'AI의 잘못된 의사결정'(21.6%)에 대해 우려도 컸다.

AI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연구개발 지원(AI 테스트베드 구축)'(23.3%) 과 'AI 인력 양성' (21.6%), '데이터 개방 등 AI 인프라 구축'(19.8%), '규제 개선 및 규율체계 정립'(17.5%) 등을 거론했다.


■"직무·인력 50% 대체하는 데 20년 걸릴 것"

기업들은 AI가 회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위해선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봤다. 'AI가 회사의 직무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50.1%가 대체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체 소요 시간으로는 50% 이상 대체하는 데 20.22년이 걸릴 거라고 했다.

AI가 인력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48.8%가 대체할 것이라고 답했고, 50% 이상 대체에는 20.73년이 걸릴 거로 봤다. AI가 조직을 빠르게 바꾸긴 어렵다고 본 것이다.

현재 AI 기술을 주도하는 나라로는 70.7%가 미국을 꼽았고, 한국(13.2%), 일본(6.5%), 중국(5.8%)이 뒤를 이었다. 미국 기술 수준을 100점이라고 봤을 때 한국은 70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AI 전문인력'(32.5%)과 '데이터 확보 등 AI 인프라'(28.8%) 부족이 그 이유로 꼽혔다.

앞으로 5년 뒤 AI 기술 주도국은 미국이라는 응답이 35.1%, 한국은 18.6%, 중국 17.5%, 일본 10.5%이었다.


■"모두가 쓸 수 있는 AI 기술 개발해야"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올해부터 AI 등 디지털 뉴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와 달리 기업들은 아직 변화의 필요성이나 변화 의지를 크게 못 느끼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정부는 앞으로 선제 투자를 해서 기업들을 이끌어가겠다는 계획이지만, 90% 가까이가 AI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을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정부의 선제 투자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느냐가 AI 기술 활성화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게 KDI의 전망이다.

KDI는 "정부의 투자만 있고 기업체는 사용하지 않는 활용 가치 없는 AI 기술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AI 기술이 데이터 중심의 특정 업체가 아닌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는 종업원 20인 이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각 500곳씩 1,000곳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방식으로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약 한 달간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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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만 ‘디지털뉴딜’에 사활?…기업 89% “AI 도입 의사 없어”
    • 입력 2021-01-14 12:03:23
    취재K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국민의 삶의 질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한국판 뉴딜'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올해만 한국판 뉴딜에 21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이 가운데 디지털 뉴딜에 투입되는 게 7조 6천억 원이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선도 국가로 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디지털 뉴딜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가 인공지능(AI)이다.

자율주행차나 스마트 공장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디지털 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AI의 활성화가 중요한데, 아직 민간에서는 AI에 대한 인식이나 전망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3.6%만 AI 도입…대기업이 대부분 차지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오늘(14일) 내놓은 'AI에 대한 기업체 인식 및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기업의 3.6%만이 AI 기술과 솔루션을 도입했다고 답했다.

AI를 도입한 기업 중 91.7%가 대기업이었고, 중소기업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55.6%, 제조업이 36.1%였다.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절반이 AI를 갖춘 기업용 소프트웨어 (50.0%)를 사용하고 있었다.

기업들은 AI 도입 효과에 대해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77.8%가 경영과 성과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도움이 된 부문으로는 신제품 개발 등 제품관리(32.1%)가 많이 꼽혔다.

AI를 도입했다는 기업의 절반은 매출액이 평균 4.3% 늘었다. 인력은 도입한 기업의 47.1%에서 평균 6.8% 증가했다.

다만, AI 도입 이후 영업비용이 증가했다는 기업은 47.2%, 감소했다는 기업은 2.8%로 AI가 비용 감소에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89% "앞으로도 AI 도입하지 않을 것"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 중에 89%앞으로도 AI 기술을 도입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현재 AI를 도입한 기업 중에서도 앞으로 추가 도입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38.9%에 불과했다.

AI 전문인력이나 조직을 갖추고 있는 기업은 5.1%였다. 앞으로 전문인력을 채용하겠다고 한 기업은 9.8%였다.

기업들은 AI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기업 수요에 맞는 AI 기술 및 솔루션 부족’'(35.8%)을 꼽았다. AI 도입 시 'AI 시스템이 만든 의사결정과 행동의 법적 책임'(23.1%)과 'AI의 잘못된 의사결정'(21.6%)에 대해 우려도 컸다.

AI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연구개발 지원(AI 테스트베드 구축)'(23.3%) 과 'AI 인력 양성' (21.6%), '데이터 개방 등 AI 인프라 구축'(19.8%), '규제 개선 및 규율체계 정립'(17.5%) 등을 거론했다.


■"직무·인력 50% 대체하는 데 20년 걸릴 것"

기업들은 AI가 회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위해선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봤다. 'AI가 회사의 직무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50.1%가 대체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체 소요 시간으로는 50% 이상 대체하는 데 20.22년이 걸릴 거라고 했다.

AI가 인력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48.8%가 대체할 것이라고 답했고, 50% 이상 대체에는 20.73년이 걸릴 거로 봤다. AI가 조직을 빠르게 바꾸긴 어렵다고 본 것이다.

현재 AI 기술을 주도하는 나라로는 70.7%가 미국을 꼽았고, 한국(13.2%), 일본(6.5%), 중국(5.8%)이 뒤를 이었다. 미국 기술 수준을 100점이라고 봤을 때 한국은 70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AI 전문인력'(32.5%)과 '데이터 확보 등 AI 인프라'(28.8%) 부족이 그 이유로 꼽혔다.

앞으로 5년 뒤 AI 기술 주도국은 미국이라는 응답이 35.1%, 한국은 18.6%, 중국 17.5%, 일본 10.5%이었다.


■"모두가 쓸 수 있는 AI 기술 개발해야"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올해부터 AI 등 디지털 뉴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와 달리 기업들은 아직 변화의 필요성이나 변화 의지를 크게 못 느끼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정부는 앞으로 선제 투자를 해서 기업들을 이끌어가겠다는 계획이지만, 90% 가까이가 AI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을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정부의 선제 투자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느냐가 AI 기술 활성화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게 KDI의 전망이다.

KDI는 "정부의 투자만 있고 기업체는 사용하지 않는 활용 가치 없는 AI 기술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AI 기술이 데이터 중심의 특정 업체가 아닌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조사는 종업원 20인 이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각 500곳씩 1,000곳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방식으로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약 한 달간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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