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첫발 뗀 보호종료아동…“코로나 휴직에 월 30만 원으로 버텨”
입력 2021.01.17 (08:10)
수정 2021.01.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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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법상 아동은 만 18살 미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아동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 각종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받는 아동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만 18살, 즉 보통 우리 나이로 20살이 되면 퇴소해 사회로 나와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동시에 민법상 성인 기준인 만 19살보다는 어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취업이나 병원 입원, 휴대전화 개통이 제한되는 등 온전히 성인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도 많습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호종료아동들은 자립정착금 5백만 원~ 1천만 원, 자립 수당 월 30만 원 등의 지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홀로 첫발을 뗀 만큼 생활에서 곤란을 겪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지난해는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기자(우)와 인터뷰 중인 박경진 씨(좌)
■ 코로나 19로 실직에 이은 '무기한 휴직'…아르바이트도 없어 월 30만 원으로 버텨
박경진 씨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아동복지시설'입니다. 태어난 해인 2001년부터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21살(만 19세)인 박 씨는 2019년 12월 말에 자립했습니다. 만 18세가 됐고 대학 진학이나 질병, 장애 등 거주 연장을 신청할 조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운 좋게도 아동복지시설에 있을 때 테마파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30만 원의 월급에 정부에서 주는 자립수당 30만 원으로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테마파크에 손님이 줄자 지난해 3월 박 씨는 직장에서 해고됐습니다. 3개월 동안 실직 상태로 있다가 지난해 7월 지인의 소개로 겨우 카페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카페 운영이 중단되면서 그는 '무기한 휴직' 상태입니다.
도시가스 요금 독촉장
실직 상태일 때 그의 월수입은 자립 수당 30만 원이 전부였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어떻게 신청할지 막막했고,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불편해서 그 혜택을 받는 것조차 주저했습니다.
박 씨는 "다른 사람들한테 나 이렇게 살고 있어라고 알려주는 느낌, 나 이렇게 힘드니깐 도와달라는 느낌이 강하다 보니깐(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을 꺼리게 됐다)"고 차분히 말했습니다.
자립수당 30만 원만으로는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는 "코로나 19로 인해서 (아르바이트를)잘 안 뽑다 보니깐 공고 자체가 흔치 않다"면서 "겨우 공고를 찾아내서 연락하면 이미 사람을 뽑았다고 연락이 왔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전기 요금 등의 독촉장이 올 때 친구들한테 돈을 빌려서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박 씨는 "(각종 공과금)요금이 밀려가는 건 알고 있었다"면서도 "밀린 돈 내는 것보다 (당장) 내 밥 한 끼 사 먹는 게 더 우선이었다"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기자(좌)와 이야기 중인 이어진 씨(우)
■ "코로나로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해서 관심 떨어져"…20살에겐 벅찬 자립 생활
올해 20살(만 18세)이 된 이어진 씨. 그는 오는 2월에 아동복지시설에서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말 자립 준비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첫 관문인 직장 구하기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주거 문제도 사회 초년생인 자신이 감당하기엔 벅차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그는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했습니다. 전문대를 진학하면 2년 더 아동복지시설에서 머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퇴소가 미뤄진 2년 동안 아르바이트 등을 해 최대한 돈을 모을 거라고 취재진에게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아 그는 걱정이 큽니다.
그는 자립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고 싶지만,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자립 선배들(먼저 자립한 보호종료아동)이랑 커뮤니케이션이 (코로나)전에는 활성화 돼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많이 떨어진 거 같아서 속상하다"면서 "코로나 시기 이전에는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해서)관심이 있었는데 관심이 많이 떨어져서 아쉽다"라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 매년 2천6백 명의 보호종료아동 홀로 서기…자립지원전담요원은 306명뿐
약 2천 6백여 명의 보호종료아동들이 매년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해 홀로 서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자립 생활을 돕는 '자립지원전담요원'은 지난해 6월 기준 306명뿐입니다. 1년마다 2천 6백여 명 정도의 보호종료아동이 나온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적은 수로 보입니다.
더구나 보호종료아동들이 생활 정보를 얻는 주 통로인 '선배 보호종료아동'들 역시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만나기 어려워졌습니다. 보호종료아동에게는 주거 지원이나 진로·취업 지원 등 다양한 정부 지원책이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2015년부터 5년간 아동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을 퇴소한 보호종료아동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비율이 36.6%라는 점은 이를 방증합니다. 복지부 등 관계기관은 기초생활수급 대상 기준이 낮아져서 빈곤율이 높은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의 약 71.4%가, 2018년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의 43.9%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란 통계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추가 대책의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팟캐스트 녹음 중인 신 선 캠페이너
■ '보호종료아동 선배'가 나섰다
본인도 보호종료아동이었던 27살 신 선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는 코로나 19가 확산하던 지난해 3월부터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제가 보육원을 퇴소하고 나서 1~2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른 보호종료아동들은 이런 시행착오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신 씨는 "원래 주말에 시간을 내 보육 시설을 방문해 시설 선배로서 내가 퇴소하고 나서 경험했던 것을 많이 들려주고 했는데 지난해 코로나 19로 보육 시설을 방문할 수 없었다"면서 "코로나 19 상황 때문에 많이들 자립 교육도 제대로 못 받은 거 같고 그런 게 안타깝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후배 보호종료아동'에게 "요즘에는 온라인에서도 자립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니깐 그런 것들을 참고하셔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습니다.
