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충원” vs “최소 270명 필요”…인력 논란 속 더 지쳐가는 간호사들

입력 2021.01.15 (21:37) 수정 2021.01.15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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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방역은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 역사는 여러분의 헌신, 땀과 눈물을 명예로운 이름으로 기억할 것이다."

새해, 정세균 총리가 코로나19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에 보낸 감사 편지입니다.

이 편지를 받고, 코로나 병동에서 일했던 한 간호사가 공개 답장을 보냈는데요.

"명예로운 이름으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의 인력이라도 충원해서 환자를 지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K방역의 성공신화'는 현장에서 매일 무너지고 있다며 자신은 매일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병원은 인원을 충원하고 있다고 해명에 나섰는데, 간호사들이 다시 반박하며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뭔가 문제인지 석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병동 복도에서 비닐 가운을 또 갈아입습니다.

코로나19 환자 병실을 이동할 때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매번 갈아입는 겁니다.

거동을 할 수 없는 노인 환자의 배변을 돕고 체위를 변경해주는 간병인 일도 코로나 병동에선 간호사의 몫입니다.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면서 간호사들은 노동량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호소합니다.

[안세영/간호사 : "격리 환자를 5명 이상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잘하고 싶은데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거예요."]

이달 초 이 병원 코로나 병동의 근무표를 보니, 환자 50여 명에 배정된 간호사는 6명에 불과합니다.

간호사 1명이 환자 8~9명을 맡고 있는 겁니다.

[보라매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사/음성변조 : "확진자가 줄어도 중증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업무량이 좋아졌다고 느끼긴 힘들고요,"]

서울시립 보라매 병원의 코로나 전담 병상은 중환자 병상 5개를 포함해 190개, 현재 140여 명의 간호사가 3교대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병원 측은 간호사는 아니지만 돌봄지원 인력이 일부 지원됐고, 대부분이 중환자가 아니어서 인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보라매 병원 관계자 : "실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에서 근무하는 중환자 전담 간호사는 간호사 1명이 1명의 중증환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간호사들은 중환자실엔 이보다 2배 많은 간호사가 투입되고 일반병상에 있는 중증환자도 많다며 최소 270명을 충원해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이상윤/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의료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요소는 간호인력의 수입니다. (이것을) 병원 자체의 판단에 맡겨두고 있다는 건 정부의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고요)."]

코로나 병동에서 일했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다시 코로나 환자를 맡겠느냐는 질문에 54%는 '절대로 안 한다'고 답했고 '다시 하겠다'는 응답은 5%에 그쳤습니다.

간호사들의 탈진을 막기 위해서는 그간의 병상 운영 경험을 토대로 적정한 인력 배치와 충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KBS 뉴스 석혜원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 최원석/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한종헌 김영희 진수아

▶ '코로나19 3차 대유행 특집' 바로가기
http://news.kbs.co.kr/special/coronaSpecial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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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명 충원” vs “최소 270명 필요”…인력 논란 속 더 지쳐가는 간호사들
    • 입력 2021-01-15 21:37:23
    • 수정2021-01-15 21:51:54
    뉴스 9
[앵커]

"K방역은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 역사는 여러분의 헌신, 땀과 눈물을 명예로운 이름으로 기억할 것이다."

새해, 정세균 총리가 코로나19 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에 보낸 감사 편지입니다.

이 편지를 받고, 코로나 병동에서 일했던 한 간호사가 공개 답장을 보냈는데요.

"명예로운 이름으로 기억되길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의 인력이라도 충원해서 환자를 지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K방역의 성공신화'는 현장에서 매일 무너지고 있다며 자신은 매일 실패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병원은 인원을 충원하고 있다고 해명에 나섰는데, 간호사들이 다시 반박하며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뭔가 문제인지 석혜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병동 복도에서 비닐 가운을 또 갈아입습니다.

코로나19 환자 병실을 이동할 때마다 감염을 막기 위해 매번 갈아입는 겁니다.

거동을 할 수 없는 노인 환자의 배변을 돕고 체위를 변경해주는 간병인 일도 코로나 병동에선 간호사의 몫입니다.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면서 간호사들은 노동량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호소합니다.

[안세영/간호사 : "격리 환자를 5명 이상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잘하고 싶은데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거예요."]

이달 초 이 병원 코로나 병동의 근무표를 보니, 환자 50여 명에 배정된 간호사는 6명에 불과합니다.

간호사 1명이 환자 8~9명을 맡고 있는 겁니다.

[보라매병원 코로나 병동 간호사/음성변조 : "확진자가 줄어도 중증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업무량이 좋아졌다고 느끼긴 힘들고요,"]

서울시립 보라매 병원의 코로나 전담 병상은 중환자 병상 5개를 포함해 190개, 현재 140여 명의 간호사가 3교대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병원 측은 간호사는 아니지만 돌봄지원 인력이 일부 지원됐고, 대부분이 중환자가 아니어서 인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보라매 병원 관계자 : "실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에서 근무하는 중환자 전담 간호사는 간호사 1명이 1명의 중증환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간호사들은 중환자실엔 이보다 2배 많은 간호사가 투입되고 일반병상에 있는 중증환자도 많다며 최소 270명을 충원해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이상윤/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의료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큰 요소는 간호인력의 수입니다. (이것을) 병원 자체의 판단에 맡겨두고 있다는 건 정부의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고요)."]

코로나 병동에서 일했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다시 코로나 환자를 맡겠느냐는 질문에 54%는 '절대로 안 한다'고 답했고 '다시 하겠다'는 응답은 5%에 그쳤습니다.

간호사들의 탈진을 막기 위해서는 그간의 병상 운영 경험을 토대로 적정한 인력 배치와 충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KBS 뉴스 석혜원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 최원석/영상편집:안영아/그래픽:한종헌 김영희 진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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