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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의 21학번 할아버지 “노인복지 전문가가 꿈”
입력 2021.01.15 (16:46) 취재K
“배움에는 때가 없다”는 말, 다들 한 번쯤 익히 들어보셨을 텐데요. 말은 쉬워도 실천하기란 어렵습니다.

광주에 사는 조현수 할아버지는 올해 80살입니다. 지난해 4월 검정고시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뒤, 올해 광주에 있는 3개 대학 수시전형에 응시해 모든 대학에서 합격증을 받았습니다.

할아버지의 꿈은 ‘노인 복지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21학번 새내기가 된 조현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고교 중퇴 후 63년 만에…. 비로소 다시 꾼 꿈


조현수 할아버지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갑자기 건강이 나빠진데다 가정형편도 녹록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술로 인해 돌아가시고, 큰 형은 정신질환을 앓았습니다. 거기에다 남동생은 가출해 행방불명 됐습니다.

결국 조 할아버지는 아프면 치료해주고 먹고 자는데 걱정이 없는 군 입대를 결심했습니다. 조 할아버지는 35년 군 생할을 하고 전역한 뒤, 미군 부대 산하의 기업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습니다.


배움의 꿈은 직장을 그만두고 다니던 경로당에서 시작됐습니다. 경로당 총무 일을 도맡으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형편이 어려워도 기초연금을 못 받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아픈 사람들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동사무소를 찾아가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따져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문제들을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지 답답했습니다. 조 할아버지는 “배워야 면장도 한다” 는 생각으로 대학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63년만인 지난해 4월,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된 이유입니다.


■ 문제집 통째로 베껴 써...두 개 과목에서 ‘100점’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했지만, 코로나19 지역감염이 확산하면서 몇 번 나가지 못했습니다. 막내아들이 끊어준 동네 스터디카페와 집을 오가며 악착같이 공부했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반복해서 듣고, 그래도 이해가 안 가거나 헷갈리는 문제는 아예 통째로 베껴 썼습니다.

영어부터 사회, 과학까지. 조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오답 노트에는 만학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얻은 성적은 평균 86점. 영어와 사회 과목은 100점을 받았습니다.


합격의 기쁨과 동시에 조 할아버지는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아내에게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숨겼기 때문입니다. 몸이 아픈 아내에게 검정 고시를 준비한다는 말을 차마 못했던 겁니다.

조 할아버지의 아내 강순애 씨는 남편의 합격 사실을 듣고 서운한 마음에 화를 냈습니다. 자신을 속인 남편이 미웠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어려운 시간을 견디며 각고의 노력끝에 합격증을 거머 쥔 할아버지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말합니다. 강순애 씨는 “100점 맞았으니까 집 안에 들여보내 줬지 , 아니었으면 쫓아냈을 것” 이라면서도 “속으로는 내가 참 떳떳하고, 하늘을 우러러보고 자랑하고 그랬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자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배우지 못해 서럽던 지난 세월을 다 잊고 할아버지의 꿈을 응원한다고요.


■ 광주 3개 대학 수시전형 모두 합격...꿈은 “노인 복지 전문가 되는 것”


조 할아버지는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광주 3개 대학 수시전형에 지원해 모두 합격했습니다. 고민 끝에 조선대학교 행정복지학부를 선택했습니다. 노인복지 전문가가 되어 노인들이 처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섭니다.


조 할아버지와 함께 수업을 들을 대학 강의실을 미리 찾아가 봤습니다. 할아버지가 고교 중퇴 전 마지막으로 봤던 교실의 풍경과는 다릅니다.

반듯한 책상과 푹신한 의자, 분필 가루도 날리지 않는 깔끔한 화이트보드까지. 할아버지는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의 수업을 들을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업에 대한 각오를 다지면서도, 손주 같은 21학번 동기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여든 살 조현수 할아버지의 노인복지 전문가를 향한 꿈은 이제 시작입니다.
  • 팔순의 21학번 할아버지 “노인복지 전문가가 꿈”
    • 입력 2021-01-15 16:46:50
    취재K
“배움에는 때가 없다”는 말, 다들 한 번쯤 익히 들어보셨을 텐데요. 말은 쉬워도 실천하기란 어렵습니다.

