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선대선” 北…SLBM 꺼내들고 ICBM 숨겼다

입력 2021.0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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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사라진 김일성광장…하얀 입김은 솔솔

북한이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한 지 석 달 만입니다.

북한은 지난 열병식이 끝난 뒤 병력과 장비를 현장 부대로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평양의 미림 비행장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우리 정보당국에 지속적으로 포착돼 왔습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언제 열병식을 할지, 그리고 어떤 무기를 공개할지 촉각을 곤두세워 왔습니다.

통상 기념행사라면 전야제나 끝나는 날 해야 합니다. 노동당 대회는 12일에 끝났는데 열병식은 13일 하루를 건너뛰고 14일에 거행됐습니다.

북한의 동향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날씨가 열병식 날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당 대회 마지막 날인 12일 평양은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열병식이 진행된 평양 김일성 광장은 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열병식이 진행된 김일성광장 전경 열병식이 진행된 김일성광장 전경

열병식에서 구호를 외치는 북한 군인. 하얀 입김이 피어오른다.열병식에서 구호를 외치는 북한 군인. 하얀 입김이 피어오른다.

석 달 전과 닮은꼴…김정은 연설·ICBM은 없어

행사의 전체적인 진행과 식순은 석 달 전과 유사했습니다. 밤에 진행한 점도 똑같았습니다. 전투기에 조명을 장착하고 행사장 상공을 나는 모습은 북한 열병식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장 상공을 비행하는 군용기. 불꽃을 쏴 75라는 숫자를 만들었다.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장 상공을 비행하는 군용기. 불꽃을 쏴 75라는 숫자를 만들었다.

14일 열병식 비행. 8차 노동당 대회를 상징하는 숫자 8을 만들었다.14일 열병식 비행. 8차 노동당 대회를 상징하는 숫자 8을 만들었다.

다만 석 달 전과 비교해 김정은 국무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의 육성 연설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열병식은 각종 병과의 병력들이 행진하고, 장갑차, 탱크, 자행포(자주포) 등 지상 기동 무기를 선보인 뒤 방사포, 미사일을 거쳐 장거리 미사일 ICBM을 보여줍니다. 뒤로 갈수록 위력이 강한 무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무기 전문가와 군은 열병식에 새로 등장하는 무기와 함께 가장 마지막에 어떤 무기가 등장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행사를 관찰합니다.

이른바 '괴물 미사일'로 불렸던 신형·대형 ICBM을 선보였던 석 달 전과 달리 이번 열병식에는 ICBM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신형 SLBM '북극성-5ㅅ' 등장

하지만 새로 등장한 2종의 무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북극성 신형입니다.

지난 10월 10일 선보인 ‘북극성-4ㅅ’지난 10월 10일 선보인 ‘북극성-4ㅅ’

이번에 등장한 신형 ‘북극성-5ㅅ’이번에 등장한 신형 ‘북극성-5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신형 '북극성-5ㅅ'와 석 달 전 나온 '북극성-4ㅅ'에서 'ㅅ'은 수중발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무기명에 대부분 알파벳을 쓰지 않습니다.

미사일의 핵심 능력인 사거리와 탄두 운반 능력은 동체 크기와 탄두부 크기를 통해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탑재된 운반차량의 거치대와 미사일의 결함 형태로 미뤄 '4ㅅ'에 비해 '5ㅅ'이 미사일의 구경이 더 커졌다고 봤습니다.

반면 21세기군사연구소 류성엽 전문연구위원은 두 미사일 동체 추진부 길이와 지름은 같은 것으로 추정하면서 두 미사일이 추진부 형상과 사거리, 운반능력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초도 분석이며 사진과 영상으로 예상한 것입니다.

하지만 '5ㅅ'의 탄두부가 '4ㅅ'에 비해 더 뾰족하고 길어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를 두고 "더 위력한 핵탄두에 해당하는 메가톤(MT)급 전략 핵탄두 운반을 위한 형상변경 사례"라거나 "더 큰 다탄두를 넣기 쉬운 디자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북극성-5ㅅ이 등장할 때 열병식을 중계한 조선중앙TV 아나운서는 "불과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5천 년 민족사의 숙원을 이뤘다"고 흥분했습니다.

