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제한 없는 부산 송도해수욕장…경관 사유화에 난개발도 무방비

입력 2021.01.15 (14:14) 수정 2021.01.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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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호 공설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전국 1호 공설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

해운대 해수욕장 이전에 부산을 대표했던 해수욕장. 전국에서도 최초로 만들어진 공설 해수욕장. 바로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입니다.

지난 1913년 개장한 이래 수질 악화 등으로 잠시 침체기도 겪었지만, 최근 성공적인 연안정비사업으로 다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우뚝 섰습니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운대 해수욕장 등 방문객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 송도는 오히려 하루 기준 관광객 숫자가 전년보다 119.4%나 늘었습니다.

송도해수욕장 인근에 69층 짜리 초고층 건물이 지어지는 모습. 현재 40층가량 지어졌지만 이미 주변 경관을 모두 막고 있다.송도해수욕장 인근에 69층 짜리 초고층 건물이 지어지는 모습. 현재 40층가량 지어졌지만 이미 주변 경관을 모두 막고 있다.

■ 해안가 바로 앞에 49층 생활형숙박시설이?

그런데 지난해 9월 부산지역의 한 건설사가 송도해수욕장 바로 앞에 지하 7층, 지상 49층짜리 초고층 건물 2개 동을 짓겠다며 건축심의를 신청했습니다.

7,335㎡ 부지에 총 548가구 규모로 공동주택 305가구와 생활형 숙박시설 243실이 들어섭니다. 한 층당 높이를 3m 정도로 잡으면 이 건물은 높이 150m 정도까지 우뚝 올라서게 됩니다.

해당 부지는 말 그대로 해수욕장 바로 앞입니다. 2차선 도로를 경계로 송도 해수욕장과 불과 10여 미터 가량 떨어진 부지에는 이미 일부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송도 해수욕장과 조금 거리가 떨어진 자리에서도 69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인데요, 이 건물이 현재 40층 정도까지 지어진 상탭니다. 그런데도 해수욕장에서 이 건물쪽을 바라보면 반대편 경치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69층 초고층 건물과 함께 송도 해수욕장 바로 앞에도 49층짜리 건물이 계획대로 들어선다면, 주변 경관은 모두 막혀버리고 지금껏 누구에게나 열려있었던 송도 해안선 조망권은 초고층 건물 입주민들에게 사실상 사유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 높이 제한 없는 '송도'…난개발 규제 '구멍'

어떻게 해수욕장 바로 앞에 이런 고층 건물을 짓는 시도가 가능했을까요.

해운대는 지구단위계획상 해안가 바로 앞에 짓는 건물의 높이를 60m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웃한 광안리도 위치에 따라 건물 높이를 60~75m로 제한합니다.

그런데 송도는 지구단위계획에 높이에 대한 제한은 두지 않고 있습니다.

건축물 높이를 관리하기 위해서 '최대개발가능 대지규모'를 지정해 뒀는데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500㎡, 준주거지역은 750㎡, 일반상업지역은 1500㎡ 이하로 최대개발가능 대지규모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지구단위계획이 2009년에 제정됐는데, 그 이전에 제한 규모 이상의 토지를 가진 경우 등과 허가권자와 사전협의해 관련 심의위원회를 통하면 개발을 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49층짜리 건물을 짓겠다는 부산의 업체도 관련 심의위원회를 통하면 개발이 가능한 만큼 7,335㎡ 규모 부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현재 송도해수욕장에 짓는 건물에 대한 뚜렷한 높이 제한 규정이 없는 셈입니다.

과거 송도해수욕장에서는 이런 대규모 개발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선행적으로 이런 높이 규제를 미리 마련하지 못했던 것으로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송도해수욕장 인근에 49층 짜리 건물을 짓기 위해 기존 주택 등을 철거하는 모습.송도해수욕장 인근에 49층 짜리 건물을 짓기 위해 기존 주택 등을 철거하는 모습.

■부산시 높이관리 기준 강제성 없어 효과 '의문'

지난해 말에는 부산시가 1년여간의 용역 끝에 높이관리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건축물 높이를 관리해 경관 훼손과 난개발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인데요. 이 기준을 적용하면 49층 규모로 짓겠다는 송도해수욕장 바로 앞의 건물도 그 높이가 33~34층 정도로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 기준은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강제성 없이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심의 기준으로만 활용될 예정이어서 그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최소 건폐율 정도라도 조례로 제정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지구단위계획 수정도 고민해야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상황은 만일 이곳에 49층 초고층 건물이 건립된다면 앞으로 비슷한 방식으로 이곳에 더 높은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설 수도 있다는 것.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소홀했던 탓에 이미 송도해수욕장 일대에는 들쑥날쑥한 건물들이 들어서 해안경관 일부가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백태경 동의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개발이 잇따르는 만큼 송도해수욕장 인근에도 지구단위계획 설정을 통해 높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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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높이’ 제한 없는 부산 송도해수욕장…경관 사유화에 난개발도 무방비
    • 입력 2021-01-15 14:14:12
    • 수정2021-01-15 14:21:49
    취재K
전국 1호 공설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
해운대 해수욕장 이전에 부산을 대표했던 해수욕장. 전국에서도 최초로 만들어진 공설 해수욕장. 바로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입니다.