홀로 세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자립 지원책을 강화하고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이들에게 제공할 때, 사회를 향해 첫발을 뗀 보호종료아동의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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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법상 아동은 만 18살 미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아동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 각종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받는 아동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만 18살, 즉 보통 우리 나이로 20살이 되면 퇴소해 사회로 나와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동시에 민법상 성인 기준인 만 19살보다는 어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취업이나 병원 입원, 휴대전화 개통이 제한되는 등 온전히 성인으로서 할 수 없는 일들도 많습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호종료아동들은 자립정착금 5백만 원~ 1천만 원, 자립 수당 월 30만 원 등의 지원을 받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홀로 첫발을 뗀 만큼 생활에서 곤란을 겪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심지어 지난해는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 코로나 19로 실직에 이은 '무기한 휴직'…아르바이트도 없어 월 30만 원으로 버텨
박경진 씨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아동복지시설'입니다. 태어난 해인 2001년부터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21살(만 19세)인 박 씨는 2019년 12월 말에 자립했습니다. 만 18세가 됐고 대학 진학이나 질병, 장애 등 거주 연장을 신청할 조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운 좋게도 아동복지시설에 있을 때 테마파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30만 원의 월급에 정부에서 주는 자립수당 30만 원으로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테마파크에 손님이 줄자 지난해 3월 박 씨는 직장에서 해고됐습니다. 3개월 동안 실직 상태로 있다가 지난해 7월 지인의 소개로 겨우 카페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카페 운영이 중단되면서 그는 '무기한 휴직' 상태입니다.
실직 상태일 때 그의 월수입은 자립 수당 30만 원이 전부였기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를 어떻게 신청할지 막막했고,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불편해서 그 혜택을 받는 것조차 주저했습니다.
박 씨는 "다른 사람들한테 나 이렇게 살고 있어라고 알려주는 느낌, 나 이렇게 힘드니깐 도와달라는 느낌이 강하다 보니깐(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을 꺼리게 됐다)"고 차분히 말했습니다.
자립수당 30만 원만으로는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그는 "코로나 19로 인해서 (아르바이트를)잘 안 뽑다 보니깐 공고 자체가 흔치 않다"면서 "겨우 공고를 찾아내서 연락하면 이미 사람을 뽑았다고 연락이 왔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전기 요금 등의 독촉장이 올 때 친구들한테 돈을 빌려서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박 씨는 "(각종 공과금)요금이 밀려가는 건 알고 있었다"면서도 "밀린 돈 내는 것보다 (당장) 내 밥 한 끼 사 먹는 게 더 우선이었다"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 "코로나로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해서 관심 떨어져"…20살에겐 벅찬 자립 생활
올해 20살(만 18세)이 된 이어진 씨. 그는 오는 2월에 아동복지시설에서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말 자립 준비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첫 관문인 직장 구하기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주거 문제도 사회 초년생인 자신이 감당하기엔 벅차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그는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했습니다. 전문대를 진학하면 2년 더 아동복지시설에서 머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퇴소가 미뤄진 2년 동안 아르바이트 등을 해 최대한 돈을 모을 거라고 취재진에게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아 그는 걱정이 큽니다.
그는 자립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고 싶지만,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자립 선배들(먼저 자립한 보호종료아동)이랑 커뮤니케이션이 (코로나)전에는 활성화 돼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많이 떨어진 거 같아서 속상하다"면서 "코로나 시기 이전에는 (보호종료아동들에 대해서)관심이 있었는데 관심이 많이 떨어져서 아쉽다"라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 매년 2천6백 명의 보호종료아동 홀로 서기…자립지원전담요원은 306명뿐
약 2천 6백여 명의 보호종료아동들이 매년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해 홀로 서기를 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자립 생활을 돕는 '자립지원전담요원'은 지난해 6월 기준 306명뿐입니다. 1년마다 2천 6백여 명 정도의 보호종료아동이 나온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적은 수로 보입니다.
더구나 보호종료아동들이 생활 정보를 얻는 주 통로인 '선배 보호종료아동'들 역시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만나기 어려워졌습니다. 보호종료아동에게는 주거 지원이나 진로·취업 지원 등 다양한 정부 지원책이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2015년부터 5년간 아동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을 퇴소한 보호종료아동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비율이 36.6%라는 점은 이를 방증합니다. 복지부 등 관계기관은 기초생활수급 대상 기준이 낮아져서 빈곤율이 높은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의 약 71.4%가, 2018년 퇴소한 보호종료아동의 43.9%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란 통계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추가 대책의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 '보호종료아동 선배'가 나섰다
본인도 보호종료아동이었던 27살 신 선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는 코로나 19가 확산하던 지난해 3월부터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제가 보육원을 퇴소하고 나서 1~2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른 보호종료아동들은 이런 시행착오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신 씨는 "원래 주말에 시간을 내 보육 시설을 방문해 시설 선배로서 내가 퇴소하고 나서 경험했던 것을 많이 들려주고 했는데 지난해 코로나 19로 보육 시설을 방문할 수 없었다"면서 "코로나 19 상황 때문에 많이들 자립 교육도 제대로 못 받은 거 같고 그런 게 안타깝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후배 보호종료아동'에게 "요즘에는 온라인에서도 자립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니깐 그런 것들을 참고하셔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습니다.
홀로 세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자립 지원책을 강화하고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이들에게 제공할 때, 사회를 향해 첫발을 뗀 보호종료아동의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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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우 기자 kbs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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