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한약재’ 다이어트환 판매한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

입력 2021.01.22 (07:00) 수정 2021.01.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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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탕 끓인 후 한약재 재활용" 제보 받아
탕전실 직원 대화에선 "잘못된 것, 어떻게 찌꺼기로…"
전직 직원 "반려동물용으로 쓰려다 여의치 않아 다이어트환으로"
관할 보건소 "한약재 재활용 인정...자격 정지 복지부에 처분 의뢰"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들이 몇 년 새 크게 늘었습니다. 전국에 지점을 두고 운영할 정도로 성업 중인 곳도 제법 많습니다. 이런 '전문' 한의원들은 살을 빼는 다이어트만 대상으로 진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탕과 진액, 환 등의 형태로 관련 약을 처방해 준다고 합니다.

서울 강남에 있는 'ㅅ한의원'도 다이어트로 유명합니다. 개업한 지 10년도 안 돼 '살을 잘 빼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1호점을 연지 2년 만에 2호점을 냈습니다. 한 지점의 연 매출액만 42억 원에 이를 정도입니다.

탕을 끓이고 나면 물기가 빠진 한약재가 남습니다. 쉽게 말해서 약 성분을 짜내고 난 후의 약재인 겁니다. 그런데 이 한의원에서 얼마 전까지 이를 이용해 환약을 만들어왔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탕전실 직원들의 대화입니다.

직원1: 그건 솔직히 잘못된거지. 어떻게 찌꺼기 갖고 만들 생각을 해요.
직원2: 그렇게 하면 안 되지... 근데 그걸...뭐...
직원1: 아끼려고 그랬겠죠. 알면은 못 먹죠. 모르니까 먹는 거지. 찌꺼기로 하는 거를

한때 한의원 직원이었던 제보자 A 씨는 처음 환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털어놓았습니다. A 씨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탕 끓이고 난 약재를 버리기가 아까우니 '반려동물용'으로 써보려다 여의치 않자 '사람용'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통상 용도가 다한 한약재는 건조한 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 쓰레기'로 버리게 돼 있습니다.


한의원과 전화 상담을 해봤습니다. 상담원이 "대개 한 달 치의 약을 택배로 받게 되는데 형태는 '탕'이나 '환'을 선택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형태가 다를 뿐 약에 쓰이는 재료나 효과는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상담원이 말한 한 달 치 약값은 28만 원, 여러 할인 혜택이 언급됐고 키와 몸무게를 물어보는 것 말곤 건강과 관련된 다른 질문은 없었습니다. 상담원이 복용법을 설명하고, 가격을 제시하고, 구매 의사를 물었을 뿐입니다.

한의원 상담원: (복용법 설명 후) 한달 해보시겠어요? 한달 하시면 정가가 원래 28만원이예요. 친구 추가를 해주셨기 때문에 할인을 해드려요...주변에 소개를 해주시면 한 분 소개당 또 할인을 해드리거든요.
환하고 탕이 있어요. 두 개 다 효과는 똑같은데 환약은 흡수하는 속도가 느리고 물도 많이 드셔야 하고...가격은 동일해요.

재사용된 한약재로 만든 약, 여기에 한의사의 진료 없이 약이 건네졌다면 문제는 없었을까요? A 씨는 전화 상담을 하고 택배로 약을 받아 복용한 뒤 부작용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한의원 측이 합의금을 건넸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분은 머리카락이 다 빠져서 여러 번 찾아가서 무마를 시켰고 OO에 사는 분은 두드러기하고 간수치 이상하고 진단서까지 아예 끊었더라고요. 위로금 얼마 드리고 처리를 했었고..."

해당 한의원에 한약재 재사용에 관해 물었습니다. 원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OOO원장: 사실과 다른 내용이고요.
기자: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가요?
OOO원장: 사실이랑은 다른 거죠. 큰 틀에선 그래요. 사실이랑 달라요...사실과는 좀 다르고요. 일단은 그런 정도고.

한약재 재사용 신고를 받은 관할 보건소는 해당 한의원을 조사 후 1호점과 2호점 모두 한약재를 재사용한 것을 인정하고, 한의사 3명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자격정지를 의뢰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복지부의 재조사 절차가 남아 당장 보건소에서 어떤 처분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복지부에서는 "조사 권한이 없다"며 "일선 보건소에서 자료가 오면 행정처분을 할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해당 건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검토 중'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단 복지부에 의뢰를 마친 보건소는 손을 뗀 상태로 보입니다. 복지부는 의뢰된 자료를 검토 중이며 그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A 씨는 복지부 담당자가 한차례 바뀐 후 내용 전달만도 한참이 걸렸는데 또 기다려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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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용 한약재’ 다이어트환 판매한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
    • 입력 2021-01-22 07:00:59
    • 수정2021-01-22 09:15:27
    취재K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탕 끓인 후 한약재 재활용" 제보 받아<br />탕전실 직원 대화에선 "잘못된 것, 어떻게 찌꺼기로…"<br />전직 직원 "반려동물용으로 쓰려다 여의치 않아 다이어트환으로"<br />관할 보건소 "한약재 재활용 인정...자격 정지 복지부에 처분 의뢰"

