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은 ‘한진CY’ 개발, 민원 ‘협의 완료’ 사실일까?

입력 2021.01.22 (16:33) 수정 2021.01.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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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부산에서 처음 ‘사전협상제’로 진행되는 해운대구 옛 한진CY(컨테이터 땅) 개발을 놓고, 1년이 넘도록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KBS는 이 사전협상형 개발 사업과 관련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추적 보도를 해 오고 있는데요. 이제 개발이 시작되려나 하는 상황에서 또 한 번 암초를 만났습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형 숙박시설과 관련해 제시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 때문인데요. 그 자세한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 탈 많은 ‘한진CY’ 개발… 부산시, “학교 민원 해결됐다”

부산 첫 사전협상제로 추진 중인 해운대 옛 한진 CY 터 개발 사업은 지난해 말, 두 차례 연속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한 ‘도시건축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되면서 위기에 빠진 상태입니다.

대규모 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산 심의위원회에서 두 번씩이나 부결되는 일이 이례적인 데다, 이미 협상 당사자 간의 사전협상 자체는 지난해 하반기 마무리 됐기 때문이지요. 오는 26일, 3번째 심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 3번째 심의를 앞두고 부산시가, 그동안 주민 민원으로 제기된 ‘학교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은 사업 예정지에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오면 학생 인구가 생기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모자라는 학교가 더 부족해 질 거라고 반발해 왔는데요.

학교 신설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있던 상황에서 생활형 숙박시설 건축으로 인한 민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부산시가 이에 대한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힌 것이죠. 그런데,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냐면요.


■ 주거하면 ‘불법’인데, 자녀는 학교 다닐 수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생활형 숙박시설과 관련해 ‘주택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고, 특히 분양 공고에 이 사실을 공표하라고까지 했습니다.

이 말은 곧, 생활형 숙박시설에서는 ‘거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 교육 인구가 유발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심지어, 생활형 숙박시설 소유주의 자녀가 만약 학교를 다닐 경우, 이는 ‘주거 행위’를 입증하는 것이어서 자치단체의 단속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입주민 자녀의 등교 여부‘가 단속 대상 1순위에 포함된다”고까지 말합니다.

그렇다면, 부산시가 해결했다는 학교 문제는 ’불법‘으로 규정된 주거 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 되는 셈이지요.


■ 부산시교육청 “협의 완료 사실 무근, 황당하다”

더군다나,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문제에 대해 협의를 완료한 적이 없다‘고 반박합니다.

민간 사업자가 교육청의 요구 사항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일 뿐, ’협의 완료‘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생활형 숙박시설‘은 아파트와 달리 ’교육인구 유발‘에 관한 근거가 없어 관할 당국으로서도 논의가 쉽지 않다는 게 이유입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부산시가 마치 민간사업자와 교육청이 학교 문제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것처럼 말해, 이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돼 너무 황당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부산시 감사위, “내부 보고 과정 절차적 문제 있다면 조사 가능”

이와 관련해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절차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만약 부산시가 ’교육청과 협의를 완료했다‘고 작성한 내부 문서가 허위 보고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조사도 가능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3차 심의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부산시로서는 사면초가에 처한 셈이 됐습니다.


민간사업자 역시 당장 개발 사업 시작을 앞둔 상황에서 국토부의 강력한 규제책이 나와 사업성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민간사업자 측은 “현재 국토부의 방침대로, 생활형 숙박시설에 주거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게 되면 사업성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원점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 회의를 거쳐 사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민간 사업자의 사업성을 챙겨주는 대가로 개발의 ’공공성‘을 확보하라는 취지로 시작된 부산의 첫 ’사전협상형 개발‘ 사업의 성사 여부를 지금으로서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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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 많은 ‘한진CY’ 개발, 민원 ‘협의 완료’ 사실일까?
    • 입력 2021-01-22 16:33:45
    • 수정2021-01-22 17:17:39
    취재K
부산에서 처음 ‘사전협상제’로 진행되는 해운대구 옛 한진CY(컨테이터 땅) 개발을 놓고, 1년이 넘도록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KBS는 이 사전협상형 개발 사업과 관련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추적 보도를 해 오고 있는데요. 이제 개발이 시작되려나 하는 상황에서 또 한 번 암초를 만났습니다.<br /><br />최근 국토교통부가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형 숙박시설과 관련해 제시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 때문인데요. 그 자세한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 탈 많은 ‘한진CY’ 개발… 부산시, “학교 민원 해결됐다”

부산 첫 사전협상제로 추진 중인 해운대 옛 한진 CY 터 개발 사업은 지난해 말, 두 차례 연속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한 ‘도시건축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되면서 위기에 빠진 상태입니다.

대규모 개발 사업과 관련해 부산 심의위원회에서 두 번씩이나 부결되는 일이 이례적인 데다, 이미 협상 당사자 간의 사전협상 자체는 지난해 하반기 마무리 됐기 때문이지요. 오는 26일, 3번째 심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 3번째 심의를 앞두고 부산시가, 그동안 주민 민원으로 제기된 ‘학교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습니다. 주민들은 사업 예정지에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오면 학생 인구가 생기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모자라는 학교가 더 부족해 질 거라고 반발해 왔는데요.

학교 신설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있던 상황에서 생활형 숙박시설 건축으로 인한 민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부산시가 이에 대한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힌 것이죠. 그런데,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냐면요.


■ 주거하면 ‘불법’인데, 자녀는 학교 다닐 수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생활형 숙박시설과 관련해 ‘주택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못을 박고, 특히 분양 공고에 이 사실을 공표하라고까지 했습니다.

이 말은 곧, 생활형 숙박시설에서는 ‘거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 교육 인구가 유발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심지어, 생활형 숙박시설 소유주의 자녀가 만약 학교를 다닐 경우, 이는 ‘주거 행위’를 입증하는 것이어서 자치단체의 단속 대상이 됩니다.

실제로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입주민 자녀의 등교 여부‘가 단속 대상 1순위에 포함된다”고까지 말합니다.

그렇다면, 부산시가 해결했다는 학교 문제는 ’불법‘으로 규정된 주거 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 되는 셈이지요.


■ 부산시교육청 “협의 완료 사실 무근, 황당하다”

더군다나,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문제에 대해 협의를 완료한 적이 없다‘고 반박합니다.

민간 사업자가 교육청의 요구 사항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일 뿐, ’협의 완료‘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생활형 숙박시설‘은 아파트와 달리 ’교육인구 유발‘에 관한 근거가 없어 관할 당국으로서도 논의가 쉽지 않다는 게 이유입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부산시가 마치 민간사업자와 교육청이 학교 문제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것처럼 말해, 이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돼 너무 황당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부산시 감사위, “내부 보고 과정 절차적 문제 있다면 조사 가능”

이와 관련해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절차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만약 부산시가 ’교육청과 협의를 완료했다‘고 작성한 내부 문서가 허위 보고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면 담당 공무원에 대한 조사도 가능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3차 심의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부산시로서는 사면초가에 처한 셈이 됐습니다.


민간사업자 역시 당장 개발 사업 시작을 앞둔 상황에서 국토부의 강력한 규제책이 나와 사업성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민간사업자 측은 “현재 국토부의 방침대로, 생활형 숙박시설에 주거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게 되면 사업성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에 원점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 회의를 거쳐 사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민간 사업자의 사업성을 챙겨주는 대가로 개발의 ’공공성‘을 확보하라는 취지로 시작된 부산의 첫 ’사전협상형 개발‘ 사업의 성사 여부를 지금으로서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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