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집에 방치된 갓난아기…주민센터 공무원이 학대 막았다

입력 2021.01.15 (12:40) 수정 2021.01.1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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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후 16개월 만에 학대로 숨진 정인이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학대 징후를 빨리 알아채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아동학대를 찾아내기 위한 현장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경기도에선 아동학대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 가정에서 양육하는 아동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였습니다.

이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좁은 주방에 가득 찬 쓰레기.

화장실엔 쓰고 버린 휴지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습니다.

4살과 3살, 태어난 지 한 달 된 막내까지.

'삼 남매'가 이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김미숙/경기 행복마을관리소 직원 : "박스, 우유 팩, 먹다 남은 것들, 그런 것들이 싱크대 높이보다도 높이 쌓여 있었으니까..."]

주민센터 직원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삼 남매 가족은 대상인지도 몰랐던 주거급여도 받게 됐습니다.

[김미숙/경기 행복마을관리소 직원 : "하나하나씩 (부모에게) 멘토 역할을 해 준 거죠. 그 다음에 방문했을 때는 정말 그렇게 하고 있더라고요. 분리수거도 하고..."]

지난해 널어놓은 빨래를 어지럽혔다며 아이들을 옷걸이로 때린 엄마.

아이들은 보호시설로 분리됐었는데, 주민센터는 최근 이 상황을 파악하고 엄마에게 심리 치료를 지원했습니다.

[신재학/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미안해 하면서 굉장히 눈물도 많이 흘리시고..."]

반년간의 교육과 모니터링 끝에 아이들은 지난달 엄마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신재학/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얼마 전에는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오셨더라고요. 아이들도 더 밝아지고 어머님도 저희 기관에 협조적으로 해 주시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만 3세에서 6세 아동은 경기도에만 4만 9천여 명에 달합니다.

경기도는 이 아동들을 전수조사해 학대가 의심되거나 부모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 14명을 찾았습니다.

만 3세만을 대상으로만 하는 정부의 전수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아동들입니다.

동네 상황을 잘 아는 이웃들과 주민센터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오태석/경기도 자치행정국장 : "코로나19 상황에서 직접 방문 조사는 어려움이 있어서 이장, 통장님들의 협조를 통해서 (학대 의심 아동의) 서비스 연계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방치되거나 학대받고 있는 '제2의 정인이'를 막으려면 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 안민식/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이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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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 집에 방치된 갓난아기…주민센터 공무원이 학대 막았다
    • 입력 2021-01-15 12:40:00
    • 수정2021-01-15 12:46:35
    뉴스 12
[앵커]

생후 16개월 만에 학대로 숨진 정인이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학대 징후를 빨리 알아채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아동학대를 찾아내기 위한 현장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경기도에선 아동학대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 가정에서 양육하는 아동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벌였습니다.

이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좁은 주방에 가득 찬 쓰레기.

화장실엔 쓰고 버린 휴지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습니다.

4살과 3살, 태어난 지 한 달 된 막내까지.

'삼 남매'가 이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김미숙/경기 행복마을관리소 직원 : "박스, 우유 팩, 먹다 남은 것들, 그런 것들이 싱크대 높이보다도 높이 쌓여 있었으니까..."]

주민센터 직원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삼 남매 가족은 대상인지도 몰랐던 주거급여도 받게 됐습니다.

[김미숙/경기 행복마을관리소 직원 : "하나하나씩 (부모에게) 멘토 역할을 해 준 거죠. 그 다음에 방문했을 때는 정말 그렇게 하고 있더라고요. 분리수거도 하고..."]

지난해 널어놓은 빨래를 어지럽혔다며 아이들을 옷걸이로 때린 엄마.

아이들은 보호시설로 분리됐었는데, 주민센터는 최근 이 상황을 파악하고 엄마에게 심리 치료를 지원했습니다.

[신재학/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미안해 하면서 굉장히 눈물도 많이 흘리시고..."]

반년간의 교육과 모니터링 끝에 아이들은 지난달 엄마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신재학/경기도 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얼마 전에는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오셨더라고요. 아이들도 더 밝아지고 어머님도 저희 기관에 협조적으로 해 주시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만 3세에서 6세 아동은 경기도에만 4만 9천여 명에 달합니다.

경기도는 이 아동들을 전수조사해 학대가 의심되거나 부모가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 14명을 찾았습니다.

만 3세만을 대상으로만 하는 정부의 전수조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아동들입니다.

동네 상황을 잘 아는 이웃들과 주민센터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오태석/경기도 자치행정국장 : "코로나19 상황에서 직접 방문 조사는 어려움이 있어서 이장, 통장님들의 협조를 통해서 (학대 의심 아동의) 서비스 연계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방치되거나 학대받고 있는 '제2의 정인이'를 막으려면 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 안민식/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이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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