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바이든 취임 ‘환영·기대’ 일색?…속내 복잡에 온도차 커

입력 2021.01.22 (14:15) 수정 2021.01.2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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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이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세계 최강대국에 새 대통령이 나왔으니 전 세계 지도자들이 환영하고 기대감을 표시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특히 노골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웠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크든 작든 서운했던 많은 나라가 좀 더 포용적인 모습의 미국을 보여달라고 바이든 새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의미가 있다.

반 트럼프 여론이 반영된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빠른 속도로 트럼프 지우기 행보에 나설 것이다. 자신을 지지한 미국민에게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국내 문제가 중요하지만 외교적으로도 트럼프가 뿌린 씨앗을 걷어 내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물론 대중국 견제 전략에서 엿볼 수 있듯이 국익이 우선인 외교에서는 트럼프가 취한 노선을 180도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소위 '트럼프와 친했던?' 지도자들은 바이든 취임에 떨고 있을 수도 있다.


■ 바이든이 제일 반가운 이란과 EU 정상들


바이든 취임이 가장 반가운 나라는 트럼프 때 가장 힘들었던 나라를 꼽으면 될 것이다. 북한과 함께 가장 반미 정서가 높은 나라 이란이 대표적이다.

이란은 지난 오바마 정부 즉 바이든이 부통령일때 어렵게 핵 합의를 통해 경제제재에서 벗어나는 듯 했지만, 트럼프가 '핵 합의'를 뒤집으면서 고난의 4년을 보내왔다.

미국과 이란이 동맹국이 될 일이야 없겠지만, 트럼프 퇴임은 앓던 이가 빠진 것만큼이나 시원할 것이고, 그만큼 바이든이 반가울 일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프랑스와 독일 등 EU 국가들도 진심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반가울 수 있다. EU 국가의 큰 골칫거리 중에 하나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쏟아져 들어온 난민 문제다.

미국이 중동지역의 안정을 나 몰라라 하면서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나라가 유럽의 선진국들이었기 때문이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나 NATO의 방위비 분담 문제 등 트럼프에 지친 EU 정상들도 그만큼 바이든이 반가울 일이다.



■ 웃지만 웃는 게 아닌 영국과 일본, 러시아 정상


우선 브렉시트를 강행하면서 미국만큼 우선(고립)주의 외교를 펼친 영국, 특히 트럼프와 닮은 꼴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자주 트럼프를 칭찬해왔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바이든 취임이 떨떠름할 수 있다.

뿌리가 같은 미국과 영국의 관계가 갑자기 어떻게 될 리는 없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존슨 총리의 리더십은 앞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 같다.

존슨 총리는 최근 친 트럼프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에 대해 "미국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이 영국 총리의 임무 중 하나"라고 웃픈 해명을 하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동맹과 협력'을 바라는 취임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연설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결속을 호소한 매우 힘찬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극우적인 노선을 걸은 전임 아베 신조 총리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스가 총리도 불안한 형국이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사태를 제대로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고, 도쿄 올림픽 개최 역시 불투명한 상황에서 스가 총리가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정치적으로 궁지의 몰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바이든 취임이 반가울 일이 없다.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까지 몰렸을 정도로 트럼프는 푸틴과의 관계가 상당히 끈끈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트럼프 재임 기간 러시아는 IS 격퇴전을 통해 중동에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고, 국내적으로는 반민주적 통치를 보란 듯이 해왔지만 미국으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지 않는 호시절을 보내왔다. 트럼프 퇴임과 바이든 취임이 반가울 리 없다.



■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중국과 북한?


트럼프의 허풍 외교에 오히려 패권국가로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는 평가도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바이든 취임이 매우 조심스러울 수 있다.

트럼프 정부와 무역 전쟁을 치르면 매우 힘들었던 시진핑 주석. 그러나 과거 오바마 정부가 치밀하게 전개해 놓은 중국 견제 전략을 바이든 정부가 이어받을 게 뻔한 상황이어서 트럼프는 갔지만, 더 힘든 상대를 맞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에 임명된 재닛 옐런 전 FRB 의장이 청문회에서 "환율조작, 불공정한 무역 관행, 인권 침해"라는 강한 어조로 중국을 압박한 것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보는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중국 정부는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려야 한다'는 성명으로 바이든 취임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트럼프 정부에서 그야말로 온탕과 냉탕을 오갔던 북한 역시 긴장감 속에 바이든 취임을 바라봤을 것이다. 몇 차례의 트럼프와의 전격적인 회동으로 경제제재 완화라는 희망을 키웠지만 결국 핵시설만 파괴하고 아무것도 건지 게 없는 북한.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러브 레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친서 내용 일부를 공개해 북한 최고지도자는 모양새만 빠진 격이 됐다.

중국 견제라는 큰 틀을 세우고 있는 바이든 정부에서 과연 북한이 경제제재를 벗어나 정상국가로서 국제무대에 나설 수 있을지, 아직은 앞이 안 보인다.

