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시사] 위근우 “알페스가 제2의 N번방? 팬픽션 이해 못한 극단적 비유…윤리적 개선 논의로 가야”

입력 2021.01.15 (09:1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알페스, 팬들이 실존 남성들 로맨스적인 관계로 해석하고 창작한 픽션 활동
- 국내에선 과거 H.O.T 멤버들을 캐릭터로 팬픽 써, 팬덤 문화 형성 시작
- 최근 미성년 남자아이돌 성적 노리개 삼는다는 이유로 알페스 이용자 처벌 주장
- 제2의 N번방 사태? 팬 픽션 개념 이해 못한 극단적 비유, 허수아비 때리기
- 한국 팬덤문화에서 윤리적 점검, 개선 논의로 진행해야

■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방송시간 : 1월 15일(금) 07:20-0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기자 (뉴스타파)
■ 출연 :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


▷ 김경래 : 알페스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이 알페스를 처벌해달라, 이런 청원이 청와대에 올라와서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와서 지금 20만을 넘었다고 해요. 뭔지도 모르는데 굉장히 논란이 좀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얘기를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위근우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알페스, 이게 뭔지부터 알려주세요.

▶ 위근우 : 개념 정리부터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알페스, 알페스 하는데 정확히는 영어 RPS고, Real Person Slash의 약자거든요. 그런데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팬픽션, 우리가 흔히 팬픽이라고 하죠. 팬픽션, 리얼 퍼슨 픽션, 슬래시 팬픽션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합니다.

▷ 김경래 : 아이고, 어렵네요.

▶ 위근우 : 그걸 따라오셔야 해요. 우선 팬픽션이라는 것은 어떤 원전이 있을 때 그 원전에 팬들이 그 원전을 새롭게 해석하고 직접 2차 창작을 하는 그런 픽션 행위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가령 되게 오래된 팬픽션이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 있잖아요. 홈즈와 왓슨과 아이린 애들러 같은 캐릭터들을 가지고서 재해석하고 재창조한 픽션을 만들어내는 거죠, 원전을 해석해서. 굉장히 오래된 문화이고 리얼 퍼슨 픽션이라고 하는 것은 그런 셜록홈즈 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인물, 역사상에 존재했던 인물이라든가 아니면 연예인이라든가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한 팬픽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제 슬래시 팬픽션은 실존 인물이든 혹은 가상 인물이든 남성 대 남성 캐릭터의 로맨스를 다루는 팬픽션이거든요. 이게 되게 유명한 게 스타트렉의 팬픽션이 굉장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스타트렉의 주인공이었던 커크 그리고 스팍 두 남성 캐릭터를 데리고서 커크 슬래시 스팍 그런 로맨스 팬픽션을 만들어냈던 것에서 이제 슬래시 팬픽션이라고 하는 그런 갈래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까 리얼 퍼슨 슬래시라고 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던 개념을 종합하면 되겠죠. 실존 인물 중에서 남성들을 로맨스적인 관계로 해석하고 창작해낸 그런 픽션활동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다만 한국에서는 좀 성별 관계 없이 로맨스 외에도 애틋한 관계까지 엮어내는 것들을 알페스로 통칭을 하긴 합니다만 오늘은 그 전자의 좀 더 좁은 의미의 알페스를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아요.

▷ 김경래 : 아까 말씀하신 스타트렉 얘기도 하셨고 셜록홈즈도 이야기하셨는데, 다 외국 사례잖아요. 한국에도 이런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

▶ 위근우 : 한국에서의 알페스, 그러니까 리얼 퍼스 픽션은 기본적으로 아이돌 팬픽 문화가 있죠.

▷ 김경래 : 아이돌들.

▶ 위근우 : 굉장히 오래된 문화죠. 가령 과거 H.O.T. 시절부터 이런 멤버들 캐릭터로.

▷ 김경래 : H.O.T. 오랜만에 듣네요.

▶ 위근우 : 토니 씨, 장우혁 씨를 엮어서 톤혁 팬픽 같은 게 굉장히 중요한 팬덤문화를 형성했었거든요. 굉장히 히트했던 드라마죠. 응답하라 1997, 응칠이라고 불리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H.O.T. 팬이었는데, 이 주인공이 수업시간에 몰래 톤혁 토니-장우혁 팬픽을 쓰다가 선생님에게 들키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었고요. 그리고 SNL코리아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토니 씨랑 장우혁 씨 두 사람이 출연을 해서 팬픽에서의 톤혁 커플 분위기를 직접 패러디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요즘 마치 알페스를 되게 뭔가 음지에 있었던 그런 여성들의 음란한 문화처럼 이야기하지만 아이돌 팬픽 문화라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K팝 아이돌을 소비하고 해석하는 굉장히 중요한 문화 중에 하나였고 심지어 당사자인 아이돌과 기획사들도 어느 정도 공인하고 공생해온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경래 : 지금 청와대 청원 올라오고 논란되고 이건 왜 그런 거예요, 그러면?