광주에 사는 조현수 할아버지는 올해 80살입니다. 지난해 4월 검정고시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뒤, 올해 광주에 있는 3개 대학 수시전형에 응시해 모든 대학에서 합격증을 받았습니다.

할아버지의 꿈은 ‘노인 복지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21학번 새내기가 된 조현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고교 중퇴 후 63년 만에…. 비로소 다시 꾼 꿈


조현수 할아버지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갑자기 건강이 나빠진데다 가정형편도 녹록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술로 인해 돌아가시고, 큰 형은 정신질환을 앓았습니다. 거기에다 남동생은 가출해 행방불명 됐습니다.

결국 조 할아버지는 아프면 치료해주고 먹고 자는데 걱정이 없는 군 입대를 결심했습니다. 조 할아버지는 35년 군 생할을 하고 전역한 뒤, 미군 부대 산하의 기업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습니다.


배움의 꿈은 직장을 그만두고 다니던 경로당에서 시작됐습니다. 경로당 총무 일을 도맡으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형편이 어려워도 기초연금을 못 받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아픈 사람들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듯했습니다. 동사무소를 찾아가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따져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문제들을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지 답답했습니다. 조 할아버지는 “배워야 면장도 한다” 는 생각으로 대학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63년만인 지난해 4월,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된 이유입니다.


■ 문제집 통째로 베껴 써...두 개 과목에서 ‘100점’


검정고시 학원에 등록했지만, 코로나19 지역감염이 확산하면서 몇 번 나가지 못했습니다. 막내아들이 끊어준 동네 스터디카페와 집을 오가며 악착같이 공부했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반복해서 듣고, 그래도 이해가 안 가거나 헷갈리는 문제는 아예 통째로 베껴 썼습니다.

영어부터 사회, 과학까지. 조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오답 노트에는 만학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게 얻은 성적은 평균 86점. 영어와 사회 과목은 100점을 받았습니다.


합격의 기쁨과 동시에 조 할아버지는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아내에게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숨겼기 때문입니다. 몸이 아픈 아내에게 검정 고시를 준비한다는 말을 차마 못했던 겁니다.

조 할아버지의 아내 강순애 씨는 남편의 합격 사실을 듣고 서운한 마음에 화를 냈습니다. 자신을 속인 남편이 미웠던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어려운 시간을 견디며 각고의 노력끝에 합격증을 거머 쥔 할아버지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이 앞선다고 말합니다. 강순애 씨는 “100점 맞았으니까 집 안에 들여보내 줬지 , 아니었으면 쫓아냈을 것” 이라면서도 “속으로는 내가 참 떳떳하고, 하늘을 우러러보고 자랑하고 그랬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자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배우지 못해 서럽던 지난 세월을 다 잊고 할아버지의 꿈을 응원한다고요.


■ 광주 3개 대학 수시전형 모두 합격...꿈은 “노인 복지 전문가 되는 것”


조 할아버지는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광주 3개 대학 수시전형에 지원해 모두 합격했습니다. 고민 끝에 조선대학교 행정복지학부를 선택했습니다. 노인복지 전문가가 되어 노인들이 처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섭니다.


조 할아버지와 함께 수업을 들을 대학 강의실을 미리 찾아가 봤습니다. 할아버지가 고교 중퇴 전 마지막으로 봤던 교실의 풍경과는 다릅니다.

반듯한 책상과 푹신한 의자, 분필 가루도 날리지 않는 깔끔한 화이트보드까지. 할아버지는 맨 앞자리에 앉아 교수님의 수업을 들을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학업에 대한 각오를 다지면서도, 손주 같은 21학번 동기들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여든 살 조현수 할아버지의 노인복지 전문가를 향한 꿈은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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