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인류를 위협하는 ‘백신 음모론’

입력 2021.01.20 (05:00) 수정 2021.0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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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2월 접종 시작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나라로부터 우선접종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들려오고 있다.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우리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 다르게 해당 국가들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19세기 '맞으면 소가 된다' …21세기도 계속되는 음모론, 불신

이들이 예방접종에 반대하는 이유는 백신이 특정 세력이 인류를 조종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음모론에서부터 아직은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백신 거부 움직임들은 비단 코로나19 백신에만 국한되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각국 정부에서 감염병에 대한 예방접종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한 오래전 부터 계속 존재해왔다.

19세기 유럽 국가들에서 두창(천연두) 백신의 의무접종이 발표되자 예방접종은 개인의 선택이며 의무접종 정책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주장들이 나온 바 있다.

1970년대에는 백일해 백신이 뇌 손상을 유발하고, 1990년대에는 홍역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논문이 학계에 보고되자 백신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제임스 길레이 作, '우두(cow-pork)'. 우두 백신을 맞으면 소가 된다며 반대했던 당시 상황을 풍자한 그림. 출처:britishmuseum.org제임스 길레이 作, '우두(cow-pork)'. 우두 백신을 맞으면 소가 된다며 반대했던 당시 상황을 풍자한 그림. 출처:britishmuseum.org

홍역백신과 자폐증과의 관련성이 보고된 논문은 그 흠결 탓에 2004년에 철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과 유럽에서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백신 거부의 근거로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다.

백신 음모론에 대한 사례도 있다.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 특정 지역들에서는 소아마비 예방접종이 인구증가를 막기 위한 산아제한 정책의 수단이며, 접종을 받으면 성불구자가 된다는 음모론까지 돌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앞선 거부 사례들 모두 예방접종률 저하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었던 감염병들의 발생이 다시 증가했었다는 것이다.

홍역백신 예방접종률이 감소하자 세계보건기구로부터 홍역을 퇴치하였다고 인증받았던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서도 크고 작은 규모의 유행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파키스탄은 아직 소아마비를 퇴치하지 못한 소수의 국가 중 하나로 남아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백신에 대한 망설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홍역이 계속 유행하자, 학교에 입학하려면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사례를 제외한 예방접종을 제도화한 바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실제 학생들의 예방접종률은 올라갔다.

하지만 예방접종 제도화에 따른 득과 실을 명확히 따지기는 어려웠다. 해당 기간 입학 대신 미접종 아동들의 홈스쿨링 선택이 증가하고, 변칙적으로 의학적 금기를 적용하여 의무 접종을 피해가는 사례들도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인류를 위협하는 10가지 위협에서 '백신에 대한 망설임(Vaccine hesitancy)'을 꼽은 바 있다.

이는 백신 거부와 비교하면 보다 넓은 개념인데, 백신에 대한 신뢰 (confidence)와 현재 상황에 안주하려는 성향 (complacency) 그리고 접근 편의성 (convenience) 등 다양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 예방접종에 대한 망설임은 표면적으로 백신을 완강하게 반대하지는 않으나 여러 이유로 접종을 주저하는 일반 인구가 훨씬 많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에도 백신 접종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접종에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의료진 우선 접종…고위험군 예방·백신 안전성 신뢰 '두 마리 토끼'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몇몇 나라에서 의료진 등 특정 집단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정책들이 발표되자, 접종을 거부할 권리를 내세우며 이에 반대하는 소송과 집단행동 등 여러 사회적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수행된 설문들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을 받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 이상까지 있다고 조사된 바 있다. 주목할 것은 의료진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접종거부 응답 비율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물론 설문조사의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표성을 띄는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다소 제한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많은 국가들에서 의료진들이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방역 일선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료진이 코로나19 감염에 가장 취약한 고위험군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의료진 접종을 통해 일반인들에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백신 안전성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의료진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않는다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쌓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과학적 근거와 정보로 사회적 신뢰 구축…자발적 참여 이뤄야!