▶ 위근우 : 소신 발언한 래퍼가 있는데, 본인을 대상으로 한 알페스를 발견했다고 해요. 그것에 대해서 약간 공론화를 했고 그 다음 날 알페스 이용자를 처벌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지난 11일에 올라왔거든요. 그리고 3일 만에 답변 기준이 20만 명을 돌파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슈가 되면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이 알페스에 대해서 제2의 N번방 사태라면서 처벌법을 발의하겠다고 이야기한 상태입니다.

▷ 김경래 : 제2의 N번방 사태다. 그게 맞는지는 한번 따져볼 일이겠지만 어쨌든 지금 남성 아이돌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그런 콘텐츠다, 이런 이야기 아니에요, 여기서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 위근우 : 그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청와대 청원 같은 경우는 뭐라고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를 처벌해주세요라고 제목을 달았어요. 저는 이게 두 가지 면에서 이해가 안 되는데 성적 노리개라는 말부터 정말 제목만 보면 이 알페스를 잘 모르는 분들은 마치 미성년 아이돌들을 술자리에 불러서 옷을 벗기고 음담패설이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아니라는 것 말씀드렸고요. 그리고 이제 알페스 이용자라는 말 자체가 팬픽션 개념을 잘 이해를 못한 것 같아요. 말씀드렸듯이 팬픽션이라는 것은 창작활동에 가까운 거지, 무슨 N번방 사태처럼 어떤 한 공간에 모여서 착취물을 공유하고 소비하는 문화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알페스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어느 정도 비판적 입장을 취할 것이냐와 별개로 해당 청원은 알페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올린 청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 김경래 : 그런데 말씀하신 알페스는 약간 넓은 개념인데, 여기서 청원 들어가고 이런 내용들은 보면 약간 좀 성적인 모욕감을 당사자한테 줄 수 있는 그런 것들도 있긴 있다는 것 아니에요?

▶ 위근우 : 하드코어 한 것들이 있다는 거죠. 하드코어 한 게 있고 분명히 거기에 대해서 가령 포르노 수준의 그런 묘사 같은 것들은 분명히 당사자에게 성적 모욕감을 줄 수 있죠. 저는 남성 대상 알페스는 무해하다, 남성은 성적 모욕감을 느낄 수 없다고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논의를 굉장히 막을 뿐이죠. 그런데 그에 비해서 이런 알페스 비판이 좀 누적된 한국 팬덤문화에서 윤리적으로 좀 점검하고 개선할 것이 있는지 이런 것에 대한 논의로 진행된다면 굉장히 좋을 텐데, 문제는 지금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거죠.

▷ 김경래 : 그러니까 일부 문제는 있다고 하더라도 아까 말씀하신 하태경 의원이 “제2의 N번방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좀 과장됐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 위근우 : 과장도 과장이고 본질을 되게 흐리는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 미성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물 만들고 공유하던 범죄랑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중 누구랑 누구랑 사귀는 걸 상상하고 글로 쓰는 것을 동일한 범죄에 놓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N번방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비유라고 생각을 하고 그 외에도 이제 지금 남성 커뮤니티에서 얘기를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말하자면 남성 아이돌 데리고 성적 대상화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들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보면 그동안 여성 아이돌에 대해서 남성들이 이런 식으로 성적 대상을 했었던 문제들을 제기한 것에 대한 일종의 반박 개념으로 활용하는 게 있거든요. “너희도 했잖아.”가 되는 거죠. 그런데 이것을 우선은 여성 아이돌들은 훨씬 더 차별적인 것들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해야 될 것 같고요. 왜냐하면 여성 아이돌들은 실제로 의상 노출도 강요받고 토크쇼에서 애교도 강요받고 팬사인회에서도 불법 촬영이 진행되기도 하거든요.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오늘 시간이 되게 길지 않아서 여기까지 들어야겠는데, 어쨌든 지금 논의는 좀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말씀이신 거고, 그렇죠?