'다이어트 전문' 한의원들이 몇 년 새 크게 늘었습니다. 전국에 지점을 두고 운영할 정도로 성업 중인 곳도 제법 많습니다. 이런 '전문' 한의원들은 살을 빼는 다이어트만 대상으로 진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탕과 진액, 환 등의 형태로 관련 약을 처방해 준다고 합니다.

서울 강남에 있는 'ㅅ한의원'도 다이어트로 유명합니다. 개업한 지 10년도 안 돼 '살을 잘 빼준다'는 입소문을 타고 1호점을 연지 2년 만에 2호점을 냈습니다. 한 지점의 연 매출액만 42억 원에 이를 정도입니다.

탕을 끓이고 나면 물기가 빠진 한약재가 남습니다. 쉽게 말해서 약 성분을 짜내고 난 후의 약재인 겁니다. 그런데 이 한의원에서 얼마 전까지 이를 이용해 환약을 만들어왔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탕전실 직원들의 대화입니다.

직원1: 그건 솔직히 잘못된거지. 어떻게 찌꺼기 갖고 만들 생각을 해요.
직원2: 그렇게 하면 안 되지... 근데 그걸...뭐...
직원1: 아끼려고 그랬겠죠. 알면은 못 먹죠. 모르니까 먹는 거지. 찌꺼기로 하는 거를

한때 한의원 직원이었던 제보자 A 씨는 처음 환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털어놓았습니다. A 씨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탕 끓이고 난 약재를 버리기가 아까우니 '반려동물용'으로 써보려다 여의치 않자 '사람용'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통상 용도가 다한 한약재는 건조한 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 쓰레기'로 버리게 돼 있습니다.


한의원과 전화 상담을 해봤습니다. 상담원이 "대개 한 달 치의 약을 택배로 받게 되는데 형태는 '탕'이나 '환'을 선택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형태가 다를 뿐 약에 쓰이는 재료나 효과는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상담원이 말한 한 달 치 약값은 28만 원, 여러 할인 혜택이 언급됐고 키와 몸무게를 물어보는 것 말곤 건강과 관련된 다른 질문은 없었습니다. 상담원이 복용법을 설명하고, 가격을 제시하고, 구매 의사를 물었을 뿐입니다.

한의원 상담원: (복용법 설명 후) 한달 해보시겠어요? 한달 하시면 정가가 원래 28만원이예요. 친구 추가를 해주셨기 때문에 할인을 해드려요...주변에 소개를 해주시면 한 분 소개당 또 할인을 해드리거든요.
환하고 탕이 있어요. 두 개 다 효과는 똑같은데 환약은 흡수하는 속도가 느리고 물도 많이 드셔야 하고...가격은 동일해요.

재사용된 한약재로 만든 약, 여기에 한의사의 진료 없이 약이 건네졌다면 문제는 없었을까요? A 씨는 전화 상담을 하고 택배로 약을 받아 복용한 뒤 부작용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한의원 측이 합의금을 건넸다고 주장했습니다.

"한 분은 머리카락이 다 빠져서 여러 번 찾아가서 무마를 시켰고 OO에 사는 분은 두드러기하고 간수치 이상하고 진단서까지 아예 끊었더라고요. 위로금 얼마 드리고 처리를 했었고..."

해당 한의원에 한약재 재사용에 관해 물었습니다. 원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OOO원장: 사실과 다른 내용이고요.
기자: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가요?
OOO원장: 사실이랑은 다른 거죠. 큰 틀에선 그래요. 사실이랑 달라요...사실과는 좀 다르고요. 일단은 그런 정도고.

한약재 재사용 신고를 받은 관할 보건소는 해당 한의원을 조사 후 1호점과 2호점 모두 한약재를 재사용한 것을 인정하고, 한의사 3명에 대해 보건복지부에 자격정지를 의뢰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복지부의 재조사 절차가 남아 당장 보건소에서 어떤 처분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복지부에서는 "조사 권한이 없다"며 "일선 보건소에서 자료가 오면 행정처분을 할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해당 건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검토 중'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단 복지부에 의뢰를 마친 보건소는 손을 뗀 상태로 보입니다. 복지부는 의뢰된 자료를 검토 중이며 그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A 씨는 복지부 담당자가 한차례 바뀐 후 내용 전달만도 한참이 걸렸는데 또 기다려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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