미국의 지지 속에 남북한의 평화와 공존을 이루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희망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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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바이든 취임 ‘환영·기대’ 일색?…속내 복잡에 온도차 커
    • 입력 2021-01-22 14:15:48
    • 수정2021-01-22 14:16:18
    특파원 리포트

조 바이든이 미국의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세계 최강대국에 새 대통령이 나왔으니 전 세계 지도자들이 환영하고 기대감을 표시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다.

특히 노골적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웠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크든 작든 서운했던 많은 나라가 좀 더 포용적인 모습의 미국을 보여달라고 바이든 새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의미가 있다.

반 트럼프 여론이 반영된 미국의 대선 결과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빠른 속도로 트럼프 지우기 행보에 나설 것이다. 자신을 지지한 미국민에게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국내 문제가 중요하지만 외교적으로도 트럼프가 뿌린 씨앗을 걷어 내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물론 대중국 견제 전략에서 엿볼 수 있듯이 국익이 우선인 외교에서는 트럼프가 취한 노선을 180도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소위 '트럼프와 친했던?' 지도자들은 바이든 취임에 떨고 있을 수도 있다.


■ 바이든이 제일 반가운 이란과 EU 정상들


바이든 취임이 가장 반가운 나라는 트럼프 때 가장 힘들었던 나라를 꼽으면 될 것이다. 북한과 함께 가장 반미 정서가 높은 나라 이란이 대표적이다.

이란은 지난 오바마 정부 즉 바이든이 부통령일때 어렵게 핵 합의를 통해 경제제재에서 벗어나는 듯 했지만, 트럼프가 '핵 합의'를 뒤집으면서 고난의 4년을 보내왔다.

미국과 이란이 동맹국이 될 일이야 없겠지만, 트럼프 퇴임은 앓던 이가 빠진 것만큼이나 시원할 것이고, 그만큼 바이든이 반가울 일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프랑스와 독일 등 EU 국가들도 진심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반가울 수 있다. EU 국가의 큰 골칫거리 중에 하나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쏟아져 들어온 난민 문제다.

미국이 중동지역의 안정을 나 몰라라 하면서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나라가 유럽의 선진국들이었기 때문이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이나 NATO의 방위비 분담 문제 등 트럼프에 지친 EU 정상들도 그만큼 바이든이 반가울 일이다.



■ 웃지만 웃는 게 아닌 영국과 일본, 러시아 정상


우선 브렉시트를 강행하면서 미국만큼 우선(고립)주의 외교를 펼친 영국, 특히 트럼프와 닮은 꼴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자주 트럼프를 칭찬해왔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바이든 취임이 떨떠름할 수 있다.

뿌리가 같은 미국과 영국의 관계가 갑자기 어떻게 될 리는 없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존슨 총리의 리더십은 앞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할 것 같다.

존슨 총리는 최근 친 트럼프 행보를 보인 것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에 대해 "미국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이 영국 총리의 임무 중 하나"라고 웃픈 해명을 하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도 '동맹과 협력'을 바라는 취임 축하 메시지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연설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결속을 호소한 매우 힘찬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극우적인 노선을 걸은 전임 아베 신조 총리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스가 총리도 불안한 형국이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사태를 제대로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고, 도쿄 올림픽 개최 역시 불투명한 상황에서 스가 총리가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정치적으로 궁지의 몰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바이든 취임이 반가울 일이 없다.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까지 몰렸을 정도로 트럼프는 푸틴과의 관계가 상당히 끈끈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트럼프 재임 기간 러시아는 IS 격퇴전을 통해 중동에서의 지위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고, 국내적으로는 반민주적 통치를 보란 듯이 해왔지만 미국으로부터 강한 견제를 받지 않는 호시절을 보내왔다. 트럼프 퇴임과 바이든 취임이 반가울 리 없다.



■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중국과 북한?


트럼프의 허풍 외교에 오히려 패권국가로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는 평가도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바이든 취임이 매우 조심스러울 수 있다.

트럼프 정부와 무역 전쟁을 치르면 매우 힘들었던 시진핑 주석. 그러나 과거 오바마 정부가 치밀하게 전개해 놓은 중국 견제 전략을 바이든 정부가 이어받을 게 뻔한 상황이어서 트럼프는 갔지만, 더 힘든 상대를 맞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에 임명된 재닛 옐런 전 FRB 의장이 청문회에서 "환율조작, 불공정한 무역 관행, 인권 침해"라는 강한 어조로 중국을 압박한 것은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보는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중국 정부는 '미중 관계를 정상 궤도로 되돌려야 한다'는 성명으로 바이든 취임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트럼프 정부에서 그야말로 온탕과 냉탕을 오갔던 북한 역시 긴장감 속에 바이든 취임을 바라봤을 것이다. 몇 차례의 트럼프와의 전격적인 회동으로 경제제재 완화라는 희망을 키웠지만 결국 핵시설만 파괴하고 아무것도 건지 게 없는 북한.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러브 레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친서 내용 일부를 공개해 북한 최고지도자는 모양새만 빠진 격이 됐다.

중국 견제라는 큰 틀을 세우고 있는 바이든 정부에서 과연 북한이 경제제재를 벗어나 정상국가로서 국제무대에 나설 수 있을지, 아직은 앞이 안 보인다.

미국의 지지 속에 남북한의 평화와 공존을 이루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의 희망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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