▶ 위근우 : 저는 좀 허수아비 때리기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위근우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최강시사] 위근우 “알페스가 제2의 N번방? 팬픽션 이해 못한 극단적 비유…윤리적 개선 논의로 가야”
    • 입력 2021-01-15 09:14:05
    최강시사
- 알페스, 팬들이 실존 남성들 로맨스적인 관계로 해석하고 창작한 픽션 활동
- 국내에선 과거 H.O.T 멤버들을 캐릭터로 팬픽 써, 팬덤 문화 형성 시작
- 최근 미성년 남자아이돌 성적 노리개 삼는다는 이유로 알페스 이용자 처벌 주장
- 제2의 N번방 사태? 팬 픽션 개념 이해 못한 극단적 비유, 허수아비 때리기
- 한국 팬덤문화에서 윤리적 점검, 개선 논의로 진행해야

■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방송시간 : 1월 15일(금) 07:20-0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기자 (뉴스타파)
■ 출연 :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


▷ 김경래 : 알페스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이 알페스를 처벌해달라, 이런 청원이 청와대에 올라와서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와서 지금 20만을 넘었다고 해요. 뭔지도 모르는데 굉장히 논란이 좀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얘기를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위근우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알페스, 이게 뭔지부터 알려주세요.

▶ 위근우 : 개념 정리부터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알페스, 알페스 하는데 정확히는 영어 RPS고, Real Person Slash의 약자거든요. 그런데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팬픽션, 우리가 흔히 팬픽이라고 하죠. 팬픽션, 리얼 퍼슨 픽션, 슬래시 팬픽션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합니다.

▷ 김경래 : 아이고, 어렵네요.

▶ 위근우 : 그걸 따라오셔야 해요. 우선 팬픽션이라는 것은 어떤 원전이 있을 때 그 원전에 팬들이 그 원전을 새롭게 해석하고 직접 2차 창작을 하는 그런 픽션 행위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가령 되게 오래된 팬픽션이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 있잖아요. 홈즈와 왓슨과 아이린 애들러 같은 캐릭터들을 가지고서 재해석하고 재창조한 픽션을 만들어내는 거죠, 원전을 해석해서. 굉장히 오래된 문화이고 리얼 퍼슨 픽션이라고 하는 것은 그런 셜록홈즈 같은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인물, 역사상에 존재했던 인물이라든가 아니면 연예인이라든가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한 팬픽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제 슬래시 팬픽션은 실존 인물이든 혹은 가상 인물이든 남성 대 남성 캐릭터의 로맨스를 다루는 팬픽션이거든요. 이게 되게 유명한 게 스타트렉의 팬픽션이 굉장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스타트렉의 주인공이었던 커크 그리고 스팍 두 남성 캐릭터를 데리고서 커크 슬래시 스팍 그런 로맨스 팬픽션을 만들어냈던 것에서 이제 슬래시 팬픽션이라고 하는 그런 갈래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니까 리얼 퍼슨 슬래시라고 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던 개념을 종합하면 되겠죠. 실존 인물 중에서 남성들을 로맨스적인 관계로 해석하고 창작해낸 그런 픽션활동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다만 한국에서는 좀 성별 관계 없이 로맨스 외에도 애틋한 관계까지 엮어내는 것들을 알페스로 통칭을 하긴 합니다만 오늘은 그 전자의 좀 더 좁은 의미의 알페스를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아요.

▷ 김경래 : 아까 말씀하신 스타트렉 얘기도 하셨고 셜록홈즈도 이야기하셨는데, 다 외국 사례잖아요. 한국에도 이런 것들이 많이 있었어요?

▶ 위근우 : 한국에서의 알페스, 그러니까 리얼 퍼스 픽션은 기본적으로 아이돌 팬픽 문화가 있죠.

▷ 김경래 : 아이돌들.

▶ 위근우 : 굉장히 오래된 문화죠. 가령 과거 H.O.T. 시절부터 이런 멤버들 캐릭터로.

▷ 김경래 : H.O.T. 오랜만에 듣네요.

▶ 위근우 : 토니 씨, 장우혁 씨를 엮어서 톤혁 팬픽 같은 게 굉장히 중요한 팬덤문화를 형성했었거든요. 굉장히 히트했던 드라마죠. 응답하라 1997, 응칠이라고 불리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H.O.T. 팬이었는데, 이 주인공이 수업시간에 몰래 톤혁 토니-장우혁 팬픽을 쓰다가 선생님에게 들키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었고요. 그리고 SNL코리아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실제로 토니 씨랑 장우혁 씨 두 사람이 출연을 해서 팬픽에서의 톤혁 커플 분위기를 직접 패러디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요즘 마치 알페스를 되게 뭔가 음지에 있었던 그런 여성들의 음란한 문화처럼 이야기하지만 아이돌 팬픽 문화라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K팝 아이돌을 소비하고 해석하는 굉장히 중요한 문화 중에 하나였고 심지어 당사자인 아이돌과 기획사들도 어느 정도 공인하고 공생해온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김경래 : 지금 청와대 청원 올라오고 논란되고 이건 왜 그런 거예요, 그러면?