시험 발사도 하지 않은 북극성 '4ㅅ'과 '5ㅅ'이 실전에서 기능을 발휘할지 의문인데다, 석 달의 시차를 두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SLBM을 잇달아 공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외형만 있는 블러핑(속임수)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으며 "중형 잠수함 무장 현대화 목표의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고 시범 개조해 해군의 현존 수중 작전 능력을 현저히 높일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고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이 북극성과 핵추진 잠수함 완성을 통해 '전략원잠(SSBN·Ship Submarine Ballistic missile Nuclear)'보유로 갈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신형 '이스칸데르'도 선보여

초대형 방사포와 함께 남한을 겨냥해 섞어 쏘기 전술을 펼칠 핵심 무기 (참고기사 : 北 방사포 ‘섞어쏘기’…공격과 방어의 수 싸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24911) 북한판 이스칸데르도 개량형이 등장했습니다. 열병식의 가장 마지막에 나왔습니다.

기존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차축이 4개기존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차축이 4개

이번에 새로 등장한 개량형 이스칸데르. 차축이 5개이번에 새로 등장한 개량형 이스칸데르. 차축이 5개

단색인 기존형에 비해 도색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탑재 차량의 차축이 5개로 하나 늘었습니다. 차량이 길어진 만큼 미사일 길이도 증가했을 수 있고, 그렇다면 기존 이스칸데르와 대비해 사거리가 늘거나 더 무거운 탄두를 운반할 수 있습니다.

기존 이스칸데르의 사거리는 약 600km로 알려졌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남한 대부분을 공격할 수 있는데 왜 굳이 개량했을까요?

북한은 노동당 대회에서 "신형전술로케트와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핵전술무기들도 연이어 개발"하겠다며 "1만 5,000km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 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높여 핵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류 연구위원은 신형 이스칸데르가 사거리 1,000km를 넘어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이 500km~15,000km 사이 전략 표적을 선제 타격하는 데 필요한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개량형 이스칸데르는 '북극성-4ㅅ', '북극성-5ㅅ'과 같게 하얀색에 작은 검은색 사각형이 담긴 도색을 하고 있습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이런 형태의 도색이 핵탄두 장착에 대한 표식일 수 있다며 개량형 이스칸데르를 전술핵 운반용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번 열병식에 ICBM은 등장하지 않아 나름 메시지의 수위는 조절한 듯 보이지만 김정은 총비서가 당 대회 결론에서 천명했듯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는 건 또다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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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대강 선대선” 北…SLBM 꺼내들고 ICBM 숨겼다
    • 입력 2021-01-16 07:00:40
    취재K
■ 눈 사라진 김일성광장…하얀 입김은 솔솔

북한이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8차 대회 기념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한 지 석 달 만입니다.

북한은 지난 열병식이 끝난 뒤 병력과 장비를 현장 부대로 돌려보내지 않았습니다. 평양의 미림 비행장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우리 정보당국에 지속적으로 포착돼 왔습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언제 열병식을 할지, 그리고 어떤 무기를 공개할지 촉각을 곤두세워 왔습니다.

통상 기념행사라면 전야제나 끝나는 날 해야 합니다. 노동당 대회는 12일에 끝났는데 열병식은 13일 하루를 건너뛰고 14일에 거행됐습니다.

북한의 동향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날씨가 열병식 날짜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당 대회 마지막 날인 12일 평양은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 열병식이 진행된 평양 김일성 광장은 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열병식이 진행된 김일성광장 전경
열병식에서 구호를 외치는 북한 군인. 하얀 입김이 피어오른다.
석 달 전과 닮은꼴…김정은 연설·ICBM은 없어

행사의 전체적인 진행과 식순은 석 달 전과 유사했습니다. 밤에 진행한 점도 똑같았습니다. 전투기에 조명을 장착하고 행사장 상공을 나는 모습은 북한 열병식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장 상공을 비행하는 군용기. 불꽃을 쏴 75라는 숫자를 만들었다.
14일 열병식 비행. 8차 노동당 대회를 상징하는 숫자 8을 만들었다.
다만 석 달 전과 비교해 김정은 국무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의 육성 연설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열병식은 각종 병과의 병력들이 행진하고, 장갑차, 탱크, 자행포(자주포) 등 지상 기동 무기를 선보인 뒤 방사포, 미사일을 거쳐 장거리 미사일 ICBM을 보여줍니다. 뒤로 갈수록 위력이 강한 무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무기 전문가와 군은 열병식에 새로 등장하는 무기와 함께 가장 마지막에 어떤 무기가 등장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행사를 관찰합니다.