지난 1913년 개장한 이래 수질 악화 등으로 잠시 침체기도 겪었지만, 최근 성공적인 연안정비사업으로 다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우뚝 섰습니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운대 해수욕장 등 방문객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 송도는 오히려 하루 기준 관광객 숫자가 전년보다 119.4%나 늘었습니다.

송도해수욕장 인근에 69층 짜리 초고층 건물이 지어지는 모습. 현재 40층가량 지어졌지만 이미 주변 경관을 모두 막고 있다.
■ 해안가 바로 앞에 49층 생활형숙박시설이?

그런데 지난해 9월 부산지역의 한 건설사가 송도해수욕장 바로 앞에 지하 7층, 지상 49층짜리 초고층 건물 2개 동을 짓겠다며 건축심의를 신청했습니다.

7,335㎡ 부지에 총 548가구 규모로 공동주택 305가구와 생활형 숙박시설 243실이 들어섭니다. 한 층당 높이를 3m 정도로 잡으면 이 건물은 높이 150m 정도까지 우뚝 올라서게 됩니다.

해당 부지는 말 그대로 해수욕장 바로 앞입니다. 2차선 도로를 경계로 송도 해수욕장과 불과 10여 미터 가량 떨어진 부지에는 이미 일부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송도 해수욕장과 조금 거리가 떨어진 자리에서도 69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인데요, 이 건물이 현재 40층 정도까지 지어진 상탭니다. 그런데도 해수욕장에서 이 건물쪽을 바라보면 반대편 경치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69층 초고층 건물과 함께 송도 해수욕장 바로 앞에도 49층짜리 건물이 계획대로 들어선다면, 주변 경관은 모두 막혀버리고 지금껏 누구에게나 열려있었던 송도 해안선 조망권은 초고층 건물 입주민들에게 사실상 사유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 높이 제한 없는 '송도'…난개발 규제 '구멍'

어떻게 해수욕장 바로 앞에 이런 고층 건물을 짓는 시도가 가능했을까요.

해운대는 지구단위계획상 해안가 바로 앞에 짓는 건물의 높이를 60m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웃한 광안리도 위치에 따라 건물 높이를 60~75m로 제한합니다.

그런데 송도는 지구단위계획에 높이에 대한 제한은 두지 않고 있습니다.

건축물 높이를 관리하기 위해서 '최대개발가능 대지규모'를 지정해 뒀는데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500㎡, 준주거지역은 750㎡, 일반상업지역은 1500㎡ 이하로 최대개발가능 대지규모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지구단위계획이 2009년에 제정됐는데, 그 이전에 제한 규모 이상의 토지를 가진 경우 등과 허가권자와 사전협의해 관련 심의위원회를 통하면 개발을 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49층짜리 건물을 짓겠다는 부산의 업체도 관련 심의위원회를 통하면 개발이 가능한 만큼 7,335㎡ 규모 부지에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현재 송도해수욕장에 짓는 건물에 대한 뚜렷한 높이 제한 규정이 없는 셈입니다.

과거 송도해수욕장에서는 이런 대규모 개발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선행적으로 이런 높이 규제를 미리 마련하지 못했던 것으로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송도해수욕장 인근에 49층 짜리 건물을 짓기 위해 기존 주택 등을 철거하는 모습.
■부산시 높이관리 기준 강제성 없어 효과 '의문'

지난해 말에는 부산시가 1년여간의 용역 끝에 높이관리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건축물 높이를 관리해 경관 훼손과 난개발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인데요. 이 기준을 적용하면 49층 규모로 짓겠다는 송도해수욕장 바로 앞의 건물도 그 높이가 33~34층 정도로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 기준은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강제성 없이 도시계획위원회 등의 심의 기준으로만 활용될 예정이어서 그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최소 건폐율 정도라도 조례로 제정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지구단위계획 수정도 고민해야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상황은 만일 이곳에 49층 초고층 건물이 건립된다면 앞으로 비슷한 방식으로 이곳에 더 높은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설 수도 있다는 것.

해운대와 광안리 해수욕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소홀했던 탓에 이미 송도해수욕장 일대에는 들쑥날쑥한 건물들이 들어서 해안경관 일부가 훼손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백태경 동의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개발이 잇따르는 만큼 송도해수욕장 인근에도 지구단위계획 설정을 통해 높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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