▶ 위근우 : 소신 발언한 래퍼가 있는데, 본인을 대상으로 한 알페스를 발견했다고 해요. 그것에 대해서 약간 공론화를 했고 그 다음 날 알페스 이용자를 처벌해달라는 국민 청원이 지난 11일에 올라왔거든요. 그리고 3일 만에 답변 기준이 20만 명을 돌파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슈가 되면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이 알페스에 대해서 제2의 N번방 사태라면서 처벌법을 발의하겠다고 이야기한 상태입니다.

▷ 김경래 : 제2의 N번방 사태다. 그게 맞는지는 한번 따져볼 일이겠지만 어쨌든 지금 남성 아이돌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그런 콘텐츠다, 이런 이야기 아니에요, 여기서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 위근우 : 그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청와대 청원 같은 경우는 뭐라고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를 처벌해주세요라고 제목을 달았어요. 저는 이게 두 가지 면에서 이해가 안 되는데 성적 노리개라는 말부터 정말 제목만 보면 이 알페스를 잘 모르는 분들은 마치 미성년 아이돌들을 술자리에 불러서 옷을 벗기고 음담패설이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아니라는 것 말씀드렸고요. 그리고 이제 알페스 이용자라는 말 자체가 팬픽션 개념을 잘 이해를 못한 것 같아요. 말씀드렸듯이 팬픽션이라는 것은 창작활동에 가까운 거지, 무슨 N번방 사태처럼 어떤 한 공간에 모여서 착취물을 공유하고 소비하는 문화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알페스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어느 정도 비판적 입장을 취할 것이냐와 별개로 해당 청원은 알페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올린 청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 김경래 : 그런데 말씀하신 알페스는 약간 넓은 개념인데, 여기서 청원 들어가고 이런 내용들은 보면 약간 좀 성적인 모욕감을 당사자한테 줄 수 있는 그런 것들도 있긴 있다는 것 아니에요?

▶ 위근우 : 하드코어 한 것들이 있다는 거죠. 하드코어 한 게 있고 분명히 거기에 대해서 가령 포르노 수준의 그런 묘사 같은 것들은 분명히 당사자에게 성적 모욕감을 줄 수 있죠. 저는 남성 대상 알페스는 무해하다, 남성은 성적 모욕감을 느낄 수 없다고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논의를 굉장히 막을 뿐이죠. 그런데 그에 비해서 이런 알페스 비판이 좀 누적된 한국 팬덤문화에서 윤리적으로 좀 점검하고 개선할 것이 있는지 이런 것에 대한 논의로 진행된다면 굉장히 좋을 텐데, 문제는 지금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거죠.

▷ 김경래 : 그러니까 일부 문제는 있다고 하더라도 아까 말씀하신 하태경 의원이 “제2의 N번방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좀 과장됐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 위근우 : 과장도 과장이고 본질을 되게 흐리는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실제 미성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물 만들고 공유하던 범죄랑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중 누구랑 누구랑 사귀는 걸 상상하고 글로 쓰는 것을 동일한 범죄에 놓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N번방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비유라고 생각을 하고 그 외에도 이제 지금 남성 커뮤니티에서 얘기를 하는 것들이 굉장히 말하자면 남성 아이돌 데리고 성적 대상화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들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떻게 보면 그동안 여성 아이돌에 대해서 남성들이 이런 식으로 성적 대상을 했었던 문제들을 제기한 것에 대한 일종의 반박 개념으로 활용하는 게 있거든요. “너희도 했잖아.”가 되는 거죠. 그런데 이것을 우선은 여성 아이돌들은 훨씬 더 차별적인 것들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해야 될 것 같고요. 왜냐하면 여성 아이돌들은 실제로 의상 노출도 강요받고 토크쇼에서 애교도 강요받고 팬사인회에서도 불법 촬영이 진행되기도 하거든요.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오늘 시간이 되게 길지 않아서 여기까지 들어야겠는데, 어쨌든 지금 논의는 좀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말씀이신 거고, 그렇죠?

▶ 위근우 : 저는 좀 허수아비 때리기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듣죠. 고맙습니다.

▶ 위근우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