이른바 '괴물 미사일'로 불렸던 신형·대형 ICBM을 선보였던 석 달 전과 달리 이번 열병식에는 ICBM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신형 SLBM '북극성-5ㅅ' 등장

하지만 새로 등장한 2종의 무기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북극성 신형입니다.

지난 10월 10일 선보인 ‘북극성-4ㅅ’
이번에 등장한 신형 ‘북극성-5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신형 '북극성-5ㅅ'와 석 달 전 나온 '북극성-4ㅅ'에서 'ㅅ'은 수중발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무기명에 대부분 알파벳을 쓰지 않습니다.

미사일의 핵심 능력인 사거리와 탄두 운반 능력은 동체 크기와 탄두부 크기를 통해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탑재된 운반차량의 거치대와 미사일의 결함 형태로 미뤄 '4ㅅ'에 비해 '5ㅅ'이 미사일의 구경이 더 커졌다고 봤습니다.

반면 21세기군사연구소 류성엽 전문연구위원은 두 미사일 동체 추진부 길이와 지름은 같은 것으로 추정하면서 두 미사일이 추진부 형상과 사거리, 운반능력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초도 분석이며 사진과 영상으로 예상한 것입니다.

하지만 '5ㅅ'의 탄두부가 '4ㅅ'에 비해 더 뾰족하고 길어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를 두고 "더 위력한 핵탄두에 해당하는 메가톤(MT)급 전략 핵탄두 운반을 위한 형상변경 사례"라거나 "더 큰 다탄두를 넣기 쉬운 디자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북극성-5ㅅ이 등장할 때 열병식을 중계한 조선중앙TV 아나운서는 "불과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5천 년 민족사의 숙원을 이뤘다"고 흥분했습니다.

시험 발사도 하지 않은 북극성 '4ㅅ'과 '5ㅅ'이 실전에서 기능을 발휘할지 의문인데다, 석 달의 시차를 두고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SLBM을 잇달아 공개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외형만 있는 블러핑(속임수)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개발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으며 "중형 잠수함 무장 현대화 목표의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고 시범 개조해 해군의 현존 수중 작전 능력을 현저히 높일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고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이 북극성과 핵추진 잠수함 완성을 통해 '전략원잠(SSBN·Ship Submarine Ballistic missile Nuclear)'보유로 갈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신형 '이스칸데르'도 선보여

초대형 방사포와 함께 남한을 겨냥해 섞어 쏘기 전술을 펼칠 핵심 무기 (참고기사 : 北 방사포 ‘섞어쏘기’…공격과 방어의 수 싸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24911) 북한판 이스칸데르도 개량형이 등장했습니다. 열병식의 가장 마지막에 나왔습니다.

기존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차축이 4개
이번에 새로 등장한 개량형 이스칸데르. 차축이 5개
단색인 기존형에 비해 도색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탑재 차량의 차축이 5개로 하나 늘었습니다. 차량이 길어진 만큼 미사일 길이도 증가했을 수 있고, 그렇다면 기존 이스칸데르와 대비해 사거리가 늘거나 더 무거운 탄두를 운반할 수 있습니다.

기존 이스칸데르의 사거리는 약 600km로 알려졌습니다. 이것만으로도 남한 대부분을 공격할 수 있는데 왜 굳이 개량했을까요?

북한은 노동당 대회에서 "신형전술로케트와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첨단핵전술무기들도 연이어 개발"하겠다며 "1만 5,000km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 소멸하는 명중률을 더욱 높여 핵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을 고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류 연구위원은 신형 이스칸데르가 사거리 1,000km를 넘어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이 500km~15,000km 사이 전략 표적을 선제 타격하는 데 필요한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개량형 이스칸데르는 '북극성-4ㅅ', '북극성-5ㅅ'과 같게 하얀색에 작은 검은색 사각형이 담긴 도색을 하고 있습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이런 형태의 도색이 핵탄두 장착에 대한 표식일 수 있다며 개량형 이스칸데르를 전술핵 운반용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번 열병식에 ICBM은 등장하지 않아 나름 메시지의 수위는 조절한 듯 보이지만 김정은 총비서가 당 대회 결론에서 천명했듯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는 건 또다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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