코로나19 백신은 빠른 속도로 개발됐다. 그래서 여전히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전문가들도 무작정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자발적으로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발적인 지역사회의 참여와 구성원들의 접종률 향상을 이끌어 내려면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과학적인 근거와 강력한 권고를 바탕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을 준비기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 본 기고의 내용은 KBS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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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0 05:00:25
    • 수정2021-01-20 05:00:47
    취재K

-이철우/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 2월 접종 시작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나라로부터 우선접종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들려오고 있다.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우리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 다르게 해당 국가들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19세기 '맞으면 소가 된다' …21세기도 계속되는 음모론, 불신

이들이 예방접종에 반대하는 이유는 백신이 특정 세력이 인류를 조종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음모론에서부터 아직은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백신 거부 움직임들은 비단 코로나19 백신에만 국한되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각국 정부에서 감염병에 대한 예방접종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한 오래전 부터 계속 존재해왔다.

19세기 유럽 국가들에서 두창(천연두) 백신의 의무접종이 발표되자 예방접종은 개인의 선택이며 의무접종 정책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주장들이 나온 바 있다.

1970년대에는 백일해 백신이 뇌 손상을 유발하고, 1990년대에는 홍역 백신이 자폐증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논문이 학계에 보고되자 백신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제임스 길레이 作, '우두(cow-pork)'. 우두 백신을 맞으면 소가 된다며 반대했던 당시 상황을 풍자한 그림. 출처:britishmuseum.org
홍역백신과 자폐증과의 관련성이 보고된 논문은 그 흠결 탓에 2004년에 철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과 유럽에서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백신 거부의 근거로 빈번하게 거론되고 있다.

백신 음모론에 대한 사례도 있다.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 특정 지역들에서는 소아마비 예방접종이 인구증가를 막기 위한 산아제한 정책의 수단이며, 접종을 받으면 성불구자가 된다는 음모론까지 돌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앞선 거부 사례들 모두 예방접종률 저하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었던 감염병들의 발생이 다시 증가했었다는 것이다.

홍역백신 예방접종률이 감소하자 세계보건기구로부터 홍역을 퇴치하였다고 인증받았던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서도 크고 작은 규모의 유행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파키스탄은 아직 소아마비를 퇴치하지 못한 소수의 국가 중 하나로 남아있다.

■인류를 위협하는 '백신에 대한 망설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홍역이 계속 유행하자, 학교에 입학하려면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사례를 제외한 예방접종을 제도화한 바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실제 학생들의 예방접종률은 올라갔다.

하지만 예방접종 제도화에 따른 득과 실을 명확히 따지기는 어려웠다. 해당 기간 입학 대신 미접종 아동들의 홈스쿨링 선택이 증가하고, 변칙적으로 의학적 금기를 적용하여 의무 접종을 피해가는 사례들도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인류를 위협하는 10가지 위협에서 '백신에 대한 망설임(Vaccine hesitancy)'을 꼽은 바 있다.

이는 백신 거부와 비교하면 보다 넓은 개념인데, 백신에 대한 신뢰 (confidence)와 현재 상황에 안주하려는 성향 (complacency) 그리고 접근 편의성 (convenience) 등 다양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는다. 실제 예방접종에 대한 망설임은 표면적으로 백신을 완강하게 반대하지는 않으나 여러 이유로 접종을 주저하는 일반 인구가 훨씬 많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에도 백신 접종을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접종에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의료진 우선 접종…고위험군 예방·백신 안전성 신뢰 '두 마리 토끼'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몇몇 나라에서 의료진 등 특정 집단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정책들이 발표되자, 접종을 거부할 권리를 내세우며 이에 반대하는 소송과 집단행동 등 여러 사회적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수행된 설문들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을 받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 이상까지 있다고 조사된 바 있다. 주목할 것은 의료진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접종거부 응답 비율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물론 설문조사의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표성을 띄는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다소 제한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많은 국가들에서 의료진들이 우선 접종 대상자로 선정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방역 일선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료진이 코로나19 감염에 가장 취약한 고위험군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의료진 접종을 통해 일반인들에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백신 안전성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의료진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않는다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쌓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과학적 근거와 정보로 사회적 신뢰 구축…자발적 참여 이뤄야!

코로나19 백신은 빠른 속도로 개발됐다. 그래서 여전히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전문가들도 무작정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어, 자발적으로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발적인 지역사회의 참여와 구성원들의 접종률 향상을 이끌어 내려면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과학적인 근거와 강력한 권고를 바탕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을 준비기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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